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렌즈를 통해 포착한 세계 곳곳의 생생한 풍경, 그리고 자유로운 방랑의 기록들. 오랫동안 본지를 통해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김종성 작가가 이제 펜과 카메라를 넘어, 한국 할리데이비슨 지역 디렉터(Regional Director)라는 무거운 방향타를 잡았다. 대학교수이자 사진가 그리고 열정적인 라이더로서 전 세계를 누벼온 그가 이제는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한국의 바이크 문화를 선도하는 자리에 섰다. 그가 꿈꾸는 새로운 할리데이비슨 커뮤니티의 모습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할리데이비슨 지역 디렉터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상 임명되고 보니 기쁨보다는 걱정과 책임감이 앞섭니다. 그동안 일반 멤버로 활동할 때는 개인 일정에 맞춰 수동적으로 행사에 참여해왔지만, 이제는 지역 전체의 H.O.G.(Harley Owners Group) 행사와 해외 챕터와의 교류까지 챙겨야 하는 운영자의 입장이 되었습니다. 전임 디렉터님들의 조언을 발판 삼아,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무를 느낍니다.
오랫동안 본지에서 여행기를 기고하며 독자들에게 자유로운 여행자의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한국의 할리데이비슨 커뮤니티를 책임지는 디렉터직을 수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대학에서 강의하며 방학마다 북미와 동남아 등 해외 현지 라이더들과 교류해왔습니다. 그곳의 멋진 바이크 축제들을 보며 ‘한국에도 이런 문화를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죠. 아직 국내에는 바이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지만, 이는 라이더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변화를 위해 제가 가진 경험을 쏟아붓고 싶었습니다.
‘여행자’의 시선과 ‘디렉터’의 시선은 어떻게 다른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여행자가 투어와 관광이라는 개인적 즐거움에 집중한다면, 디렉터는 ‘트래블’과 ‘라이딩’이라는 이동 수단을 안전이라는 가치 아래 복합적으로 연계해 고민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서 전시 전체를 기획하는 ‘오거나이저(Organizer)’가 된 셈이죠.
오랫동안 여행기를 쓰며 만난 수많은 라이더와 풍경들이 디렉터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구체적인 영감을 주나요?
여행기를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큰 자산이자 공부가 됩니다. 단순히 ‘다녀왔다’는 기록을 넘어, 당시 현지 라이더들과 나누었던 세밀한 교감과 정보들을 복기하다 보면 우리 바이크 문화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합니다.
특히 해외 챕터와의 상호 방문이나 정보 교환 같은 구체적인 교류 방안들은 이런 기록의 힘에서 나옵니다. 또한 사진가로서 해외 곳곳의 명소와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SNS로 공유하며 독자들과 소통해왔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디렉터로서 라이더들에게 새로운 투어 경로를 제안하고 건강한 라이딩 문화를 전파하는 데 강력한 에너지가 되고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 커뮤니티만이 가진 최고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단연코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압도적인 글로벌 네트워크’입니다. 미주와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까지 할리 라이더들의 커뮤니티는 양적·질적 측면에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광범위합니다.
가장 감동적인 지점은 그들의 ‘환대 문화’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낯선 도시임에도 H.O.G. 복장을 갖춰 입고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주는 그들의 모습은 국경을 초월한 형제애를 느끼게 합니다. SNS를 통해 교류하던 낯선 라이더가 순식간에 오랜 지인처럼 느껴지는 마법 같은 일이 할리 세계에서는 일상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태도입니다. 기쁜 결혼식은 물론이고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장례식 조문에 이르기까지, 할리 커뮤니티가 보여주는 동반 참여 문화는 매우 특별하고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삶의 동반자’ 같은 성숙한 문화를 우리 한국 땅에도 깊이 뿌리 내리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가진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임기 내에 꼭 추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2007년, 코리아 H.O.G. 단일 챕터 시절에 100여 대의 바이크가 함께 ‘백두산 투어’를 떠났던 역사적인 기록이 있습니다. 미국 루트 66이나 캐나다 로키 등 전 세계에 멋진 코스가 많지만,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라이더들에게 언제나 가슴 벅찬 꿈의 코스입니다.
신임 디렉터로서 그 감동을 재현하는 ‘코리아 H.O.G. 연합 라이딩’을 다시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국가 간 바이크 반출입, 현지 면허, 현지 H.O.G. 지부의 에스코트 등 치밀한 행정적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도전이 될 것입니다.
안전한 라이딩 문화를 위해 강조하시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굉음과 과속은 타인의 시선을 끌 순 있어도 존경을 받을 순 없습니다. 저는 할리 라이더들이 ‘여유와 낭만’을 가지고 ‘슬로우 핏(Slow-fit)’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구호가 있습니다.
“We make one lane, but one lane is alone.”
우리는 하나의 대열을 이루지만, 각자는 마치 한 사람이 라이딩하듯 속도와 간격을 완벽히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치 열차의 칸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달리듯, 질서 정연하고 안전한 대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 되어야 합니다.
김종성에게 ‘할리데이비슨’이란 무엇입니까?
저에게 할리는 ‘하나’입니다. 공동체 정신 안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동참하기 때문이죠. 굳이 비유하자면 ‘사랑스러운 애마(愛馬)’와 같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말이 문명을 이동시켰듯, 지금은 할리가 세계를 하나로 잇고 친구를 만들어줍니다.
저는 투어를 마치고 귀가하면 꼭 바이크를 정성껏 닦아주고 매만지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을 건넵니다. 미리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우는 것도 내 말에게 ‘여물’을 듬뿍 주는 마음에서죠. 정기적으로 소모품을 점검하며 정성을 들이면 바이크는 절대로 주인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결국, 저 또한 할리의 일부가 되는 셈입니다. “Harley is One, We are One”인 것이죠.
디렉터가 아닌 개인 라이더로서 꼭 가보고 싶은 ‘꿈의 코스’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제2의 고향인 캐나다를 횡단하는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꿈꿉니다. 서쪽 끝 빅토리아에서 동쪽 끝 뉴펀들랜드까지 약 8,000km에 달하는 대장정입니다. 최소 한 달은 소요되겠지요. 또 하나는 밴쿠버에서 멕시코 티후아나 국경까지 이어지는 1번 국도 약 2,500km를 할리와 함께 달리고 싶습니다. 그 꿈을 실현할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엠스토리 독자들과 라이더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바이크 문화는 곧 라이더들의 현주소입니다. 우리가 모범을 보이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긍정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소중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며 더 나은 라이딩 풍토를 만들기 위해 저부터 헌신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늘 안전하고 행복한 라이딩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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