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장면을 현실로 만나는 나라” 신비의 요르단 여행

M스토리 입력 2022.11.16 15:16 조회수 2,559 0 프린트
요르단 페트라

[김경우 여행사진 작가와 함께하는 세계 여행]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제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처럼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떠나려고 하니 고만고만한 평범한 여행지는 싫다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나라가 있으니 요르단이다.

요르단이라…. 생소하다. 중동의 작은 소국이라는데 이런 나라가 있었나 싶다. 어쩌다 아시아 지역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승점 쌓기의 제물로 종종 들어본 기억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나라가 갖고 있는 풍광과 유적들은 이미 우리가 브라운관을 통해 숱하게 봤으니.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가장 많이 등장한 나라가 바로 요르단이다.
 
당나귀 뒤로 보이는 고대도시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의 성배가 숨겨져 있던 페트라
왼쪽으로는 이스라엘, 위로는 시리아, 오른쪽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한 요르단은 딱 우리나라 남한 크기의 소국이다. 작은 국토는 대부분 척박한 사막지역이라 인구는 800만명 정도이며 국민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슬람 수니파들이다. 국토는 작지만 요르단은 거대한 신비로 가득한 땅이다.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은 봤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3편인 ‘최후의 성전(1989)’을 봤던 이라면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그의 아버지(숀 코네리)가 성배를 찾아 모험을 떠난 신비한 협곡과 유적이 무척 인상적이었을 거다. 붉은빛 협곡과 바위산 안에 지어진 거대한 사원. 영화 세트장 같던 그곳이 바로 요르단 최고의 유적인 고대 도시인 ‘페트라(Petra)’다.

페트라는 ‘바위’란 뜻으로 기원전 7세기 유목민인 나바테아인들이 세운 도시다. 아라비아 반도의 무역상들이 지중해와 홍해로 갈 때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했고, 거대한 바위 틈새의 골짜기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에 최적의 지형이었다. 제법 번성한 이 고대도시는 106년 로마에게 점령당하고 6세기경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사라졌다가 1812년 스위스의 탐험가 부르크하르트가 다시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다. 

페트라의 상징과 같은 유적은 국립공원 입구에서 ‘시크’라고 부르는 거대한 협곡을 따라 약 3km 쯤 걸으면 마주치는 ‘알 카즈네(Al Khazneh)’. 붉은색 암벽을 깎아서 만든 거대한 신전이다. 구렁이처럼 구불거리는 좁은 협곡을 걷다 알 카즈네의 위용과 마주치는 순간은 요르단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와디 럼 사막
화성에 온 듯한 와디 럼 사막, 영화 <트랜스포머>에도 등장
페트라는 영화 <트랜스포머>에도 등장한다. 외계 로봇 종족의 운명을 쥐고 있는 열쇠 또한 알 카즈네 속에 감춰져있으니 이곳 페트라의 신비지수는 지구는 물론 우주를 통틀어 최고인 것 같지만 페트라조차도 지금 소개할 와디 럼에 비하면 한수 아래다. 와디 럼(Wadi Rum)은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150km 거리인 페트라에서 또 그만큼을 더 내려가면 펼쳐지는 황량한 사막이다. 720㎢ 면적의 와디 럼은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아니라 험준한 바위와 협곡이 가득한,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과 같은 풍광을 갖고 있다. 
 
와디럼 사막
기상천외한 바위산들을 수없이 품고 있는 와디 럼은 그곳에 가본 적은 없지만 마치 화성의 풍광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트랜스포머>의 외계 로봇들의 본거지였으며 <레드 플래닛> <혹성탈출> 등 수많은 공상과학영화에서 외계 행성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토록 전혀 지구상이 아닌 것 같은 풍경은 공상과학영화의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붉은 빛 모래와 사암 절벽이 가득한 와디 럼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특별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부터 <미생>까지
와디럼 사막
수많은 SF영화의 촬영지로 등장한 와디 럼이지만 이곳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영화는 전설의 명작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아랍인들을 위해 싸웠던 영국군 장교 T.E. 로렌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에서도 와디 럼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으로 분한 피터 오툴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베두인족 전사로 등장한 오마 샤리프의 위엄과 아름다움이 빛나던 영화. 수천 명의 베두인족들이 말을 달리던 광대한 영상미는 이 영화를 그해 여러 개의 오스카상을 휩쓸게 했는데 와디 럼 사막의 풍광이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실제 로렌스는 터키군의 요새가 있던 요르단 최남단의 해상도시 아카바를 점령하기 위해 와디 럼을 근거지로 삼았었는데 영화의 유명세 덕분에 ‘로렌스의 집’, ‘로렌스의 샘’ 등 사막 곳곳에서 로렌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미생 배경으로 등장한 요르단 암만 시내 풍경

요르단이 품은 신비한 장소들이 할리우드 영화에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4년 대한민국에 ‘직장인의 비애’ 열풍을 불러왔던 드라마 <미생> 또한 마무리를 요르단에서 불태웠다. 장그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중고차 사업을 위해 요르단을 찾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요르단의 이국적인 풍광이었다.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만화가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요르단에서 일을 했기에 등장한 셈이지만 ‘미생(未生)’이 ‘완생(完生)’으로 가는 과정에 찾을 장소로 요르단은 참 어울렸다. 이렇게 즐겨본 영화나 드라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요르단을 찾아도 좋지만 요르단은 역사적이나 종교적으로도 의미가 큰 나라다. 제라쉬(Jerash)를 비롯한 수많은 로마 제국의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마다바(Madaba), 느보 산(Mt. Nebo) 등 예수나 모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성지다.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오랫동안 여행을 못가본 사람에게 요르단은 영화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상상을 현실 속에서 이루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일 것이다.
요르단 음식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