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회장과 함께 떠나는 바이크 투어 -35-] 추억의 내 집 화이트락 주변과 밴쿠버 다운타운 스케치

admin1 입력 2026.07.16 14:05 조회수 15 0 프린트
밴쿠버 다운타운의 하버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워터프론트역.

평화로운 낙원, 화이트락의 옛 보금자리
밴쿠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십수 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사우스 써리(South Surrey) 화이트락 부근의 옛집이었다. 지금은 외벽 사이딩 색상이 바뀌었지만, 그 시절 수많은 추억을 아로새기며 밴쿠버에서의 삶을 증명해 준 소중한 꿈속의 고향이다. 바이크를 잠시 집 앞에 세워둔 채 그리운 순간들을 가만히 회상해 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밴쿠버의 명소, 화이트락 비치(White Rock Beach)로 바이크의 핸들을 돌렸다. 25년 전 내가 밴쿠버에 둥지를 틀었던 화이트락은 바쁜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배우기에 완벽한 해안 도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 분위기는 매일 아침 맑은 새소리와 함께 깨어나는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차고 앞에는 이 고요한 일상 속에서 언제든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나의 유일한 일탈 창구인 차와 바이크가 늘 대기하고 있었다. 집에서 남쪽으로 5분여 쯤 내려가면 화이트락의 탁 트인 바다가 온몸으로 밀려온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그야말로 여유와 낭만의 연속이었다. 화이트락의 상징이자 최고의 자랑은 단연 잔교(Pier)다. 캐나다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답게 아치형 간판에는 ‘CANADA’S LONGEST PIER’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마침 축제 시즌(Sea Festival)을 앞두고 해변 거리는 활기로 가득했다. 파란 하늘 아래 바다 한가운데로 길게 뻗은 다리를 걸으며, 선글라스를 끼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온전한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
화이트락 부근에 위치한 김종성 회장의 캐나다 집.


바닷가에서 만난 진정한 행복들
피어를 걷고 나면 출출해진 배를 채우러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 거리로 향하곤 한다. 이곳의 유명 맛집인 ‘CHARLIE SURF’처럼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의 테라스에는 이른 낮부터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빨간 차양 아래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화이트락이 왜 ‘여유의 끝판왕’이라 불리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화이트락 피어는 길이 약 470m의 해상 목조 잔교로 캐나다에서 가장 길다.

해변을 거닐다 보면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수많은 보트와 작은 요트, 카약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평화롭게 물결을 가르는 어느 가족의 보트 풍경은 내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멋진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보트 운전대를 잡고,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손자가 그 곁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보트 뒤편에서 정박용 펜더를 분주히 정리 중이었다. 삼대가 함께 보트를 타고 주말을 보내는 모습에서 캐나다인들이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얼마나 자연과 가까이 닿아 있는지가 따뜻하게 전해져 왔다.

로컬 감성을 담은 캐나다의 대표 맥주들
 

캐나다에 왔다면 이들의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맥주’를 제대로 경험해봐야 한다. 짜릿한 바이크 라이딩을 마친 후 맛보는 시원한 로컬 맥주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최고의 보상이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몰슨 캐네디언(Molson Canadian)’과 ‘코카니(Kokanee)’는 각각 동부와 서부를 상징하는 국민 맥주 브랜드다. ‘캐네디언’은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캐나다의 정체성을 가장 강하게 드러낸다. 라벨에 국가 상징인 붉은 단풍잎(Maple Leaf)이 그려져 있어 ‘진정한 캐나다 맥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주로 동부 지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반면 서부의 강자인 ‘코카니’는 로키산맥의 청정함을 담고 있다. 밴쿠버가 위치한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빙하수와 고산지대의 맑은 물로 빚었다는 점을 강조해 순수하고 깨끗한 맛이 특징이다. 탄산이 풍부해 청량감이 뛰어나며, 첫맛은 부드럽고 끝 맛은 약간 쌉싸름하다. 기본 제품 외에도 풍미가 더 진한 코카니 골드(5.3%)와 가벼운 코카니 라이트 등이 있으니, 캐나다를 방문한다면 이 두 브랜드의 매력을 꼭 한 번 비교해 보길 권한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하버타워 전망대
밴쿠버 다운타운의 하버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프레이저강.

다운타운 하버타워 전망대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한 편의 장관이었다. 캐나다의 관문인 워터프런트와 1986년 밴쿠버 엑스포의 주제관이었던 캐나다 플레이스의 크루즈 터미널이 한눈에 들어왔다. 돛 모양의 하얀 지붕이 인상적인 캐나다 플레이스 옆으로는 남쪽의 시애틀과 북쪽의 알래스카로 향하는 거대한 크루즈선들이 웅장하게 정박해 있었다. 그 뒤로는 푸른 바다와 함께 밴쿠버의 지붕이라 불리는 라이언스, 그라우스, 사이프러스, 시모어 마운틴이 노스쇼어 산맥의 수려한 능선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겨울철 스키와 스노슈잉, 하이킹 코스로 인기가 높지만, 여름에도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를 내려와 다운타운 중심가를 걷다 보면 밴쿠버 특유의 예술적 아우라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무어 스트리트 표지판 아래, 일렉트릭 기타를 어깨에 멋지게 걸치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거리 악사의 모습은 자유 그 자체였다. 그의 당당한 걸음걸이에서는 도시의 소음마저 단숨에 음악으로 바꿔버릴 것 같은 예술가만의 매력이 물씬 묻어났다.

제2의 고향이 준 따뜻한 정, 밴쿠버 한인교회
김종성 회장과 그의 밴쿠버 한인 교회 지인들.

낯선 이국땅에서의 생활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가끔 짙은 향수병이 밀려올 때마다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 곳은 다름 아닌 밴쿠버 한인교회였다. 높은 삼각형 모양의 목조 지붕과 세련된 돌벽이 어우러진 교회 건물은 주변의 푸른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주차장에 바이크를 대고 성전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평온한 마음과 함께 고향의 맑은 공기와 훈훈한 이웃들의 정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날 주일 예배는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예배가 끝난 후 방문 인사를 전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는데, 나의 모습은 일반적인 교회의 엄숙한 분위기의 복장과는 조금 달랐다. 가죽 모자를 쓰고, 수많은 패치와 메달, 핀들이 화려하게 박힌 할리 가죽 조끼를 입은 채 마이크를 잡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성도들이 조금 놀라신 듯했으나, 진심을 담아 한국에서의 삶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이내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해 주었다. 겉모습은 거친 바이커일지라도,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순수했던 소박한 그리스도인의 진심이 통한 순간이었다.

멀리 한국의 부산에서부터 밴쿠버까지 바이크를 향한 열정 하나로 찾아온 나를 위해, 목사님과 성도님들, 그리고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환한 미소와 '엄지 척'으로 격려해 주었다.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던 그 뭉클하고 끈끈한 온정은 밴쿠버 체류기 중 가장 유쾌하고 감동적인 기억으로 마음 깊이 남아 있다.

다운타운 하버타워의 웅장함에서 시작해 화이트락의 푸른 바다를 거쳐, 따뜻한 한인교회의 정으로 매듭지어진 사진 속 여정들. 이 한 장 한 장의 이미지는 단순한 투어 라이딩의 기록이 아니다. 대자연을 벗 삼아 인생의 속도를 한 걸음 늦추고, 진정한 여유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던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추억의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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