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강은 한번 들어서면 적지 않은 거리를 달리게 되는 만만치 않은 코스다. 코스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서 100~150km 이상이 늘어날 수 있는 고무줄 같은 샛길들이 많기도 하고, 임도를 탈 수 있는 스크램블러나 어드벤처 바이크를 가지고 가서 임도까지 섞어서 달리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것을 보게 되는 곳이기에 출발 할 때 당일의 투어거리를 어느 정도 양보하거나 아예 박투어로 느긋하게 다녀오는 것을 선택해야 하며, 정선/영월의 밤은 서울 경기권의 밤과는 기온이 다르고 조명도 부족해서 야간주행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안전에 유리하다.
나는 판교 기준으로 대략 천이백리(약480km) 정도의 당일치기 투어로 정하고 아침 8시경에 출발.

동강생태공원과 가수리느티나무를 지나 수동쉼터, 나리소전망대, 영월장릉, 선돌 등을 거쳐 저녁 8시경에 무사귀환했다. 선돌이나 전망대 등에서 잠시 쉰 시간을 제외한 순수 라이딩 시간은 대략 10시간 정도였는데, 빠르게 지나치기엔 아쉬운 절경을 만끽하느라 느긋하게 달렸기 때문이었다 (자주 오기엔 만만치 않은 곳이기에 온 김에 충분히 감상하고 누리고 가는 것이 좋아서 늘상 동강이나 내린천, 소금강 등을 지나게 되면 느긋하게 할리데이비슨의 둥둥거리는 배기음을 들으며 달리곤 한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할리데이비슨은 이런 멋진 길에서 속도를 내기보다 느긋하게 달리며 경치를 즐기기에 최적의 바이크라고 생각한다.
다만, 동강은 어라연, 덕산기 계곡 등 내가 좋아하는 임도와 가깝게 붙어있지만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로 그런 험로는 언감생심이라 일찌감치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점은 단점이라 하겠다.
동강을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동강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마치 손이 닿을 듯 수면과 가깝게 이어지는 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강변도로들은 강물과 라이더 사이에 ‘완충지대’처럼 풀숲이나 나무 등이 있어 강물이 바로 옆에 있는 느낌이 없지만, 동강은 수위가 높지 않을 때에도 강물과 라이더 사이에 아무 것도 없이 바로 옆을 보면 강물이 흐르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 많고, 중간중간 한적한 교량들이 있어서 바이크를 잠시 세워 두고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수십km에 달하는 동강 라이딩 중에 사람과 차량을 많이 만나지 않는 점도 느긋한 투어를 이어가기에 장점이라 하겠다.
동강투어는 내가 주로 다니는 중장거리 투어와 거리는 비슷하지만 와인딩 로드와 속도를 내기 어려운(경치를 즐기느라 속도를 낼 수 없는) 구간이 많아 피로도는 적지 않은 코스다. 그래서, 장거리 투어에 익숙하지 않은 라이더들은 무리해서 복귀하다 보면 야간이 되는데 강원도 영월/정선은 밤이 되기 전에 벗어나지 않으면 가로등이 시원치 않아서 피로도가 급격하게 높아져 실수하기 쉽다. 중장거리 투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인근의 카지노 개발로 인해 널려 있는 훌륭한 숙박시설에서 하루 쉬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음 날 느긋하게 복귀길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바이크를 즐기기 위해 타는 것이지 죽자고 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글을 쓰는 시점인 10월말은 아침기온은 이미 동장군이 한자리 제대로 차지한 느낌이라 11월부터는 제법 추운 날이 이어지며 많은 라이더들이 11월 하순 경에 시즌오프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가을의 옷자락을 잡을 수는 없으니 독자들께서도 한겨울이 오기 전에 하루라도 더 라이딩의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란다.
동강생태공원(강원 영월군 영월읍 동강로 716)
동강생태공원은 가을 보다는 여름에 들르기 좋은 곳이지만, 동강투어의 시작점을 동강생태공원으로 잡았기도 하고,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동강의 지질이나 생태계 등을 표본과 3D 등으로 구현해 놓은 정성이 보이는 곳으로 5천원의 입장료 가치는 하고도 남는 곳이다. 다만, 당일 일정으로 온 라이더는 이곳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하면 반강제적으로 박투어로 전환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가수리 동강전망대(강원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산366-2)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스팟이다. 투어 중에 쉬어 가며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가수리 느티나무와 거의 붙어있다. 이 구간은 도로와 강물 사이에 전봇대와 전깃줄도 없기 때문에 드론을 날리기에도 좋고 강물 옆을 달리는 모습을 연출하기에도 좋다.
수동쉼터(강원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수동은 마을 이름이다. 동강에 인접한 마을들은 대부분 매우 적은 가구들이 모여 있는데 수동도 마찬가지이며 수동 자체보다 수동쉼터에서 수동으로 들어가는 수동교가 사진이나 드론 촬영을 하기에 좋기에 추천한다.

선돌(강원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769-4)
제천에서 영월로 이어지는 길목인 방절리 서강변에 위치한 바위의 이름이다. 마치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모양새가 보여주는 경관이 멋지다. 단종이 청령포로 유배가는 길에 쉬어가며 이곳이 신선처럼 보인다고 해서 ‘선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3보 승차’(거의 안 걷는다는 말이다)를 원칙으로 하지만 선돌 주차장에서 선돌 전망대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다. 거의 평지로 5~10분 남짓만 걸으면 전망대에서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영월장릉(강원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단종의 능이다. 단종의 기구한 운명과는 달리 단종의 능인 장릉은 잘 정비되어 있어 돌아볼 만 하다. 생각보다 규모가 있어 제대로 돌아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박투어를 계획한 라이더라면 들려볼 만 하다.
라디오스타 박물관 (강원 영월군 영월읍 금강공원길 84-3)
2006년 개봉된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로 1976년 실제 구KBS 영월방송국 건물이기도 하다. 이곳 역시 박투어로 진행하는 여유 있는 라이더들에게 추천하는 곳으로 60~70년대생이라면 옛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많아 들려볼 만 하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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