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바이크 이야기] 할리데이비슨 20만km 정비와 제주투어 준비

M스토리 입력 2025.11.17 18:21 조회수 707 0 프린트
H&M모터사이클즈.

새삼스럽지만 올해 초, 나는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를 새로 들였다. 신선한 재미에 빠져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를 타는 시간이 전보다 줄었다. 그 덕에 조금 늦어진 감이 있지만, 어느덧 내 로드글라이드의 계기판이 20만km를 찍었다.

처음 할리데이비슨으로 입문해 포티에잇을 거쳐 정착한 로드글라이드. 로드글라이드와 함께한 8년의 시간은 내 바이크 인생의 중심이었다. 수많은 계절과 도로를 함께 달리며 단 한 번의 큰 고장도 없이 나를 믿음직하게 이끌어준, 고마운 동반자다.

바이크의 20만km는 자동차의 그것과는 다르다. 주변을 둘러봐도 10만km를 넘긴 바이크조차 드물고, 있다 해도 대부분 20년이 훌쩍 지난 고참들이다.

그러니 8년 만에 20만km를 주행한 내 경우는 흔치 않다. 기계의 컨디션에 예민한 편인 나는 기본 점검 외엔 이상징후가 느껴질 때만 신속히 조치하는 스타일이다. 로드글라이드 역시 그런 방식으로 함께했다.
 
 
나는 매 7,000km 전후로 엔진오일을 교환한다. 대신 한 번에 엔진, 미션, 프라이머리 등 이른바 3종 오일을 모두 교환하는 주기를 고수했다.

정비는 늘 할리데이비슨 용인점에서 맡겼고, 오일 교환 시 드라이브벨트 텐션이나 공기압 등을 함께 점검받았다. 그게 전부다.

놀랍게도 드라이브벨트, 클러치 디스크, 뒷휠 베어링 등은 여전히 출고 상태 그대로다. 20만km를 달린 바이크치고 이 정도의 상태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 해도 궁금증과 약간의 불안은 남았다. 그래서 미국 MMI 과정을 수료한 정비사가 운영하는 대전 H&M 모터사이클즈에 로드글라이드를 맡겼다. ‘할리 전문점’이라는 명성답게 점검은 꼼꼼히 진행되고 있으며, 드라이브 트레인과 엔진을 중심으로 한 전반 점검에는 약 한 달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첫 점검 결과는 고무적이다. 프라이머리 커버를 열어본 대표가 “믿기 힘들 만큼 상태가 좋다”고 할 정도였다. 클러치, 컴펜세이터, 클러치바스켓, 벨트 텐셔너 슈, 베어링 등 모두 마모나 소음이 거의 없었다. 다른 부품들의 상태에 대해서도 기대가 된다. 여전히 연비도 신차 시절과 비슷하게 20km/L 이상을 유지 중인 만큼 엔진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결과는 다음 달쯤 나올 예정이다.

로드글라이드가 정비를 받는 동안, 내 주력은 자연스레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로 바뀌었다. 덕분에 그동안 놓쳤던 400cc 클래스의 매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

가장 먼저 체감한 건 선적비의 경제성이다. 제주도행 카페리에 로드글라이드를 실을 때는 편도 12만 원이 들었지만, 400cc 미만의 스크램블러는 단돈 3만 원.

이번에도 그 장점을 살려, 10월 말 (혹은 비가 오면 11월 초)에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목포를 거점으로 하루 쉬었다가 제주에 들어가 2박, 다시 목포에서 1박을 하고 귀가할 예정. 제주에서 날씨가 좋으면 하루쯤 더 머물 생각이다.

그동안 제주를 15바퀴쯤 돌았으니, 포장도로는 이제 손바닥처럼 익숙하다. 이번엔 할리로는 들어가기 부담스러웠던 제주의 임도(林道)를 중심으로 달릴 예정이다. 천혜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여행이 될 것이다.
 
임도에 어울리는 스크램블러. 가벼운 차체에 경제적인 유지비 등에서 장점이 있다.
스크램블러 400X는 1만1,500 km를 달린 지금도 하루 400km 정도의 투어가 무리 없다. 연비 30km/L, 가벼운 차체, 그리고 경제적인 유지비 등 400cc 클래스의 진정한 장점을 체감 중이다.

