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스크램블러로 다녀오는 제주투어 - 2 -

입력 2026.01.02 11:07 조회수 721 0 프린트
 

이번엔 지난 편에 이어서 지난 10월말에 다녀온 제주 투어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불과 한달 사이에 날씨는 한겨울이 되어버려 내가 다녀온 임도들도 다른 모습이겠지만 바이크투어에서 목적지는 그 경험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오고 가는 여정이 전체 경험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며 글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 

지난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몇년간 나는 겨울에 제주를 여러 번 바이크로 다녀왔지만 모두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와 함께였고 그래서 오솔길과 임도들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해변도로 중심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었는데, 이번 여행은 올해 초에 기추한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를 가지고 다녀왔기에 그 경험이 많이 달랐다. 할리와의 차이는 여러 측면에서 할리와 스크램블러의 장단점이 교차하기에 어느 것이 특별히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400x는 할리 투어링에 비해서 가볍고 서스펜션도 유연하기 때문에 그동안 엄두도 내지 않던 임도과 자갈밭도 큰 부담없이 들이밀어 볼 수 있던 점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였다. 

지난 1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제주에서의 첫날과 둘째날까지는 네이버 위성지도를 통해 괜찮아 보이는 임도 중심으로 무작정 들이밀어 보았는데, 그 ‘딱한’ 사정을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인친이 소개해 준 비단임도를 시작으로 의외의 곳에서 멋진 임도와 초원을 찾게 되어 3일차와 4일차는 알차게 흙길을 누비며 달릴 수 있었다.

제주의 순환도로만 타서는 제주해안의 진가를 반도 알기 어렵고 해안의 오솔길을 다녀봐야 알 수 있듯이 제주의 임도도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산간도로만을 왕복해서는 알 수 없고 중산간의 도로 중간 중간에 있는 샛길들을 들어가야 제주 산간의 멋진 임도를 볼 수 있다.  다만, 처음 제주의 임도를 찾는 입장에서는 사유지이거나 차단기가 내려와 통행이 제한된 도로가 많아 그 수고가 많을 뿐이다.

인스타 지인이 알려 준 임도는 1100도로를 타고 서귀포에서 1100 고지까지 가는 중에 있는 짧은 비단임도였는데 나무와 풀로 온전하게 뒤덮인 피톤치드 가득한 임도였다. 제주에서 처음 만난 제대로 된 임도이기에 길이는 5km 남짓으로 짧지만 너무 반가워 여러 번 왕복했다.  이 임도 뒤에 1100도로와 516도로에서 임도를 찾아 들어가는 요령을 알게 되었는데 그렇게 다니면서 보니 이런 임도가 제주에는 지천이고 모두 제주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중산간 임도를 쭉 돌아본 후에 성산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올 법한 멋진 초원도 만났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 곳도 한두곳이 아니고 더 넓은 초원도 있더라 (여긴 제주를 떠나는 날에 알게 되어 다음을 기약한다).
 
 
제주는 참 매력이 많은 섬이다.  현무암과 바람을 제외하더라도 그 문화가 육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건물과 도로, 카페, 식당과 숙소에서도 느끼게 된다.  불과 한달 사이게 한겨울이 되는 바람에 이제 중산간의 임도들은 눈으로 덮이고 제주도의 특성상 제설이 잘 되지 않아 1100도로나 516도로 등의 산간도로는 바이크로 가기엔 부담스러운 상태가 되었겠지만, 눈이 녹는 내년 3월 친구의 ‘제주 한달 살기’가 시작되면 무료숙박(?)의 강점을 살려 좀 더 오래 머물며 제주의 중산간 구석구석을 다녀 볼 생각이다.

이번 제주투어는 원래 4박5일 일정으로 계획했지만, 제주에서 완도행 배를 타고 완도로 들어간 4일차 밤에 해남부터 목포까지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옷이 너무 젖어서 목포 숙소에서 하루 더 머무르며 휴식하고 6일차에 판교로 복귀했는데 스크램블러로 우천투어를 한 건 처음이지만 투어러인 할리 로드글라이드에 비해 비가 오는 중에도 불안감이나 피로도가 높지 않은 점은 살짝 놀랐다.  

그리고, 지난 편에 간단히 전했던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의 20만Km 메이저 메인터넌스는 11월말에 끝나 바이크를 탁송 받았다.  당초 예상했던 교환대상 소모품들은 너무 상태가 양호했기에 그대로 사용하고,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여파가 큰 부품들을 예방정비 하는데 집중해서 서스펜션, 드라이브트레인(벨트, 앞/뒤 풀리), 흡기매니폴드 등을 모두 교체하는 바람에 비용은 제법 나오긴 했지만 꼼꼼하기로 정평이 있는 H&M모터스 사장님을 믿고 모든 예방정비를 마무리했다.  시승해 본 바, 교체한 앞 서스펜션은 그동안의 푹신한 서스펜션에서 유럽차의 탄탄한 서스펜션의 느낌으로 변신해서 코너를 공격적으로 타기에 더 좋아졌고, 문제는 없었지만 약간의 유격이 있던 드라이브트레인은 신차의 느낌으로 짱짱해졌다.  그 밖에 엔진을 제외한 바이크 전체를 분해정비한 것이라 의심의 여지가 있는 트랜스미션 등의 베어링과 고무부품들도 모두 교체되었기에 앞으로 30만km까지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장거리 투어를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은 게 이번 정비의 가장 큰 수확이다 (마일리지가 높은 바이크들은 혹시 투어 중에 무슨 고장이 있을지 찜찜해서 장거리를 잘 가지 않는데 그 우려는 이제 내게서 사라졌다).

비록 이제 한겨울이라 장거리 투어는 쉽지 않겠지만, 독자 여러분들도 안전하고 즐거운 ‘바이크 관리 라이프’(겨울이라 어쩔 수 없다)를 즐기시고, 멋진 2026년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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