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회장과 떠나는 바이크 투어 37] 개스타운과 잉글리쉬 베이 그리고 자유로운 두바퀴의 서사

M스토리 입력 2026.09.16 13:20 조회수 119,755 0 프린트
매년 여름철이면 잉글리쉬 베이에서 세계 불꽃 축제가 열린다. Photo by Mike Benna on Unsplash

개스타운의 역사에서 문화 예술의 중심지까지
밴쿠버의 유명 명소 중에 다운타운의 중심지에 있는 개스타운(Gastown)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증기 시계(Steam Clock)가 있는데 관광 랜드마크에 따른 세금 혜택과 더불어 풍부한 유럽식 분위기 덕분에 미국 시애틀, 뉴욕, 시카고 등을 대체하는 할리우드 영화촬영지로 자주 쓰이며 거리 전체가 ‘북미의 할리우드(Holly wood North)’로 불린다. 이 구역들을 배경으로 촬영된 가장 대표적인 유명 영화와 주요 스팟들은 윌 스미스 주연의 2004년 아이 로봇, 2006년 엑스맨, 2011년 혹성탈출, 2014년의 박물관은 살아있다. 2016년 데드풀 등 다운타운 중심에 있는 고풍스러운 밴쿠버 미술관(Vancouver Art Gallery) 등과 함께 영화 속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였다. 
 
밴쿠버 문화 예술의 중심인 밴쿠버 아트갤러리
웅장한 르네상스 양식의 석조 건물인 밴쿠버 아트갤러리 역시 문화 예술의 거점으로 상시 미술 전람회와 문화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도시의 지적인 활기를 한층 느끼게 했다. 탁 트인 계단 앞 광장에서는 여러 스트리트 뮤지션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고요하면서도 힘 있는 연주들을 펼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노점 푸드트럭들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스쳐 지나가는 시민들의 여유로운 걸음걸이와 버스킹 음악, 그리고 예쁜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광장의 풍경은 밴쿠버가 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잉글리쉬 베이의 노을과 돌탑이 전하는 침묵의 메시지
도심의 예술적 여운을 가슴에 품고 다시 향한 곳은 밴쿠버를 대표하는 휴양 해변, 잉글리쉬 베이(English Bay)이다. 붉은 노을이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물들이는 일몰 시각, 해변에 도달하자 탁 트인 수평선 위로 은은하게 반짝이는 잔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차분히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 렌즈를 조율하며 바다 너머로 쓰러지는 빛을 담아냈다. 장거리 라이딩의 피로가 태평양의 해풍과 함께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최고의 휴식과 평온함이 찾아왔다.
 
 
매년 여름철이면 잉글리시 베이에서 100만 명이 모인 가운데 세계 불꽃 축제가 열리는데 이 행사는 밴쿠버의 여름을 대표하는 가장 화려하고 상징적인 세계적 행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매년 참가하여 2018년에는 최종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20~2021년 팬데믹으로 잠시 취소된 후 작년에는 캐나다 국내 팀(주 단위 경쟁)으로만 치러졌으며, 치솟는 개최 비용 및 스폰서십 부족 문제로 인해 현재는 아쉽게도 대회가 잠정 중단된 상태이나 올해부터 밴쿠버시에서는 규모를 대폭 축소해서 해변 불꽃 축제(Summer Lights in English Bay)로 이어가고 있다.

석양의 해변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캐나다 원주민들의 고대 유산이자 전통 돌탑인 '이눅슉(Inukshuk)'의 거대한 자태와 마주했다. 과거 원주민들에게 길잡이이자 소통의 이정표 역할을 했던 이 돌탑 앞에서 그들이 남긴 순수한 자취와 역사를 가슴에 새기며 환한 미소와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이 땅에 수록된 깊은 역사적 숨결과 라이더로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해변가 돌너덜 한편으로 한 여성 주민이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인위적이지 않은 균형의 미학을 보여주는 '락 밸런싱(Rock Balancing)' 돌탑들이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바다 위 멀리 떠 있는 화물선들과 해 질 녘의 정적, 그리고 절묘하게 서 있는 돌탑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아우라는 잉글리쉬 베이만의 독특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인연과 또 다른 추억의 열정들
 
이번 밴쿠버 라이딩 투어는 단지 혼자만의 고독한 여정이 아니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취미와 열정을 공유하는 국경 너머 친구들과 만남이 여정을 한층 더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근교 출사 길을 함께한 일본인 사진가의 만남이 있었는데 벤치에 앉아 서로의 카메라와 렌즈를 바꾸어 가며 촬영 기법과 바이크 투어 경험담을 나누는 동안, 나이와 국경의 장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바이크'와 '사진'이라는 공통된 언어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해외 투어가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폴라리스 슬링샷
이어진 특별한 라이딩은 2륜 바이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개방감을 선사하는 3륜 오픈 로드스터, 폴라리스 슬링샷(Slingshot)을 시승하는 기회를 가졌다. 낮은 시트고 덕분에 지면에 바짝 붙어 달리는 듯한 다이내믹한 속도감과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오픈 에어링의 매력은 색다른 쾌감을 안겨주었다. 운전석에 앉아 양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활짝 웃는 표정 속에는, 차종과 형태를 가리지 않고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것에 열정을 느끼는 진정한 라이더의 동심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아쉽게도 이 슬링샷 모델은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국내에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는 캔암과 리와코의 바이크 형식의 핸들 바와 달리 이 모델은 자동차와 같은 조향 원형 핸들로서 아직까지 국내 형식승인들을 못 받고 있는데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도로 위를 경쾌하게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 밴쿠버 HOG 소속의 라이더와 함께 해안가를 묵직한 배기음을 내뿜으며 구름을 따라 바람에 밀려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추억의 고향마을의 정취들을 한없이 마시면서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서로의 애마에 대한 튜닝 정보와 라이딩 코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던 이번 라이딩 여정은 내 기억 속에 또 한편의 멋진 로드 무비 같은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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