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한 배달 수요 급증과 이륜차 운행 증가 등으로 최근 소음민원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부가 강도 높은 소음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환경부의 계획대로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등이 강화될 경우 배달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중형이륜차보다는 레저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대형이륜차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이륜차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월 15일 이륜차 소음을 줄이기 위해 소음허용기준부터 이동소음 규제지역 관리까지 전반적인 소음관리 체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제작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현행 102~105dB에서 배기량에 따라 86~95dB까지 강화하고,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도 현행 105dB에서 배기량에 따라 86~95dB 또는 제작 이륜차 인증 결과값에서 5dB을 더한 값 중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이동소음원은 영업용 확성기, 행락객 음향기기, 소음방지장치가 비정상적이거나 음향장치를 부착해 운행하는 이륜차 등이다. 이동소음원으로 지정되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정한 '이동소음 규제지역'에서는 전면 사용금지 또는 지정시간 동안 운행 및 사용이 불가능하다. 

환경부는 코로나 19로 인해 배달음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륜차의 운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주택가 밀집 지역의 이륜차 소음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소음강화 방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정작 소음 문제를 일으키는 배달 이륜차보다는 레저용 이륜차가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시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중형이륜차(배기량 100cc 초과 260cc 이하)와 레저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대형이륜차(배기량 260cc 초과)의 2020년과 2021년 소음인증 시험 결과를 살펴본 결과 레저용 이륜차가 상대적으로 배기소음에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인증 시험을 통과한 이륜차의 배기소음을 살펴보면 2020년 중형이륜차는 모두 6대가 소음시험을 통과했으며, 95dB 초과는 한 대도 없었다. 그러나 대형이륜차는 25대 중 8대가 95dB을 초과했으며, 1대는 100dB을 초과했다. 2022년 중형이륜차 23대 가운데 1대가 95dB을 초과했으며, 대형이륜차는 62대 가운데 17대가 95dB을 초과했다. 특히 대형이륜차 2대는 100dB을 초과했다. 

중형이륜차의 경우 제작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88dB까지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2020년과 2021년 88dB을 초과한 차량은 6대로 전체 소음인증 시험 통과한 중형이륜차 33대 중 18%를 차지했다. 대형이륜차의 경우 제작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이 95dB로 강화될 경우 2020년 2021년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초과한 이륜차는 28.7%로 10대 중 3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형이륜차의 경우 쿼터급 일부도 포함되기 때문에 배달에 주로 쓰이는 배기량 125cc 이륜차에 한정해 제작차 배기소음을 확인할 경우 88dB을 초과하는 차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륜차 업계는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보다는 불법개조 이륜차 단속 강화 및 배달 이륜차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이륜차 수입사 관계자는 "배달 이륜차 운행이 늘면서 소음 민원이 늘었다며 규제 강화 명분을 들더니 정작 규제의 칼날은 엉뚱한 대형이륜차에 날리는 셈이다. 환경부는 모든 이륜차를 과도한 소음을 일으키는 대상으로 볼게 아니라 진짜 소음 문제를 일으키는 불법튜닝 이륜차 등을 단속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작 이륜차 소음허용 기준은 한-EU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허용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EU와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EU는 제작 이륜차에 관해서는 배기소음에 허용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