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회장과 함께 떠나는 바이크 투어] 헬멧을 벗고 만난 하노이의 풍경.. 역사와 낭만, 그 철길 위에서

M스토리 입력 2026.02.13 09:38 조회수 691 0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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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줄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엔진의 고동과 함께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익숙한 나다. 하지만 이번 하노이 여정에서는 잠시 바이크 키를 내려놓았다. 가죽 재킷 대신 편안하고 단출한 복장으로 헬멧 대신 카메라를 둘러멨다. 바이크와 함께 달릴 때는 놓쳤던 하노이의 숨결을 시속 4km의 걸음으로 천천히 들이마시기 위해서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찾는 이들에게 혹은 잠시 쉬어가고픈 라이더들에게 나는 주저 없이 이 세 곳을 권한다.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이 잠든 ‘바딘 광장’, 천 년의 기도를 품은 ‘쩐꾸옥 사원’ 그리고 아슬아슬한 삶과 낭만이 교차하는 ‘기찻길 카페 로드’다.

베트남의 심장… 고요한 울림이 있는 바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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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딘 광장은 1945년 9월 2일 호찌민 주석이 목놓아 독립을 선언했던 바로 그 곳이다. 프랑스 식민정부에 대항한 독립운동가 '바딘'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광장의 드넓은 잔디밭은 짙은 녹색으로 빛나고, 그 중심에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묘소가 엄숙하게 서 있다.

이곳에는 1969년 서거한 베트남의 영웅 호찌민 주석의 시신이 생전 모습 그대로 안치되어 있다. 참배객들의 긴 행렬에 섞여 들어서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서늘한 침묵이 흐른다. 단, 매년 하반기(보통 9월~11월 사이)에는 시신 방부 처리를 위한 러시아 전문가들의 유지 보수 작업으로 인해 관람이 제한되니 방문 전 일정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이곳은 베트남 현대사의 알파요, 오메가다. 봉건 왕조의 종말과 식민지 해방, 그리고 통일 베트남의 환희가 이 광장에 켜켜이 쌓여 있다. 매일 아침 거행되는 국기 게양식과 근위병 교대식은 절도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광장 주변으로 주석궁과 호찌민 관저, 박물관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베트남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시간 여행이 된다.

베트남인들에게는 숭고한 장소인 만큼 예의는 필수다. 민소매, 짧은 치마, 슬리퍼 차림은 입장이 불가능하며 보안 검색도 철저하다.

서호에 핀 붉은 연꽃… 쩐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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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서호로 옮기면 물안개 사이로 붉은 탑 하나가 신기루처럼 떠오른다. 1,500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을 견뎌온 하노이 최고(最古)의 사찰, 쩐꾸옥 사원(진국사)이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보리수나무가 가장 먼저 나그네를 맞이한다. 이 나무는 1959년 인도의 라젠드라 프라사드 대통령이 호찌민 주석에게 선물한 묘목이 자란 것으로 부처가 득도한 장소로 알려진 인도 부다가야의 성스러운 보리수에서 가져온 것이다. 반세기를 넘어 울창하게 뻗은 가지는 베트남과 인도의 우정 그리고 불심(佛心)을 증명하듯 방문객들에게 자비로운 그늘을 내어준다.
 
 
사원의 백미는 단연 11층 석탑이다. 높이 15m의 붉은 탑은 베트남인들이 사랑하는 행운과 번영의 상징이다. 각 층의 여섯 개 아치형 창문마다 보석으로 빚은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어, 총 66분의 부처가 서호를 굽어살피고 있다. 탑의 꼭대기, 보석으로 된 9층 연꽃 받침대는 마치 이 땅의 번뇌를 허공으로 승화시키는 듯하다. 해 질 녘 붉은 탑이 석양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르는 장면은 놓치지 말아야 할 비경이다.

기찻길 카페 로드… 1미터의 스릴, 커피 향 짙은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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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역사와 종교적 평온을 맛봤다면 이제는 날 것 그대로의 하노이를 만날 차례다. 호안끼엠 호수에서 도보로 20분 남짓 가면 낡은 주택가 사이로 좁디좁은 철길이 놓여있다. 바로 ‘기찻길 카페 로드’다.

철로와 집 사이의 간격은 불과 1미터 남짓. 평소에는 카페 앞 의자에 앉아 ‘쓰어다(연유 커피)’를 마시며 새장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즐길 수 있는 평화로운 골목이다. 하지만 기적 소리가 들리면 풍경은 순식간에 바뀐다.
 
 
기차가 들어오면 순식간에 의자들이 치워지고 사람들은 벽으로 몸을 바짝 붙인다. 이내 거대한 쇳덩어리가 코앞을 스치듯 지나간다. 굉음과 진동, 그리고 휘날리는 머리카락. 그 짧고 강렬한 스릴 뒤에 찾아오는 묘한 안도감. 이것이 전 세계 여행자들을 이곳으로 불러모으는 마력이다.

최근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어 예전처럼 자유로운 출입은 어렵지만, 여전히 그 좁은 철길 위에는 하노이 서민들의 삶과 여행자들의 낭만이 위태롭고도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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