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전에 주차할 곳부터 만들어라... 이륜차 주정차 과태료 강화에 라이더들 집단 반발

M스토리 입력 2026.08.03 16:16 조회수 86 0 프린트
 


경찰청이 이륜차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배달 라이더와 이륜차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라이더들은 공영주차장조차 이륜차 이용이 어려운 현실에서 과태료 부과만 확대하는 것은 법을 지킬 수 없는 환경을 방치한 채 처벌부터 강화하는 정책이라며 제도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은 지난 7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이륜차 주차금지법 반대 및 대책 촉구'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약 200명의 참가자들은 이륜차를 타고 경찰청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며 이륜차 주정차 과태료 부과 추진 철회와 주차 인프라 확충을 요구했다.

번호판만 확인해도 과태료…단속 방식 대폭 강화
논란의 중심은 경찰청이 지난 6월 19일 입법예고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이륜차가 주정차 규정을 위반할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은 9만 원, 소방시설 주변과 노인·장애인보호구역은 6만 원, 일반지역은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같은 장소에 2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에는 1만 원이 추가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운전자가 현장에 없어도 번호판만 확인하면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운전자를 현장에서 적발해야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동차와 같은 방식의 무인 단속이 가능해진다.

경찰청은 이륜차 주정차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이 없었던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라이더들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주차할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230만 대 달리는데 주차장은 사실상 없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내 등록 이륜차가 230만 대를 넘어섰지만 이를 수용할 주차 인프라는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카페 '바이크튜닝매니아' 운영자인 김민상 대표는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다른 교통정책은 OECD 국가와 비교하면서도 이륜차 정책만큼은 후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정작 이륜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현장의 현실을 모른 채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 주차 차량은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정작 이륜차만 집중적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이륜차도 자동차인 만큼 동등한 권리와 주차 여건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전창욱 대표도 "책상에서 규제를 만들 것이 아니라 현장의 현실을 먼저 살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주차 인프라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태료는 결국 생계형 라이더에게 가장 큰 부담"
배달 현장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은 과태료 제도가 시행되면 가장 큰 피해는 생계형 라이더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12년째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성중 씨는 "현재도 음식점 앞에는 이륜차를 잠시 세울 공간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잠깐 픽업을 하는 동안에도 과태료를 걱정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배달 업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에도 경찰청이 과태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주차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시행령 개정부터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영주차장조차 이륜차 주차를 거부하는 현실에서 과태료부터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이륜차를 세우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공영주차장 개방과 전용 주차구역 확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마련 등 현실적인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배달 라이더는 하루 일을 하지 못하면 곧바로 생계에 영향을 받는다"며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기 전에 최소한 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견서 제출…8월 정책 간담회서 첫 공식 논의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라이더와 시민 등 4천여 명의 서명이 담긴 의견서를 경찰청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중단 △이륜차 주차공간 확충 △라이더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주차 인프라 마련 후 제도 시행 등의 요구가 담겼다.

이번 논란은 다음 달 국회에서 첫 공식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오는 8월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는 경찰청과 라이더 단체,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정책 간담회가 열려 이륜차 주정차 제도 개선 방향과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논의 결과가 주차 인프라 확충과 단속 강화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