배달 라이더 전면 번호판만으로 교통사고 못 줄여

M스토리 입력 2024.09.30 15:21 조회수 1,056 0 프린트
 

국토교통부가 최근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배달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면 번호판 도입이 교통사고 감소와 단속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국토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라이더들은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이륜차 운행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라이더들의 노동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의 김지수 사무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이 비현실적인 대안임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수백 가지의 다양한 이륜차 기종마다 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를 현실적으로 모두 적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재 운행 중인 이륜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 하나의 번호판 규격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현행 단속 체계와의 연계도 어려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사무국장은 또 “국토부의 전면 번호판 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동안 현실적 벽에 부딪혀 도입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적 조건이 이륜차마다 상이해, 이에 맞는 설치물 제작 및 구조 변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비용 부담과 여러 한계점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후면 카메라를 통한 단속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후면 카메라 단속 체계를 강화해 배달 라이더들의 교통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단속 카메라와 연계해 작동할 수 있는 전면 번호판을 도입하려면 도로교통법 개정은 물론, 카메라 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즉, 법 하나만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을 부착에 찬성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논리가 ‘명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배달 라이더들이 번호판이 노출되면 교통법규를 더 철저히 지키게 되고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면 번호판 부착만으로는 배달 플랫폼의 비현실적인 배달 시간 제한, 라이더들의 업무 환경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들에게 일정 시간 내에 여러 건의 배달을 강요하며, 이는 곧 위험한 운전을 부추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달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과속과 신호 위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전면 번호판만으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며 “라이더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배달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전면 번호판 도입보다는 라이더들의 자격을 관리할 수 있는 자격증 제도와 배달 대행사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현재는 자동차 면허만으로도 이륜차 운행이 가능해 이륜차를 운전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즉시 배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륜차 조작이 미숙한 배달 라이더가 양산돼 교통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배달 라이더들이 안전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는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불법적으로 보험 없이 배달하는 라이더들을 근절하기 위한 배달 대행사 등록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다면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도로 위 시민들의 안전도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전면 번호판 도입이 배달 라이더들을 불필요하게 낙인찍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면 일반 시민들이 배달 이륜차를 위험한 차량으로만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들의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배달 업무와 관련 없는 이륜차와의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면 번호판 도입은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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