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터리 모양의 표준화가 아닌 기준의 표준화가 필요한 때

M스토리 입력 2020.10.30 11:54 조회수 4,636 0 프린트
대구기계부품연구원 김태형 책임연구원
 

최근 전기차에서 발생된 화재사건으로 여러모로 배터리가 이슈가 되는 시점이다. 전기이륜차도 배터리 배터리에 관한 안전성 및 신뢰성에 대한 걱정과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러 단계에서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안전장치와 보호장치를 갖춘 전기차에서도 발생하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를 가진 전기이륜차의 배터리에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이륜차도 충전 중 화재가 발생 된 사례가 있어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이와 함께 전기이륜차 주요성능 중 하나인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배터리의 제한된 용량과 맞물려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와 연계된 충전의 불편, 배터리 유지보수 문제 등이 함께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이륜차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많은 해결방법의 중심에 있는 것이 전기이륜차용 배터리팩에 대한 표준화다. 이는 충전기, 충전커넥터 등과 같은 주변장치 또는 인프라의 표준화로 확장된다. 여기서 파생되는 형태가 배터리팩 공용화 또는 교체식 배터리 서비스 등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정부가 나서서 전기이륜차 배터리 형태를 제안하고 공용충전 인프라를 많이 설치하여 편의성을 높여주길 바란다. 많은 차종이 동일 배터리, 동일 충전인프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높다. 표준화 과정에서 당연히 안전성과 신뢰성을 고려하여 화재 및 고장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쉽지 않다. 
배터리팩 표준화의 가장 큰 난점은 현재 전기이륜차 배터리팩의 구성, 재원 및 성능이 기업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기업에서도 같은 배터리팩을 사용하는 차량은 제한적이다. 중국 등에서 수입된 제품 중에서 시장기능을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적정가격, 적정용량, 기능에 맞춘 구성의 제품이 존재하나 실제 차량에 맞추어 구조 및 형태는 바뀐다. 그래서 모든 부분이 동일한 배터리팩을 사용하는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까 표준화 해야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배터리팩이 제각각인 원인은 전기이륜차의 용도, 목표성능, 시장전략 등에 따라 차량의 디자인, 프레임 구조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배터리팩을 다른 차량에 쓰려면 프레임 구조 일부 또는 전체가 변경이 제한되어 디자인, 용도, 성능에 매우 영향이 큰 제약사항이 된다. 경쟁 제품과 비교해 최고주행속도가 높거나, 주행거리가 길거나, 디자인이 좋거나, 주행 안정성이 높게 개발하는데 제약이 된다. 초기 비용도 많이 요구되니 제품가격은 올라가게 되고 결론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제작사은 배터리 표준화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 정확하게는 배터리의 일원화에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일례로 2016년 전기이륜차 보조금 지급대상 차종 선정기준이 제정되는 시점에 개최되었던 공청회에서도 전기이륜차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 충전전압을 통일하고 충전구의 규격을 통일하자는 제안에도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이후 2018년경부터 최근까지 산업부에서 진행한 전기이륜차 부품에 대한 공용화 논의에서도 배터리 표준화/공용화에서는 각 제조사들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던 사례도 있다. 
앞서 이야기만 보면 배터리 표준화에 대해서 필자의 입장이 부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표준화는 필요하는 것이다. 표준화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국가차원에서 전기이륜차와 같은 모빌리티에 대한 산업 및 이용 활성화 로드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 로드맵은 수립하여 산업 현황에 맞추어 세부적 실행방안을 갱신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이륜차에 대한 부분은 찾아보기 어렵다. 목표가 없으니 어떤 것에 중점을 맞추어 의견을 모아야 할지 알기는 당연히 어렵다. 로드맵을 세운 이후 가장 기본적인 범위를 획일화가 아닌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터리 전압, 커넥터, 구성형태, 프로토콜 등을 시간을 들여 선정하고 핵심부품의 카테고리를 단순화시키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여야 한다. 이를 공공 충전인프라에 반영하면서 점진적으로 부품 생태계와 이용 생태계를 적응시켜야 반작용이 적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육성도 병행되어야 하겠다. 정부가 기준을 정하고 강제만 하면 각 제조사에서 저항은 클 것이기 때문에 로드맵 기반 전기이륜차 레퍼런스 플랫폼 및 서비스 개발 기술을 비영리 차원에서 제공하고 구조전환에 필요한 물적 자원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보급에 대한 보조도 더 확대하여 시장에서 국내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만큼 키워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런 기반을 갖추어 가는 과정에서 배터리팩과 관련 부품의 대량 생산기반 조성을 지원한다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배터리 교체시스템 또는 공용화 배터리 리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 산업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 된다.
최근 국정감사나 일부 언론 등에서 전기이륜차에 대해 5년 동안이나 지원을 했지만 세금은 중국으로 세어나가고 성능은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해 외면받는다는 질책이 거세다.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른 기반산업도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의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자부심으로 성장했다. 과거 활발했지만 쇠퇴한 국내 이륜차  제조 역량을 생각한다면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다. 분명 전기이륜차를 포함한 퍼스널 모빌리티는 개인 이동성이 요구되는 미래 사회에서 분명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좋은 씨앗이다. 이미 중국이나 대만이 기반을 잡고 있다고 해도 우리만의 특징을 가지고 공략한다면 시간이 지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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