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영업용 배달 이륜차를 대상으로 전면 번호판 의무 부착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모든 이륜차로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이륜차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륜차의 신호위반과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실시간으로 단속해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술적 한계와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이륜차 전면 번호판의 의무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하반기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에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전면번호판 의무화 범위나 전면 번호판 형식 등 세부적인 추진 방안은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회에서 규제 대상을 전체 이륜차로 넓히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안전성 우려와 기술적 한계… 전문가들 단속 기대하기 어려워
현행 자동차관리법이 이륜차 번호판을 후면에만 부착하도록 규정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이륜차 전면에 금속성 번호판을 장착할 경우 보행자와 충돌 시 칼날처럼 작용해 더 큰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안전성 우려가 있다. 고속 주행 시 난기류를 일으켜 조향에 장애를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자동차와 달리 앞면 구조가 제조사나 모델별로 제각각이어서 번호판을 부착할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전면 번호판 부착 근거가 없고, 제작·수입 단계에서 이를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부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효성 논란도 뜨겁다. 이륜차 전면에 번호판을 달더라도 현행 단속 시스템으로는 포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현행 전면 카메라 방식의 무인 단속 장비는 사륜차의 규격에 맞춰져 있어 이륜차 전면에 번호판을 부착하더라도 번호를 정확히 인식해 단속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풍선 효과'와 차량 가격 상승… 선진국 추세와도 역행
이번에 조인철(광주서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획일적인 강제 방식에 따른 반발을 의식해 이륜차의 전면과 후면에 각각 번호판을 붙이되 이륜차의 용도와 구조, 주행 안전성 등을 고려하여 부착 대상과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유연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유연화 방식도 시장 왜곡만 낳을 뿐 기대하던 효과는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구조상 전면 번호판 부착이 용이한 특정 모델의 수요는 급감하는 반면, 부착이 불가능한 모델로 선호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정안은 제작·수입업자에게 전면 번호판 부착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는데 이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전면 번호판 도입은 세계적 추세와 거리가 멀다. 싱가포르, 인도, 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안전상의 이유로 후면 번호판만 허용하고 있다. 이륜차 통행량이 압도적인 베트남 역시 전면 번호판 대신 후면 단속 장비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교통질서를 잡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조인철 의원은 “번호판이 뒤에만 있어 전면 단속망을 빠져나가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난폭운전을 근절하기 어렵다”며 “처벌 목적이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만큼, 법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제도 도입의 공백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목표치 5% 그친 시범사업… 국토부 "기피하니 의무화 추진"
이륜차 전면 번호판 제도의 실효성 의문은 정부가 직접 진행한 시범사업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부산, 대전 등 특·광역시와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 11개 지역의 영업용 배달 이륜차를 대상으로 전면 번호판 부착 시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정부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전면 번호판을 부착한 라이더에게 보험료 할인과 오일 점검 비용 지원 등유인책을 내세우며 총 5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지난해 10월 18일 기준 시범사업 참여자는 목표치의 5.2%에 불과한 260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의미한 단속 효과나 안전성을 증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표본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규제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시범사업 참여가 저조한 이유를 전면에 번호가 생기면 단속될 확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운전자들이 기피하기 때문으로 해석한 것이다. 정부가 전면 번호판의 기술적 결함이나 안전상의 우려 등 현장의 목소리를 살피기보다 단속 기피 심리만을 탓하며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역시 시범 사업과 연구 용역을 통해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업계의 반발과 규제를 신설하려는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