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주차할 곳도 없는데 과태료부터?... 라이더들, 경찰청 앞에서 이륜차 주정차 과태료 부과 개정안 반발

M스토리 입력 2026.07.16 15:23 조회수 4,508 0 프린트
라이더유니온지부와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소속 회원들이 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이륜차 주정차 위반 과태료 부과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경찰청에도 이륜차 주차장이 없는데, 우리는 어디에 세우라는 겁니까?"

이륜차 불법 주·정차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싸고 배달 라이더와 이륜차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단속 강화에 앞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륜차 주차 공간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이륜차 커뮤니티 바이크튜닝매니아는 지난 7월 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갓길에 세우라"는 경찰…기자회견 전부터 벌어진 '아이러니'
 
기자회견 전 경찰청 주차장에 주차를 시도하다 주차를 거부 당해 대치하고 있는 라이더들의 모습.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 전부터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경찰청을 찾은 라이더들이 이륜차를 주차하려 했지만 경찰은 청사 내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갓길 주차를 안내했다.

참가자들은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겠다면서 정작 경찰청조차 이륜차 주차 공간이 없어 갓길에 세우라고 안내하는 것은 정책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지부장은 "시위를 위해 주차하려던 것이 아니라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주차하려 했을 뿐"이라며 "경찰청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자체적으로 이륜차 주차 공간조차 마련하지 않은 현실이 지금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제대로 주차하고 싶다.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경찰의 역할"이라며 "주차 대책 없이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은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운전자 없어도 과태료…이륜차도 자동차처럼 단속
기자회견 이후 경찰청 민원실에 이륜차 운전자 4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반대 의견서를 전달하는 모습.
논란이 된 개정안은 경찰청이 지난 6월 19일 입법예고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현재 규정이 없었던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태료는 △어린이보호구역 9만 원 △소방시설 주변 및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6만 원 △일반지역 3만 원이며,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위반하면 1만 원이 추가된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운전자를 적발해야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동차처럼 운전자가 없어도 번호판을 확인해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경찰청은 "이륜자동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기준이 없었던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이륜차 주차장은 693면, 신고된 이륜차는 42만 대
그러나 라이더들은 가장 큰 문제는 단속이 아니라 주차 공간 부족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주차장법은 지난 2012년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이륜차 전용 주차구획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설치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사용 신고된 이륜차는 약 42만 대에 달하지만 이륜차 주차면은 693면에 불과하다. 상당수 공영주차장과 민영주차장에서는 법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경우에도 이륜차 주차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남훈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사무총장은 "전국 이륜차는 230만 대가 넘는데 전용 주차면은 약 1700면 수준"이라며 "0.05%에 불과한 주차 공간만 마련해 놓고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배달 인프라 흔들릴 것
배달업계 역시 우려를 나타냈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은 "배달은 이제 사회의 중요한 생활 인프라"라며 "음식점 대부분이 별도의 주차 공간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단속만 강화하면 라이더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배달 플랫폼의 조리 대기 시스템 확대 등으로 라이더들의 대기 시간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정차 공간조차 확보하지 않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 참석한 배달 라이더 김영민 씨도 "배달료가 2000원 안팎인 주문도 많은데 사진 한 장으로 계속 신고돼 과태료를 물게 되면 사실상 일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호소했다.

단속하기 전에 주차 공간 확보부터 먼저 해결해야
전창욱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회장은 "교통단속의 목적은 안전 확보와 교통질서 확립에 있다"며 "주차 공간도 마련하지 않은 채 과태료부터 부과하는 것은 결국 상업용 라이더를 탄압하는 정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 확보와 자동차와 동등한 주차시설 이용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경찰은 시행령 개정을 철회하고 정부는 먼저 이륜차 주차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청 민원실에 이륜차 이용자 4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가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17일 경찰청 앞 집회와 행진 등 추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