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질주] ZXMOTO, 시골 이륜차 정비공의 꿈 세계 정상에 서다

M스토리 입력 2026.04.15 16:46 조회수 26 0 프린트
 
지난호에서 소개했던 다카르 랠리의 이단아 ‘KOVE(코브)’를 기억하는가? 코브를 맨바닥에서 일궈냈던 창업자 장쉐(張雪)는 지난 2024년 초 돌연 자신이 세운 회사를 떠났다. 사람들은 그가 이륜차 업계를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딴 새로운 브랜드 ZXMOTO를 설립했고, 불과 2년여 만인 2026년 3월 전 세계 모터사이클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번 ‘대륙의 질주’ 코너의 주인공은 바로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WSBK)’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점령한 ZXMOTO다.

자신의 이름을 건 두 번째 도전
1987년 후난성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장쉐는 16살 때부터 동네 수리점에서 이륜차 정비공으로 일했다. 프로 레이서가 되고 싶어 빗속을 뚫고 방송국 취재 차량을 이륜차로 쫓아가 묘기를 부렸던 일화는 중국 내에서 유명하다.

장쉐는 자신이 세웠던 첫 회사가 막대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2024년 지분을 포기하고 회사를 떠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투자자들의 간섭 없이 오직 극한의 트랙 퍼포먼스와 하이엔드 기술에만 집중하는 진짜 레이싱 바이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바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ZXMOTO(張雪機車)다.

세계를 놀라게 한 2026 WSBK 더블 우승
ZXMOTO의 목표는 명확했다. 바로 양산형 모터사이클 기반 레이스 중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WSBK 무대였다. ZXMOTO는 지난 3월 28일부터 29일까지 양일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서킷에서 열린 WSBK 하위 클래스인 WorldSSP(슈퍼스포츠 600~800cc급)에 출전해 믿기 힘든 일을 일으켰다. 프랑스 출신 라이더 발랑탱 드비즈(Valentin Debise)가 ZXMOTO의 ‘820RR-RS’를 타고 출전해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모두 휩쓸며 더블 우승을 차지했다.

ZXMOTO의 우승은 중국 모터사이클 제조사가 국제 최정상급 레이스에서 거둔 사상 최초의 우승이다. 수십 년간 이 클래스를 장악해 온 두카티, 야마하, 가와사키 등 유서 깊은 명가들을 압도적인 페이스로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4mm 밸브에 숨겨진 혁신과 인프라는 우승의 원동력
설립된 지 채 3년도 안 된 회사가 어떻게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장쉐의 지독한 엔지니어링 집념과 중국의 고도화된 제조업 인프라에 있다.

820RR-RS의 엔진에는 800°C의 고온을 견디면서도 기존 부품보다 훨씬 가벼운 지름 4mm의 특수 ‘티타늄 알루미나이드(TiAl) 합금 밸브’가 적용됐다. TiAL 합금 밸브 덕분에 엔진의 회전수를 무려 1,000 RPM이나 끌어올리며 코너 탈출 시 압도적인 가속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ZXMOTO의 본사가 위치한 충칭은 2,000개가 넘는 이륜차 부품 기업이 밀집한 지역이다. 설계도만 있으면 며칠 만에 시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충칭의 압도적인 제조업 생태계가 ZXMOTO의 빠른 성장과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 최고 레이스 무대를 향한 야망
ZXMOTO는 레이스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라인업을 전개하고 있다. 창립 직후 선보인 첫 모델 ZX-500RR을 시작으로 이번 WSBK 우승의 주역인 820cc 고성능 엔진 기반의 820RR 양산형 모델을 2026년 3월 공식 출시하며 글로벌 하이엔드 스포츠 바이크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가벼운 차체와 강력한 저속 토크를 무기로 전 세계 라이더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장쉐의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WSBK는 시작일 뿐입니다. 중국 바이크가 MotoGP 시상대 정상에 오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선언하며 다카르 랠리 복귀와 MotoGP 진출이라는 더 거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Made in China’의 새로운 이정표
ZXMOTO의 WSBK 우승은 단순히 한 신생 기업의 성공을 넘어 중국 모터사이클 산업 전체가 가성비 조립 생산에서 글로벌 톱 티어 하이엔드 제조로 완전히 탈바꿈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름때 묻은 손으로 챔피언을 꿈꾸던 시골의 정비공은 20년 뒤 자신이 만든 바이크로 세계 무대 정상에서 체커기를 받았다. 한 남자의 집념이 만들어낸 ZXMOTO의 엔진 굉음은 이제 일본과 유럽 제조사들에게 가장 두려운 경고음이 되었다.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