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집자 주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도에 사는 만화가 이지우입니다.

2015년 미세먼지와 황사로 가득한 하늘을 보고는 '더 이상 이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화가라는 직업 특성상 인터넷만 잘 되면 되니까, 오직 공기 좋은 곳을 찾았어요. 강원도 고성, 남해도 후보지였는데, 4년의 고민과 시도 끝에 결국 제주에 오게 됐죠.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겠는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교과서에 낙서를 하고 직접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그냥 만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연필만 쥐고 있으면 계속 그렸거든요.
나중에 만화가가 되려면 입시 미술을 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됐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어머니는 응원해 주셨지만, 아버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결국 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동경하지만, 사실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공모전에 수상하며 '만화로 돈을 벌 수가 있구나.'를 처음으로 느꼈죠. 상도 받고 프랑스에 출간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후로 전혀 일이 없었어요. 한 동안 만화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부모님이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겠다고 하고 다시 펜을 잡았어요. 그게 <로딩>이었고요.
현재 장편 연재를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아요. 50화 이상의 긴 호흡을 가져가려고 해요. 저는 일단 큰 맥락의 스토리 라인을 잡고 가지를 치는 스타일이거든요. 연재하면서 스토리를 수정하기도 하고요. 그때끄때 생각나는 것을 끼워넣기도 해요. 그래서 큰 맥락을 잡는 게 가장 어렵고 중요해요.
기존의 작품들은 시나리오 완성가 마무리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로딩>은 정말 빨랐어요. 기존에 생각해 둔 에피소드도 많아서 한 달 정도 걸렸거든요. 게다가 중편을 장편으로 늘린 거라 더 쉬웠던 것 같아요.
<러프>도 이야기를 짜다 보니까 '이거 장편 이야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차 조절을 위해 날린 부분이 많아서 아쉬워요. 나중에 <로딩>처럼 장편으로 늘릴 수도 있으니까, 여지를 남겨놓긴 했어요.

아버지 회사에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삼촌이 있었어요. 한 번은 뒤에 타게 됐는데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제 마음에 불씨가 심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한참 후, 앞에서 말씀드린 공모전 상금으로 울프125를 구매하게 됐고 친구와 전국 일주를 떠났죠. 지금 생각하면 울프 탈 때가 가장 재밌었어요. 티격태격하면서 쥐어짜면서 친구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오늘 타고 온 오토바이도 소개해주세요.
혼다의 SL230이라는 모델이에요. 우연히 제주도 오토바이 센터 앞에 서있는 이 녀석을 마주하게 됐어요. 사장님한테 판매하냐고 물어보니, 30만 원에 가져가라고 하더라고요. 깎아서 15만 원에 집으로 데려왔죠. 정비하는 친구를 제주로 초대해 함께 열심히 컨디션을 끌어올렸어요.
이후 친구들과 편의점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이 바이크 어디서 난 거예요?'라고 묻더라고요.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본인이 타던 오토바이라고 하는 거예요.
마치 <러프> 속 주인공 같은 상황이네요.
대화를 나누며, 서른네 살 생일 선물로 남자친구에게 받은 오토바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타기도 어렵고 무서워 집 앞에 4년 정도 방치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보니 후회되는 게, 그분 연락처를 받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가끔 추억이 담긴 오토바이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15년 넘게 오토바이를 타면서 겪은 경험 중, 지금 생각나는 순간이 있을까요?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데 본가에 다녀와야 했어요. 그날은 왠지 오토바이로 가고 싶더라고요. 차 막히는 게 싫어서 저녁에 출발했는데, 무주 고지대에 들어서니 제 눈앞에 별들이 떠있는 거 아니겠어요? 헬멧 스피커로는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눈앞에는 별들이 쏟아지니 '이게 꿈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죠. 제 만화에 별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때 느낀 감정을 전하면서 저와 같은 경험으로 공감할 분도 많을 것 같아서예요.

직접 겪은 경험과 감정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군요.
맞아요. 그래서 오토바이 만화를 그리는 거고요. 잘 보고 있다며 작업실에 음료수를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댓글로 자기 얘기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작품 속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다 보니 더 큰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같은 길을 달려도 차랑은 확실히 다르잖아요. 아직 오토바이를 아직 경험하지 않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이곳에 발을 들인다면, 제2의 삶을 살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무턱대고 추천하지는 못해요. 오토바이를 타면 삶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이동하는 순간이 좋은 여행이 되거든요. 오늘 우리가 만난 것처럼 새로운 인연이 생 수도 있고요. 타는 사람만 아는 재미가 크다 보니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거예요.
오토바이 타는 분들한테 혹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안전하게 타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리고 자신감이 붙었을 때가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나 이제 좀 타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요. 그 시기를 잘 견뎌서 오래오래 안전하게 타기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지우에게 오토바이란 무엇인가요?
차에 애칭이나 별명 지어주는 걸 낯부끄럽게 생각하곤 했는데요. 어느 날 힘든 여정을 마치고 집 앞에 주차했을 때, 저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탱크를 툭 치면서 '수고했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제는 항상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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