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상 칼럼] 속도는 사고와 비례한다... 신속을 담보로 한 배달 알고리즘의 위험성

M스토리 입력 2026.08.14 09:10 조회수 3,410 0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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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로 위에서 '신속'은 어느덧 절대선(絶對善)이 되었다. 퀵서비스와 배달 플랫폼이 주도하는 이른바 '속도 전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빨리빨리' 문화와 결합하며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륜차가 쏟아내는 거친 배기음 속에는 고객의 주문을 단 1분이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라이더들의 절박함과, 이를 부추기는 플랫폼 알고리즘의 비정한 계산법이 섞여 있다.

문제는 신속함에 매몰된 나머지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한국 특유의 조급함은 도로 위의 교통 질서를 무너뜨리는 기폭제다. 신호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곡예 운전을 감행하고,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이륜차의 모습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목격되는 풍경이다. 그러나 분명히 명시해야 할 것은, 도로 위에서의 속도는 사고 발생 확률과 비례하며 그 끝은 치명적인 비극이라는 사실이다.

현행 배달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라이더들을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플랫폼은 '개인사업자'라는 명목 하에 라이더를 노동 환경의 보호막 바깥에 둔다. 건당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해야 하는 구조에서, 라이더에게 '안전 운전'은 곧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은 라이더의 생명을 담보로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운전 습관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그동안 '편리함' 뒤에 숨겨온 구조적 모순이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 주요국은 '배달 시간 지연 시 라이더 책임'을 묻는 조항을 철폐하고, 플랫폼 기업에 안전 교육 및 보험 가입 의무를 강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영국과 독일은 도시 내 이륜차 주행 속도 제한을 엄격히 적용하며, '도착 예정 시간(ETA)' 표시 방식을 유연화해 라이더의 심리적 압박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안전을 비용이 아닌 시스템의 필수 인프라로 인식한 결과이며, 우리 또한 기술적 알고리즘보다 생명 보호를 우선하는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장비도 '안전보다 신속이 우선'이라는 잘못된 관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제는 이 잘못된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속한 배송은 시스템의 효율 개선을 통해 달성해야 할 과제이지, 라이더가 목숨을 걸고 도로를 질주하여 얻어낼 성과가 아니다.

사회를 지탱하는 서비스의 질은 그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타인의 희생 위에 서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사회적 전환을 촉구한다. 첫째,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의 설계를 개선하여 무리한 속도 경쟁을 유도하는 배달 시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 둘째, 라이더 개개인은 속도가 곧 사고와 직결된다는 점을 상기하고, 방어 운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성숙한 문화적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빨리빨리'라는 낡은 구호가 더 이상 도로 위의 안전을 위협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라이더의 권익 보호와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이 소모적인 속도 경쟁을 멈추고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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