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국토교통부가 최근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전형필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지난 8월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달서비스공제조합과 협력해 이륜차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라이더들이 자발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안이다.
국토부는 이보다 앞서 지난 8월 7일 ‘이륜차 번호판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도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전 국장은 공청회에서 “전국배달라이더협회와 논의한 결과,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토부가 전면 번호판 부착에 대해 기존의 부정적인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 논의는 지난 22대 국회까지 총 6건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법안은 여러 문제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표적으로 김동완 의원이 2013년 발의한 개정안은 이륜차 교통위반 단속을 위해 전면 번호판을 도입하려 했으나 이륜차의 구조상 부착이 어렵고 안전 문제가 제기되어 결국 폐기됐다.
2016년 박완수 의원이 발의한 법안 역시 교통질서 준수와 사고 예방을 도모하려는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륜차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번호판이 공기 저항을 유발해 주행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보행자와의 충돌 시 부상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면 번호판을 도입했던 중국도 2014년 이를 폐지했다.
전면 번호판 도입은 안전성과 실효성 문제로 인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다.
서영교 의원과 박완수 의원이 2020년 발의한 법안에 대해 국토부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2021년 2월 25일 열린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손명수 2차관은 서 의원과 박 의원이 발의한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 법안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익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손 2차관은 “자동차처럼 앞에 붙이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두 가치 측면입니다. 첫째는 동일한 장소에 다 부착할 그런 공간이 없다. 그리고 지금 현재 (무인단속장비) 센서가 전면부를 인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니까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인단속장비로 단속할 수 없더라도 육안으로 앞뒤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다면 문제가 발생한 이후라도 적발하기 쉬울 것이라는 송언석 의원의 반문에 대해 손 2차관은 “중국이 제도를 도입한 바가 있다. 그런데 중국도 결국 실효성이 없다고 폐기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2021년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전면 번호판 부착 공간 확보의 어려움과 보행자 및 이륜차 운전자의 안전 그리고 현행 자동차 전용 단속카메라로는 이륜차 번호판을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가장 최근에는 윤재갑 의원이 2022년 발의한 개정안은 그동안 제기되어 온 이륜차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주행안전성과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해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그러나 윤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국토부는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시행하면 변경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또한 경찰청에서 이륜차 후면 번호판 단속을 위한 무인단속장비를 개발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고, 국토부도 번호체계를 개편해 번호판 쉽게 인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륜차 전면 번호판이 없더라도 무인단속장비를 이용한 단속과 함께 번호판을 보다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개선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에 꾸준히 반대 의견을 보였던 국토부가 갑자기 입장을 뒤바꿔 이제는 이륜차 전면 번호판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이륜차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륜차 산업계 관계자는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이륜차 산업계와 라이더 모두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특히 한번 제도가 도입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것을 생각해 지금처럼 졸속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