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스크램블러로 다녀오는 충주호 오솔길 투어

M스토리 입력 2025.06.02 13:36 조회수 1,279 0 프린트
 

지난 4월은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다. 잘못 먹은 음식으로 시작된 급성장염이 급성췌장염으로 연결되고, 하필이면 급성췌장염이 치료가 되자마자 요로결석까지 와서 거의 한 달 내내 병원을 오갔었다. 다행히 이제는 정상 컨디션의 대략 80% 정도로 회복이 되어 하루 400km 정도의 투어까지는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여정은 그동안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를 타면서는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충주호 동량면의 오솔길을 포함한 코스다.  충주호는 할리데이비슨으로 이미 수십 번 다녀온 곳이라 익숙하지만 동량면의 호반을 따라 달리는 오늘의 동량면 코스는 크고 무거운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바이크로는 못 간다기보다는 ‘즐겁지 않은 고생길’이 되기 쉽기에 들르지 않던 길이다.  
 
고봉정상
이번에 다녀온 코스는 판교 출발 기준 320km 정도의 코스로 라이딩 시간만 대략 7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코스다. 만약 판교보다 충주에 가까운 곳에서 출발한다면 다녀온 코스에 충주호 남단의 게으른악어 카페 정도까지 포함하면 대략 360km를 조금 넘고 8시간을 조금 넘게 라이딩을 하게 된다. 

오늘의 주요 경로는 판교-양평만남의광장-화양강휴게소를 지나서 충주호 북단 오솔길로 본격 진입한다. 충주호 북단 주요 경유지는 충주카누캠핑장-고봉-인혜농원-내마음은호수요펜션을 거치게 되며 이를 지나서 비포장 공사 구간이 제법 길게 이어지는 성불사 앞 구간을 통과해서 복귀하였다.

그동안 충주호를 오면서는 동량면의 고봉을 오르는 구간을 제외하고 지동리, 오산리, 단돈리를 통과하는 코스로 주로 다녔고 이 코스도 2016년경에 처음 왔을 때에는 비포장 구간이었으나 포장이 된 이후에 부담 없이 다니게 된 구간이었고, 지금은 성불사 앞의 구간이 포장공사 중으로 대략 10km 정도의 달리기 좋은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동량면 임도.
오늘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고봉까지 오르는 동량면 구간으로 이 구간은 숙련된 라이더가 아니라면 비교적 가벼운 바이크로 가기를 추천하며 할리데이비슨이라면 스포스터 정도까지만 추천한다. 이유는 자동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도로폭에 올라가는 내내 좌측은 펜스 없는 낭떠러지고, 모래도 구간별로 있는데다, 헤어핀에 급경사 구간도 길지는 않지만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쿼터급 바이크들이라면 가볍기에 크게 부담되지는 않으니 한번쯤 가보기를 추천한다.  고봉 정상은 춘천의 건봉령승호대의 업스케일 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체적인 경치의 조화는 승호대가 더 임팩트가 있지만 충주 고봉은 펜스가 없기에 조금 더 광각렌즈로 바라보는 듯한 전망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숲속에 난 오솔길 업힐을 올라 정상에 올라 전망을 바라보면 스크램블러를 구매한 보람이 느껴진다. 동량면을 지나서 달리게 되는 지동리~단돈리 구간은 비록 아스팔트로 포장이 잘 되어있지만 차선이 없는 좁은 도로라 마주오는 차량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달려야 하는 구간이다. 대신 이 구간은 높은 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진 고봉과 달리 마치 미개발 밀림에 나를 위해 깔아 놓은 아스팔트를 달리는 듯한 매력이 있는 구간으로 충주를 갈 때에는 매번 북단의 이 코스를 먼저 돌고 청풍랜드앞을 지나 게으른악어 카페를 거쳐오곤 했었다 (하지만 50~100번쯤 이 코스를 다니면 이 멋진 경치들도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월굴리부터 성불사를 지나 금성면 초입까지 이어지는 비포장공사구간 또한 스크램블러나 어드벤처바이크 라이더라면 즐거운 구간이다.  이 구간은 제법 길이가 길고 노면이 비포장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면상태가 좋은 편이라 흙길주행이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임도초보라이더에겐 중고속 임도주행의 맛을 느껴보기 좋은 구간이다.  공사구간이라 차량도 거의 없고 도로확장포장공사라 길도 넓다.
 
성불사 앞.
아직 체력이 온전하게 회복이 되지 않아서 조금 느즈막히 출발한 덕분에 이번엔 충주호 남단구간은 패스하고 제천을 지나 빠르게 복귀했지만 아침 일찍 여정을 시작한다면 충주호 남측구간을 포함하는 것을 추천한다.  길이 정체되는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거리는 40~50km 정도 늘어나지만 시간은 한시간 남짓 정도만 늘어나고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할리데이비슨 기함급 바이크인 로드글라이드라는 고중량 투어러와 대척점에 있는 트라이엄프의 쿼터급 바이크인 스크램블러 400X를 기추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할리데이비슨만 있을 때와 달라진 부분은 스크램블러를 탈 때에는 익숙하지 않은 구간도 일단 들이밀어 보는 성향이 생겼고, 험한 임도는 어렵지만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정도의 비포장 구간은 편안하게 통과할 수 있기에 기존에 가보지 못하던 찜찜한(?) 길을 크게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이제 체력이 회복되면 정선 운탄고도를 비롯해서 통영의 멋진 산악임도코스들을 박투어로 다녀오고자 한다. 쿼터급 바이크라 장거리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춘천 소양강꼬부랑길을 다녀오는 400km 정도의 중거리투어에서도 의외로 피로도가 크지 않았기에(예전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으로 다녀왔을 때보다 오히려 피로감이 적었다) 장거리 투어와 제주도 투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게다가 쿼터급이라 그런지 엔진열도 할리데이비슨의 절반도 안되는 건 덤이다. 
장준영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