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 전기이륜차도 전기차 충전소 쓴다

M스토리 입력 2026.09.16 13:04 조회수 119,780 0 프린트

바스맨테크놀러지 김재영 대표
기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전기이륜차와 공유...
4년 제주 실증 거쳐 플러그인 충전시스템 임시허가

바스맨테크놀러지가 자사의 OBC를 적용해 개발한 삼륜형 전기이륜차 Bee420. 기술특례 대상인 공공기관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다.

전기이륜차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는 충전 인프라다. 내연기관 이륜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 충전시설 부족은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 확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BSS는 스테이션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사업자별 배터리 규격과 시스템이 달라 호환성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바스맨테크놀러지는 이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봤다. 전기이륜차만을 위한 새로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이미 전국에 구축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전기이륜차가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전기이륜차용 탑재형 충전기(OBC·On-Board Charger)가 있다. 바스맨테크놀러지는 자체 개발한 OBC 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플러그인 충전시스템’ 임시허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한 바스맨테크놀러지 OBC 적용 전기이륜차는 기존 전기차용 공용 완속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스맨테크놀러지 김재영 대표를 만나 전기이륜차 충전 문제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과 4년에 걸친 기술 개발 과정, 그리고 이번 임시허가가 전기이륜차 시장에 갖는 의미를 들었다.

“왜 전기차 충전기를 전기이륜차는 사용할 수 없을까?”
김재영 대표가 전기이륜차 충전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했다. 과거 테슬라 1세대 모델을 직접 운행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편리함을 경험한 그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전기차는 전국 곳곳에서 공용 완속충전기를 이용하는데, 왜 전기이륜차는 이용할 수 없을까?”

이 질문이 바스맨테크놀러지의 플러그인 충전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

전기차는 충전기와 차량이 CP(Control Pilot) 신호를 통해 통신하면서 충전 전력과 안전 상태를 확인한다. 김 대표는 이러한 전기차 충전 방식을 전기이륜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OBC 개발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륜차의 사용 환경이었다.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충전 장치가 외부 환경에 노출되기 쉽고, 탑재 공간 역시 제한적이다.

바스맨테크놀러지는 먼저 외장형 OBC를 개발하면서 내구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김 대표는 “외장형 OBC는 바닥에 놓고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했다”며 “5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고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부품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충전망이 아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다
자사의 삼륜형 전기이륜차 Bee420을 살펴보는 김재영 대표.
바스맨테크놀러지가 주목한 것은 이미 전국에 구축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김 대표는 “BSS는 스테이션 하나를 설치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부지 확보와 유지관리 비용도 계속 발생한다”며 “반면 전기차용 충전기는 이미 전국에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약 40만 기에 달하며, 이 가운데 완속충전기가 약 33만~34만 기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이륜차가 이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면 전기이륜차만을 위한 충전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변화가 크다. 특정 BSS 사업자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방식에서는 해당 사업자의 충전망을 벗어날 경우 배터리 교환이 어려워진다. 사업자마다 배터리와 시스템이 달라 다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반면 공용 완속충전기를 활용하면 충전 인프라 선택권이 넓어진다. 전기이륜차 충전의 문제를 ‘충전소를 얼마나 많이 새로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기존 충전 인프라를 어떻게 함께 사용할 것인가’로 전환하는 셈이다.

4년 제주 실증, 기술보다 어려웠던 것은 ‘제도’였다
현재의 기술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바스맨테크놀러지는 약 4년간 제주에서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전기차 완속충전기와의 호환성을 확인하고 실제 운용 데이터를 축적했다.

실증 과정에서 기술도 한 단계씩 발전했다. 초기 외장형 OBC에서 출발해 최종적으로는 전기이륜차에 직접 탑재할 수 있는 내장형 OBC까지 개발했다.

내장형 OBC는 자동차보다 오히려 개발 난도가 높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륜차는 차체가 작아 OBC를 설치할 공간이 제한적이고,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기이륜차는 차량 가격이 전기차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기술의 난이도가 결코 낮지 않다”며 “작은 공간에 OBC를 넣으면서도 고온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고 방열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만큼이나 어려웠던 것은 제도적인 장벽이었다. 규제 당국과 장기간 협의를 진행한 끝에 우선 화재 등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이용 가능한 충전시설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임시허가를 이끌어냈다.

현재 바스맨테크놀러지의 이륜차용 내장형 OBC 특례 적용 대상은 전국의 지상 공공시설과 공공 주차장 등에 일정 요건을 갖춰 설치된 공용 완속충전기다. 즉, 모든 전기차 충전기를 무조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이륜차가 기존 공공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처음으로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OBC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전기삼륜차를 만들었다”
바스맨테크놀러지의 또 다른 특징은 OBC 기술을 단순히 부품으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차량까지 개발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기존 전기이륜차 제조사에 OBC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OBC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차량 개발과 인증에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부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제조사들이 OBC 기술 자체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인증받는 데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차량을 만들어 기술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차량이 삼륜형 전기이륜차 ‘Bee420’이다.

Bee420은 기존 전기이륜차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배달 라이더 시장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농어촌 지역과 자영업자,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바스맨테크놀러지에게 Bee420은 단순한 완성차 사업이 아니라 OBC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하고 검증하기 위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다음 목표는 ‘급속충전’과 글로벌 시장
이번 임시허가는 바스맨테크놀러지에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현재는 공용 완속충전기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다음 단계는 충전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8kWh 배터리를 20%에서 80%까지 약 40~50분에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개발 진척도는 60~70% 이상”이라고 밝혔다.

가정용 220V 콘센트를 이용해 8kWh급 배터리를 충전할 경우 3시간 이상이 소요되지만, 급속충전 기술이 상용화되면 충전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반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결합해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이라는 전기이륜차의 대표적인 약점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전시회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으로부터 기술 검토와 10대 규모의 파일럿 테스트 제안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플러그인 충전시스템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동남아시아와 유럽, 남미 등 이륜차 이용이 많은 해외시장에 충전 솔루션과 함께 진출할 수 있다”며 “단순히 OBC 하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충전 인프라와 전기이륜차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기이륜차 시장은 지금까지 ‘배터리를 어떻게 충전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주로 BSS에서 찾아왔다. 바스맨테크놀러지는 그 질문에 다른 답을 제시한다. 이미 존재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전기이륜차도 함께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4년간의 실증과 제도 개선을 거쳐 첫발을 내디딘 바스맨테크놀러지의 플러그인 충전시스템이 전기이륜차 충전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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