계절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잦은 비로 미뤄졌던 제주행은 이제 기온 하강이라는 또 다른 변수 앞에 서 있다. 짐이 늘어나고, 준비는 많아졌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일부다.

숙소를 고정하고 가볍게 다닐지, 아니면 짐을 모두 싣고 자유롭게 떠돌지는 현지에서 결정할 생각이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투어 코스와 숙소를 추천받고 있는데, 그 정확도와 속도에 놀라고 있다. AI를 투어의 도우미로 활용해보시라. 당신도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곧 영하의 날씨가 찾아올 테지만, 독자 여러분도 늦가을 단풍의 마지막 불빛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안전한 주행, 그리고 마음에 남을 한 장면을 위해 오늘도 시동을 건다.      

나의 할리데이비슨 관리법(참고만 하시라)
바이크를 오래 타다 보면, 내 기계의 ‘컨디션’이 손끝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할리데이비슨을 10년 넘게 타오면서 나름의 관리 습관을 만들어 왔다.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경험으로 체득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그 이야기를 공유해본다.

1. 오일류 관리 - “엔진오일 두 번에 한 번, 프라이머리와 미션오일 교환”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계열은 엔진, 프라이머리, 트랜스미션 오일이 각각 분리되어 있다.

공식 매뉴얼에서는 엔진오일 두 번 교체할 때마다 프라이머리/미션오일을 한 번 교환하라고 권장한다.

미국 기준으로는 엔진오일 교환주기가 약 8,000km(5,000마일)이지만, 우리나라 도로 사정이나 정체 구간 등을 고려하면 그보다는 조금 더 자주 교환하는 것이 좋다. 국내 영업점에서는 보통 4,000km 주기를 권장한다.

나는 도심 주행이 적고 장거리 투어가 많기 때문에 약 7,000km마다 교환했다. 대신 오일은 할리 순정 합성유(Syn3)를 사용했다. 프라이머리와 미션오일은 순정 포뮬러 오일로 교환했다.

2. 작동유 관리 - “브레이크액과 클러치액은 2년에 한 번”
내 로드글라이드는 유압식 클러치 모델이다. (최근 모델들은 케이블식으로 바뀌었는데, 솔직히 원가절감이 아닌가 싶다.)

클러치액은 브레이크액과 마찬가지로 DOT4 규격을 사용한다. 이 액체류는 주행거리보다 시간 경과에 따라 수분을 흡수하고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2년에 한 번 교환하는 게 좋다.

한때 나는 브레이크액만 2년마다, 클러치액은 3년에 한 번 교체했는데… 그 결과 액추에이터가 사망했다. 리저브 탱크를 열었을 때의 오염도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 이후로는 브레이크액과 클러치액을 모두 2년 주기로 교체한다.

3. 타이어 관리 - “마모 한계 전, 교체가 정답”
장거리 주행이 잦은 나는 타이어를 꽤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타이어는 주행 스타일에 따라 마모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내 경우에는 마모 한계선에 도달하기 직전에 교체한다. 경험상 마모가 한계에 가까워지면 그 이후부터는 급하게 닳기 시작해 1,000km도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아직 탈 만하다’ 싶을 때 미리 교체하는 게 결국은 더 안전하고 경제적이었다.

4. 연료 선택 - “공랭엔진이라면 고급유가 낫다”
마지막은 늘 논쟁이 되는 주제, 일반유 vs 고급유다.

나는 일교차가 크고 여름철 무더위가 심한 한국의 기후에서, 공랭식 엔진의 노킹 방지를 위해 고급유 사용이 안전하다고 본다.

그래서 할리와 스크램블러 모두 고급유를 주유한다. 다만, 부득이하게 고급유 주유소가 없을 때는 일반유를 최소량만 넣고, 이후 고급유 주유소를 발견하면 풀주유한다.

차이는 명확하다. 연비와 배기음이 확실히 달라진다.

단, 한두 번 넣어서 체감하긴 어렵다. 꾸준히 고급유를 사용해보면 그 차이를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이크 관리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애정을 쏟는 만큼 기계는 보답한다는 것이다.

매번 시동을 걸 때마다 들려오는 엔진음이 한결같기를 바란다면,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동행의 예의’다.
장준영
M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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