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치프와 함께 달리는 '무심' 민지연 엠버서더

M스토리 입력 2025.06.17 15:29 조회수 179 0 프린트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 테이블 위에 바이크와 카페, 풍경을 그린 수채화가 펼쳐진다. 스케치 없이 펜으로 한 번에 그려낸 드로잉이다. 곁에 앉은 민지연 씨는 '무심(無心)'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성 모터사이클 라이더이자, 국내 첫 인디언 치프 오너이며, 수채화로 모터사이클을 담아내는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가지 못했어요. 대신 그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신문방송을 전공해 기자가 되었죠.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바이크를 결국 다시 만나게 됐어요.”

민 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10년 경력의 잡지 기자 출신이다. 갓 마흔이 된 시점에 오랫동안 미뤄왔던 꿈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바로 이륜차 면허 취득이었다. “나이 마흔에 면허를 따겠다고 하니 남편이 ‘시간 없으니 당신이 먼저 해’라고 하더라고요. 운전면허 연습장에서 기어 넣고 처음 한 바퀴를 도는 데 너무 행복했어요.”

그녀의 첫 바이크는 할리데이비슨 펫보이였지만, 진짜 사랑은 인디언 모터사이클 ‘치프’에서 시작됐다. “처음 남편 바이크인 치프에 앉아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여성 라이더가 치프를 탄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저는 오히려 치프가 더 맞았어요.”

그녀가 탄 치프는 붉은색과 아이보리 크림의 투톤. 빈티지한 감성, 스커트 펜더와 램프 형태의 인디언 로고가 있는 프론트 펜더까지, 그녀에게 치프는 단지 탈 것 이상의 애정이 담겼다. 다른 아메리칸 바이크와 달리 커스텀하지 않아도 치프의 완성된 디자인에 매료됐다.

천천히, 깊이 있게
그녀는 속도보다 여유를 중시한다. "120~160km로 달리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저속에서 바이크를 제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폭우 속 지리산을 내려오고, 발목까지 물이 차는 길도 달려봤지만, 치프는 지금까지 고장하나 없었어요."

저속 주행에 필요한 밸런스를 익히기 위해 BMW GS 트로피에도 참가해 여성 라이더 2위로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이를 위해 매일 3시간씩 운동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했다. “치프 유턴할 때 이제 몸이 알아서 반응해요. 당시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예술, 그리고 삶
 
라이딩만큼이나 그녀가 몰두하는 또 하나의 세계는 그림이다. 여행지에서 스케치 없이 바로 그려내는 풍경들, 카페에서, 오이도 등 다양한 장소에서 펜과 붓으로 순간을 담아낸다. “그림은 집중력 싸움이에요. 30분이면 한 장을 그릴 수 있지만, 몰입하지 않으면 그릴 수 없어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그녀는 최근 크로키를 배우며 인물화에도 도전 중이다. “건물, 바이크는 그려봤지만 사람은 어려웠어요. 그래서 다시 배워보자고 시작했죠. 화실도 다녀보고 문화센터도 다녀봤지만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더라고요.”

그녀의 그림은 종종 바이크와 함께다. 인디언 모터사이클 춘천점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삼청각을 그린 작품은 판매까지 이어졌다. “바이크를 그리는 화가는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 의미 있어요.”

마음을 비워야 더 멀리 간다
민지연 씨가 사용하는 활동명 ‘무심(無心)’은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전각 도장에서 비롯됐다. ‘마음 심(心)’ 자 안에 ‘없을 무(無)’ 자가 들어간 구조다. “사실 욕심이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소유욕도 강해요. 그러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욕심을 낼수록 힘들고 삶에서 마음을 비워야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을 비우면 갈등도, 서운함도 없어요. 사람 만날 때도, 라이딩할 때도 그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그녀가 리더로 있는 라이더 클럽 ‘카타로스’는 순수함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왔다. 8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기종이나 참여율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라이딩 나와서 하루 웃고 이야기 나누면 그걸로 충분해요.”

최근에는 인디언 모터사이클 코리아가 진행하는 ‘미션 인 파서블’ 이벤트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전국의 명소를 방문하고 사진을 남기며 별을 모으는 방식으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인디언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브랜드를 더욱 가깝게 느끼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인디언 모터사이클을 모르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미션 덕분에 인디언 전시장도 가보고, 추억도 만들고 있어요.”

함께 달리는 삶
민지연 씨가 가장 좋아하는 라이딩 메이트는 남편이다. “누가 먼저인지 모를 정도로 함께 탄 시간이 많아요. 둘이 함께한 주행 거리만 4만 km가 넘죠.”

그녀는 자신만의 길을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있다. 달리는 것도, 그리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그리고 그 길 위엔 언제나 치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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