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레이스의 열기가 식어가는 겨울 라이더들의 아드레날린은 실내 스타디움으로 향한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거대한 흙더미와 점프대, 그 위를 나르는 머신들의 향연. 세계 최고 권위의 실내 오프로드 레이스, ‘2025 FIM 월드 슈퍼크로스 챔피언십(WSX)’이 5개 대륙을 도는 대장정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그리고 2025년 가장 정점에 선 브랜드는 바로 ‘스즈키’였다.
세계 최고 권위의 실내 오프로드 레이스, 월드 슈퍼크로스
월드 슈퍼크로스 챔피언십(FIM World Supercross Championship, WSX)은 국제모터사이클연맹(FIM)이 공인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실내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레이싱 대회다.
FIM의 승인을 받아 호주 프로모터 ‘SX Global’이 운영하며,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대형 스타디움을 무대로 개최된다.
월드 슈퍼크로스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흙 언덕과 점프대, 다양한 굴곡을 갖춘 스타디움 트랙에서 모토크로스 머신으로 순위를 다투는 경기다. 실내와 실외를 넘나드는 트랙 구성과 짧고 강렬한 레이스 전개가 특징으로, 겨울 시즌에도 모터스포츠 팬들의 열기를 이어가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로드 레이싱이 비교적 온화한 봄부터 가을까지 시즌을 이어간다면, 겨울에는 오프로드 레이싱이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25 FIM 월드 슈퍼크로스 챔피언십은 바이크의 배기량과 성능에 따라 SX1과 SX2 두 개 클래스로 운영됐다.
SX1 클래스는 최상위 프리미어 클래스다. 최대 450cc 4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하는 머신이 출전하며, 16세 이상 라이더가 참가할 수 있다. 흰색 배경에 검은색 번호판으로 구분된다.
SX2 클래스는 최대 250cc 4스트로크 엔진 머신이 사용되며, 15세 이상 라이더가 참가 가능하다. 번호판은 검은색 배경에 흰색 숫자를 사용한다.
특히 2025년 시즌은 의미 있는 변화를 담았다. 전기 모터사이클 제조사 Stark Future가 최초의 전기 모토크로스 머신 ‘Stark VARG’로 참전한 것이다. 출력 모드 조정을 통해 SX1과 SX2 양쪽 클래스에 모두 출전하며, 내연기관 머신과의 본격적인 경쟁 가능성을 시험하는 ‘테스트 시즌’의 성격을 띠었다.
경기 방식도 독특하다. 각 클래스는 한 이벤트당 두 번의 스프린트 레이스(각 8랩)와 한 번의 메인 레이스(12랩)를 치른다. 스프린트 레이스에서는 상위 10명에게 포인트가 주어지고, 메인 레이스에서는 출전한 20명 전원에게 순위별 포인트가 배정된다.
예선 상위 라이더들이 단 한 바퀴의 기록으로 결승 게이트 선택 우선권을 다투는 슈퍼폴(SuperPole) 세션 역시 월드 슈퍼크로스만의 특징이다.
2025년 시즌은 11월에 개막해 아르헨티나, 캐나다, 호주,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5개 대륙을 순회하는 글로벌 일정으로 진행됐다.
정통파 모토크로서 스즈키 RM-Z450, 진가를 드러내다
시즌 최종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다.
치열한 3파전 끝에 제이슨 앤더슨(파이프스 모터스포츠)이 극적인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SX1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앤더슨은 조이 사바지, 크리스찬 크레이그와 함께 사상 첫 남아프리카 GP를 앞두고 단 1점 차이로 시즌 최종전을 맞았다. 토요일 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레이스에서 체커기가 휘날리자 승부는 갈렸다. 케이프타운의 단단한 노면 위에서 펼쳐진 접전 끝에 앤더슨이 종합 우승을 확정지으며 대형 상금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앤더슨은 사바지를 상대로 1-1-1이라는 완벽한 성적을 기록했다. 두 선수는 경기 중 머신 파손이 발생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의 각축, 스타디움을 달군 열기
사바지는 월드 슈퍼크로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었다. 반면 앤더슨은 월드 슈퍼크로스 무대에서는 신인이었고, 파이프스 모터스포츠 팀의 스즈키 RM-Z450 역시 이 무대에서는 신참에 가까웠다. 크레이그 또한 월드 슈퍼크로스 첫 시즌을 치르며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앤더슨은 첫 번째 스프린트에서 시즌 세 번째 우승을 거두었고, 두 번째 스프린트에서도 우승을 추가하며 사바지와의 포인트 격차를 2점으로 벌렸다.
두 번째 스프린트에서는 6위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폭발적인 추월 쇼를 펼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결정적인 세 번째 레이스에서 사바지가 초반 선두로 나섰고, 앤더슨이 집요하게 추격했다. 스즈키 RM-Z450을 탄 앤더슨은 거칠면서도 공격적인 라인으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선수는 수차례 포지션을 주고받으며 접전을 이어갔다.
종료 4랩을 남기고 앤더슨이 앞서 나갔지만, 사바지는 마지막 코너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고, 승부는 앤더슨의 손으로 넘어갔다.
우승을 확정한 앤더슨은 인터뷰에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뜨거운 레이스였어요. 조이는 경기 내내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죠. 8분 레이스 두 번, 12분 레이스 한 번까지, 정말 치열했습니다. 솔직히 많이 지쳤지만, 훌륭한 머신을 만들어준 스즈키와 파이프스 모터스포츠, 그리고 팀원들을 위해 우승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사바지도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오늘 관중은 정말 대단했어요. 올 시즌 가장 열광적인 분위기였죠. 결과는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공격 타이밍을 조금 더 잘 잡았어야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네요. 제 스타일의 코스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근소한 차이로 싸웠다는 점에서는 만족합니다.”
크레이그는 불운한 하루를 보냈다. 첫 번째 스프린트에서 충돌 사고를 당했고, 두 번째 레이스에서도 첫 랩에서 넘어지며 후미에서 레이스를 이어가야 했다. 결국 9위에 그쳤지만, 세 번째 레이스에서는 3위로 반등했다. 다만 콜트 니콜스가 더 높은 종합 성적을 기록하며 시즌 마지막 포디움에 올랐다.
전기 모토크로스의 도전, 그러나 결과는 내연 기관의 승리
한편 전기 모토크로스 머신의 가능성도 주목을 받았다. 호르헤 사라고사와 빈스 프리제는 두 번째 스프린트에서 Stark VARG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라고사는 팀 역사상 첫 톱3 피니시라는 성과를 안겼지만, 프리제는 ‘에너지 허용량’ 페널티로 10위로 밀려났다.
팀 챔피언십에서는 호주의 쿼드 록 혼다가 시즌 내내 가장 많은 포인트를 쌓으며 정상에 올랐다.
전통의 강자 스즈키, 쟁쟁한 내연기관 경쟁 머신들, 그리고 강력한 전기 모터를 앞세운 새로운 도전자까지.
2025 FIM 월드 슈퍼크로스 챔피언십은 다양한 기술과 라이더의 경쟁 속에서, 결국 정통파 모토크로스 머신 스즈키 RM-Z450과 제이슨 앤더슨의 이름을 우승자로 남기며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