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는 거들 뿐] 나락서 건진 문장, 나를 자유롭게 하는 두 바퀴

관리자 입력 2026.03.03 14:04 조회수 16 0 프린트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나락’을 경험한다. 부산의 골목에서 독립 서점 ‘나락서점’을 지키는 이마음 대표는 그 깊은 골짜기에서 책을 통해 위로를 건넨다. 500여 종의 독립 출판물을 큐레이션하고 북토크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에너지를 얻는 그녀에게, 최근 또 다른 활력소가 생겼다. 바로 인도에서 운명처럼 만난 로얄엔필드의 배기음이다. 책장 사이의 정적인 시간과 도로 위의 동적인 에너지를 오가는 이마음 식 ‘마음 관리법’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에서 <나락서점>을 운영하는 이마음이라고 합니다.

서점치고는 이름이 독특해요 어떤 뜻으로 지은 건가요?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을 때, 책으로 위로를 얻으라는 의미로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요. 

현재운영 중인<나락서점>에서의 업무도 소개해주세요.
짧게 말하자면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이죠. 저희는 독립 출판물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독립 출판 서적만 대략 500여 종이니까요. 입고된 책 관리가 우선순위이지만 작가님들, 출판사와 계약을 하기도 해요. 가끔 도서관에 대량 납품을 하기도 하고요.

대량 납품은 학교나 도서관에 납품하는 건가요?
공공도서관은 지역 서점 도서 구매가 우선시 되거든요. 예를 들어 부산 남구 도서관은 남구에 위치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야 하는 거예요. 공공도서관 측으로 구매 요청을 받거나 입찰을 통해 납품을 진행하죠. 서점 운영에 단단한 기반도 되고 좋은 책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할 수도 있어서 윈윈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소개도 하지만 직접 출판하기도 했잖아요. 
김지현 작가님이 운영하던 '독립 출판 책 만들기'라는 모임을 통해 큰 동기부여를 얻고 출판하게 됐죠. 처음에 300권만 제작했는데 이곳저곳 입고되면서 출판사와 계약까지 하게 됐어요. 저는 웬만하면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출판도 그랬어요. 한 번 해보고 별로면 안 하면 되니까요. 

<나락서점>을 운영하는 가장 큰 에너지, 보람은 무엇인가요?
좋은 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 자체가 저에게 보람이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느낄 때는 북토크 하는 날이에요. 독자분들뿐만 아니라 작가님 눈도 반짝거리거든요. 이런 장면을 목격하면서 책을 소개하는 제 업무를 다시 생각하곤 해요.

독립 서점의 지속이 쉽지 않잖아요.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서점 운영을 멈추는 건 퇴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노력할 마음이 더 이상 들지 않을 때 회사를 그만두는 것처럼요. 독립 서점의 경제적 여건은 어디나 비슷할 거예요. 그러나 이에 심적인 상황까지 힘들어지면 운영을 그만두는 거죠.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차피 잘 안 풀리면 망하는 것밖에 더 있겠냐.'라는 말을 듣고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은 너무 멀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해내는 게 목표이자 계획이에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잖아요. 제가 마음님을 알게 된 창구이기도 하고요.
시작은 오토바이가 이유였어요. 갑자기 큰돈을 지출한 터라 뭐라도 해야겠더라고요(웃음).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한 터라 예전부터 많은 영상을 제작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또한 영상으로 기록해 두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저의 한 부분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요. 원래 다큐멘터리 쪽에서 일하고 싶었는데요. 대학교 졸업하고는 인도로 해외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거기서 남편도 만났죠(웃음).

인도로 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원하던 곳은 파라과이의 방송국이었지만, 제가 인도와 맞을 것 같다며 해외자원봉사 담당자님이 저를 인도로 보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인도로 가길 잘한 것 같아요. 오토바이를 타게 된 계기가 시작되기도 했거든요.

어떤 계기인지 궁금한데요.
저도 제가 오토바이를 타게 될 줄 몰랐어요(웃음). 머플러 소리를 정말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인도에서 로얄엔필드 불렛을 만난 거죠. 실제로 텐덤도 해봤는데, 둥둥둥하는 베이스톤의 배기음이 듣기 좋더라고요. 그때 '나중에 내가 직접 운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서점이 주택가에 위치해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요. 출근하면 서점을 막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이 있을 때도 있고요. 더 이상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과 상의 없이 혼자 계약부터 해버렸죠(웃음). 며칠 숨기다가고백했어요.
 

오토바이가 본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저는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쓰곤 했어요. 어떤 날은 지하철 타는 순간 다시 내리고 싶어질 때도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면서 그런 접촉이 줄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죠.

오토바이를 타면서 생긴 삶의 변화도 있을까요?
결정을 내리기 쉬워졌어요. '광안리 바다 보러 갈까?' 하면 그냥 가는 거예요. 무언가 하고 싶을 때 더 쉽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 자동차는 주차라는 허들 때문에 실천하기 망설여질 때가 있거든요.
어느 날은 신호 대기 중에 건너편 라이더분이 먼저 손을 들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외국인들은 모르는 사이에도 웃으면서 짧은 인사를 나누듯, 오토바이를 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게 멋있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오토바이로 이루고 픈 버킷 리스트가 있을까요?
일본 라이딩이요. 진주에서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조경국 작가님 책 <오토바이로,일본 책방>을 재밌게 읽었거든요. 아직은 먼 얘기 같아서, 일단 엄마가 있는 경주를 목표로 삼으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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