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회장과 함께 떠나는 바이크 투어] 철마를 타고 전설을 향해 달리다... 낭만의 하노이 저녁

M스토리 입력 2026.03.16 10:58 조회수 24 0 프린트
베트남 전설의 영웅 탄 지옹 장군 동상 앞에서 단체 촬영.

새해를 맞이하는 라이더들의 의식은 국경을 초월해 묘하게 닮아있다. 한 해의 안전을 기원하며 함께 모여 엔진을 깨우고, 가족들과 온기를 나누는 풍경.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다.

베트남에는 음력 설을 뜻하는 ‘뗏(뗏응우옌단)’이라는 명절이 있다. 한국처럼 추석이 온 국민이 대이동을 하는 긴 연휴의 명절이 아니기에, 베트남 사람들에게 뗏은 전후로 열흘 가까이 쉬어가는 1년 중 가장 압도적이고 성대한 축제다. 나는 하노이 HOG 챕터 회장이자 베트남 HOG 연합회장인 탄(Thành)의 특별한 초대를 받아, 그들의 가장 내밀하고도 뜨거운 새해맞이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전설 속 영웅의 산, 속선 사원을 향한 질주
속선 사원 뜰에서 안전기원을 하는 모습.
이른 아침 하노이 할리데이비슨 매장 앞은 뗏을 맞이해 모인 HOG 멤버들의 우렁찬 배기음으로 가득 찼다. 대열을 정비한 우리는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속선(Sóc Sơn) 사원을 향해 스로틀을 감았다.

속선(Sóc Sơn) 기슭에 자리한 이 사원은 베트남의 4대 불사신(사선) 중 하나이자 외세로부터 나라를 구한 전설적인 영웅 ‘탄 지옹(Thánh Gióng)’ 장군을 모시는 성지다. 전설에 따르면 하노이 인근 푸둥의 한 마을의 노부부가 거대한 발자국을 밟은 뒤 탄 지옹 장군을 낳았다고 전해진다. 탄 지옹 장군은 세 살이 되도록 말도 못하고 웃지도 않는 아이였으나 은나라의 침략 소식에 세 살배기 아이가 순식간에 거인으로 성장해 쇠말(鐵馬)을 타고, 쇠 채찍이 부러지자 대나무를 뽑아 적을 물리쳤다. 승리 후 산 정상에서 갑옷을 벗고 쇠말과 함께 승천했다는 이 이야기는 베트남인들의 가슴 속에 불굴의 민족혼으로 맹렬하게 살아 숨 쉰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지옹 축제.
매년 음력 1월이면 속 사원을 비롯한 하노이 곳곳에서는 그의 공덕을 기리는 지옹 축제가 대규모로 열린다. 조국을 구한 영웅을 향한 베트남인들의 깊은 숭배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산 정상에 세워진 거대한 기마 동상 앞에서 헬멧을 벗고 묵념을 올렸다. 철마를 타고 전장을 누볐던 고대의 영웅 앞에서, 현대의 철마(모터사이클)를 타는 라이더들이 한 해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묘한 경건함을 자아냈다.

아리랑과 카쥬, 하나 된 할리의 밤
하노이 HOG 회장단과 함께한 신년 축하 모임.
해가 뉘엿뉘엿 지고, 무대는 챕터 멤버가 운영하는 외곽의 농장 연회장으로 바뀌었다. 낮 동안의 거친 질주를 마친 라이더들은 어느새 다정한 가장이 되어 가족들과 함께 파티장을 가득 채웠다.

화려한 연회 음식과 정성스레 준비한 새해 선물이 오가는 가운데, 나는 한국과 베트남 라이더들의 우정을 기약하며 작은 답례를 준비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악기, 카쥬(Kazoo)로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낯선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던 이내 현지 멤버들이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언어는 달라도 진심은 통하는 법. 아리랑의 선율 위로 덧입혀진 우리들의 합창은 모터사이클 문화가 어떻게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끈끈한 형제로 묶어주는지 증명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따히엔 맥주 거리, 젊음이 끓어오르는 밤
하노이의 명소인 따히엔 맥주거리의 모습.
뜨거웠던 연회의 여운을 안고 하노이의 심장, 구시가지(36거리)로 향했다. 밤이 깊어지자 하노이 최고의 명소 ‘따히엔 맥주 거리’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좁은 골목 양옆으로 플라스틱 테이블과 목욕탕 의자가 끝없이 깔리면, 그곳은 곧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와 현지 젊은이들의 거대한 해방구가 된다. 처음 보는 옆 테이블의 낯선 이방인과도 자연스럽게 유리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치는 곳. 시원한 하노이 맥주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갔다.
역사와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속 사원부터, 끓어오르는 젊음이 진동하는 맥주 거리까지. 하노이의 새해는 그들의 엔진만큼이나 강렬하고, 뜨겁게 고동치고 있었다.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