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동북부 이싼 지방에 자리한 우본 라차타니. 이름 그대로 ‘연꽃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에서 태국 전역의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였다. 굉음을 울리는 바이크와 뜨거운 환호, 황금빛 촛불이 어우러진 2026 Thailand H.O.G. Rally는 단순한 모터사이클 행사를 넘어 국경과 언어를 넘어선 라이더들의 축제였다.
붉은악마 라이더스클럽 김종성 회장은 이번 랠리에 한국 라이더를 대표해 참가했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랠리 현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우본 라차타니의 오래된 사원과 박물관을 거닐고, 골목의 국숫집에서 현지의 맛을 만났으며, 야시장의 불빛 아래에서 태국 사람들의 일상을 마주했다. 바이크로 달린 길은 어느새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의 길이 되었다.
때로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목적지가 아니다. 길 위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의 미소, 우연히 맛본 한 그릇의 음식, 사원의 고요함, 그리고 함께 달렸던 사람들의 얼굴이다. 우본 라차타니에서 보낸 며칠은 그렇게 한 라이더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풍경이 되었다.
- 편집자 주 -
나는 행사 개최 이틀 전 이번 행사의 주관을 맡은 할리데이비슨 우본 랏차타니 매장을 찾았다. 축제 전날 밤, 야외 테라스에서 환영 전야제 파티가 열렸다. 시원한 맥주와 태국 간식들, 라이브 음악, 그리고 국경을 넘어 오랜만에 만난 라이더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축제의 열기를 뜨겁게 예열했다. 야외 공식 포토존에서는 서로 따뜻한 포즈로 기념 촬영을 하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모터사이클이라는 하나의 열정으로 묶인 우정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웅장한 그랜드 투어링과 뜨거운 환호
약 40여 분간의 그랜드 투어링은 우본 랏차타니의 상징인 퉁시므앙 공원(Thung Si Mueang)의 거대한 황금 양초 조각상 앞으로 집결해서 모든 챕터가 모여 화려한 황금 촛대 구조물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는데 나 역시 코리아 H.O.G. 챕터 깃발을 들고 맨 앞에 함께하여 당당히 한국 라이더들의 높은 위상과 프라이드를 증명했다. 이어서 준비된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지역 사회를 위한 CSR 기부금(100,000 THB) 전달식이었다. 지역의 발전과 화합,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H.O.G.의 사회공헌 정신을 다지는 자리에서 지역 주민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며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였다.
역사와 미식이 숨 쉬는 우본 랏차타니 탐방
행사 후 며칠간 유서 깊은 우본 랏차타니를 여행하며 진정한 이싼 지방의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기 위해 시내의 유명 사원과 박물관을 찾았다. 우본 랏차타니의 문화적 자부심이 서린 ‘국립박물관(Ubon Ratchathani National Museum)’에 들어서니 따스한 파스텔톤 노란 외벽과 정갈한 박공지붕이 돋보이는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나를 반겼다. 입구에는 국왕의 초상화와 태국 국기가 정숙하게 도시의 깊은 역사를 전해주고 있었다.
내부 전시실로 들어서자 아늑한 조명과 은은한 원목 바닥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시관 내부에는 선사시대 토기와 고대 장신구, 역사적 기록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도시의 기원과 발자취를 깊이 있게 조명해 주고 있었다. 박물관 탐방을 마치고 나온 담장 옆 길가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장인의 손길로 나뭇가지를 깎아 새총을 만들고 계신 노인분의 모습을 만났다. 소박한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전통적 삶의 방식을 이어가는 현지인의 삶과 짙은 진정성이 가슴 깊이 들어왔다.
우본의 역사 탐방에 이어 대표 미식을 맛보기 위해 찾은 곳은 소박한 로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Guay Jub Ubon' 국숫집이다. 파란 파라솔 아래 손님들과 라이더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가게 입구는 정겨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식당 내부 벽면에는 2024년, 2025년을 넘어 2026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꾸준히 획득한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빕 구르망 인증 패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테이블에 놓인 쌀국수 한 그릇은 환상적인 맛과 비주얼을 자랑했는데 십수 년간 태국의 북부와 남부까지 여러 지방을 다니며 이름난 국수를 맛보았지만, 이처럼 맑고 깊은 육수의 맛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푸짐하게 올라간 돼지고기 수육, 쫄깃한 미트볼(어묵), 아삭한 숙주나물은 투어링의 피로를 순식간에 녹여주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대표적 사찰인 '왓 퉁 시 무앙(Wat Thung Si Muang)'이다. 사원 뜰 안으로 들어서면 연못 한가운데 정교하게 올려진 목조 건물 '호 트라이(경전 보관소)'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흰개미나 습기로부터 신성한 불경을 보호하기 위해 수중에 지어진 이 독특한 양식은 오랜 세월을 견뎌낸 태국 전통 건축의 지혜와 우아한 미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마침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인력거를 보고 종탑 앞에서 정겹게 기념 촬영을 하였는데, 땀방울 속에 웃음을 잃지 않는 현지인과의 짧은 교감은 소중하고 따뜻한 순간으로 남았다.
해 질 녘 시작된 주말 야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길게 늘어선 음식 상점들, 활기차게 오가는 이들 속에 우본 랏차타니 야시장과 워킹스트리트의 분위기가 활짝 피어났다. 야시장 한복판에 태극기가 돋보이는 한국식 치킨 상점이 눈길을 끌었는데, 바삭한 치킨 조각들이 진열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야시장 탐방의 하이라이트로 '과일의 왕' 두리안을 즉석 시식했다. 헬멧을 내려놓고 손에 든 잘 익은 황금빛 두리안 속살은 크리미하고 진한 달콤함을 선사하며 여행의 피로를 깔끔하게 씻어주었다.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심동(心動)
이번 태국 내셔널 랠리는 나에게 고요한 사원의 정적에서 야시장의 뜨거운 열기까지, 우본 랏차타니의 길 위에서 마주한 모든 순간을 가슴 뛰는 삶의 찬가로 전해주었다. 한국으로 출발하는 공항에서 바이크의 엔진은 멈추었지만, 이국땅에서 스쳐 간 미소와 풍경들은 나의 심장 속에 영원한 심동(心動)으로 남아서 또 다른 감동의 길을 향해 차고 나아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