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배달 라이더도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인정 첫 판결

M스토리 입력 2026.07.16 15:25 조회수 4,536 0 프린트
서울고법

배달 플랫폼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고등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명의 라이더에 대한 해고 무효 여부를 넘어, 배달 플랫폼 산업의 고용 구조와 운영 방식, 나아가 배달 이륜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8-1부는 지난 3일 배달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제기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인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계약 해지는 해고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법원이 플랫폼 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본격적으로 인정한 첫 고등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앱으로 일하지만 실질은 회사 지휘·감독
재판부는 라이더가 자유로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근무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회사는 배달료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을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앱 알고리즘과 관리자를 통해 배차를 통제했다. 출퇴근과 휴가 관리, GPS를 활용한 위치 확인, 복장 규정, 묶음배달 제한 등 업무 전반에서도 회사의 관리가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보수를 목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한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라이더가 플랫폼을 통해서만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독립적인 사업자로 보기 어렵고, 건당 지급되는 배달료 역시 실질적으로 노동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플랫폼 노동자에 맞는 입법 필요…입법 전까지는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해야
이번 판결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플랫폼 노동에 대한 입법 공백을 법원이 직접 지적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적합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입법이 마련될 때까지는 근로기준법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다른 플랫폼 노동 관련 소송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 "플랫폼 사용자 책임 인정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플랫폼을 통해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보험과 퇴직금, 연차휴가 등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우선 노동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반박하도록 하는 '노동자 추정제도'의 조속한 도입과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달업계 산업 구조 변화 불가피
이번 판결은 향후 배달 플랫폼 산업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확정되거나 관련 입법이 뒤따를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라이더에게 4대 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최저임금, 부당해고 제한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만큼 플랫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배달 수수료 체계나 라이더 운영 방식, 플랫폼의 고용 형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이륜차 시장에도 영향 미칠까
이륜차 업계 역시 이번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배달 시장과 국내 이륜차 시장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기 때문이다. 향후 라이더가 근로자로 인정되는 사례가 확대될 경우 사업주가 직접 차량을 운영하거나 법인 명의의 이륜차를 도입하는 방식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플랫폼 운영 비용 증가가 배달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경우 신규 이륜차 수요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판결이 곧바로 모든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법원 역시 개별 계약 형태와 실제 업무 수행 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대법원 판단과 입법 과정이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플랫폼 노동 논의의 출발점
이번 판결은 한 명의 라이더가 제기한 소송을 넘어 플랫폼 노동의 법적 성격을 다시 묻는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플랫폼 산업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배달 플랫폼이 이미 국민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플랫폼 기업과 라이더, 정부 모두에게 새로운 제도적 해법을 요구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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