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다 비판 받는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 실시되나?

M스토리 입력 2024.08.30 11:34 조회수 2,096 0 프린트

안전 위협하고 단속 실효성 기대 어려운 전면 번호판 교통 전문가는 부정적 의견
일각에서 명찰효과 주장 효과 여부 검증은 어려운데 배달 이륜차 주홍글씨 우려
과속단속 카메라 회피 위해 인도·이면도로 주행으로 보행자 위험 키울 가능성도

스티커형 전면 번호판을 부착한 싱가포르의 이륜차. 부착면의 형상에 따라 번호판도 같이 휘어져 번호를 식별하기 힘들다.

이륜차 번호판 번호체계와 디자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 시범사업을 추진할 의사를 내비쳐 이륜차 산업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토부 전형필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지난 8월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달서비스공제조합 등 오토바이 보험과 연계해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으로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는 경우 보험료를 낮춰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배달 라이더가 자발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륜차 산업계와 이륜차 운전자를 비롯해 교통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륜차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 모두 위협할 수 있다며 이륜차 전면 번호판 장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달 라이더의 난폭 운전을 빌미로 전면 번호판 장착 의무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면 번호판 장착에 찬성하는 입장은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면 차량의 전면 번호판을 단속하는 무인교통단속장비를 통해 제한적으로 과속이나 신호 위반 이륜차를 단속할 수 있으며, 이른바 ‘명찰 효과’로 인해 라이더 스스로 교통 법규 위반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명찰 효과는 명찰을 달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보기 때문에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전면 번호판 장착 찬성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교통 전문가들은 전면 번호판 장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8월 7일 국토부가 개최한 '이륜차 번호판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이륜차 번호판 번호체계 및 디자인 개선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TS)은 전면 번호판 부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또한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도 전번 번호판 부착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TS 최동석 안전기준국제화센터장은 금속 재질 전면 번호판의 경우 주행 안전성 및 성능 저하, 디자인 악영향이 있으며, 사고 시 보행자 상해 우려를 문제로 꼽았다. 특히 영국과 중국 등은 한때 전면 번호판을 부착했으나 사고 시 피해를 더 키울 우려 때문에 폐지한 사례를 소개했다. 

스티커 형태의 경우 주행 안전성을 떨어뜨리거나 보행자를 다치게 할 위험성은 없지만 부착 가능한 대상 차량이 적고 번호를 인식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TS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이륜차 중 38% 정도만 스티커형 전면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었으며, 국내 이륜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이륜차의 경우 부착 가능 비율이 28%로 떨어진다. 또한 전면 번호판을 부착해도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의 번호판 부착면은 곡면으로 번호판이 휘어지기 때문에 문자를 인식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속과 스티커형 모두 현재 전면 번호판을 인식하는 무인단속장비로는 인식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이외에도 명찰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더라도 후면 번호판을 개선하면 충분한 명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도로교통공단 인병철 책임연구원은 공청회에서 “어떤 이륜차는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고 어떤 이륜차는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전면 번호판 무인단속장비 개발 당시 사양으로는 카메라 해상도가 낮아 전면 번호판을 부착해도 단속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토부가 이륜차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이륜차 산업계는 전면 번호판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는 지금의 이륜차 번호판도 작아서 인식하기 어려워 더 크게 키우자고 하는 마당에 현행 번호판보다 더 작을 수밖에 없는 전면 번호판을 부착해도 현행 무인단속장비로는 교통법규 위반을 사실상 적발할 수 없고 명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명찰 효과를 운운하며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면 불법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미 전면 번호판을 붙이고 운행하는 택시와 택배 차량의 빈번한 교통 법규 위반 등을 사례로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명찰 효과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검증된 것도 없고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일시적인 심리적 효과에 불과해 설령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라이더들이 전면 번호판 부착에 적응하면 효과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배달 이륜차의 빈번한 교통 법규 위반은 전면 번호판이 없어서가 아니라 위험을 강요하는 배달 알고리즘과 배달 수수료 등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8월 7일 열린 이륜차 번호판 개선방안 공청회.
또한 지금 당장은 배달 이륜차에 대해서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자고 주장하지만 효과 여부를 떠나서 한번 도입되면 단계적으로 모든 이륜차에 적용될 우려도 제기했다. 이륜차 산업계의 우려처럼 전체 이륜차 운전자로 전면 번호판이 확대하는 것은 전체 이륜차 운전자의 10%에 불과한 배달 이륜차의 불법 행위를 빌미로 90%의 선량한 이륜차 운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배달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시점 사업이 전면 확대될 수 있다는 이륜차 산업계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이륜차 번호판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전형필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오늘 토론회 전에도 송기선 회장(전국배달라이더협회)과 이야기 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저도 들었다. 단계적으로 가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할 여지가 있다. 당연히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전체 이륜차로 확대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는 배달 이륜차만을 특정해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특정한 단체나 집단의 이익에 배달 라이더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무인교통단속장비를 개발하는 업계에서도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에 회의적인 의견이다.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A 씨는 “지금의 이륜차 번호판을 그대로 앞에 붙여도 지금 장비로는 단속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스티커 형태라면 번호판을 붙이는 면에 따라 번호가 휘어지고 이륜차를 조향하는 과정에서도 번호판이 가릴 수 있다. 숫자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워 명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난폭 운전을 하지 않던 이륜차 운전자도 난폭 운전을 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전면 번호판 부착 시범사업을 검토 중인 국토부도 전면 번호판을 부착해도 현행 무인교통단속 장비로 단속이 불가능함을 인정했다. 그러나 명찰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라도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전면 번호판 실효성에 대해 효과가 있다 없다 주장이 나왔지만 배달라이더협회 관계자의 말도 있어서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돼 (시범사업)검토를 하고 있다. 다만 현행 무인교통단속장비로는 전면 번호판 단속 가능성이 없고 명찰 효과가 있는지 여부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도 명찰 효과를 검증하는데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검증을 위한 예산도 없고 시간도 부족해 별도의 연구 용역을 발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 자발적인 참여자는 이미 안전하게 운행하는 라이더일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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