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 HAN의 라이딩 스쿨] 잘 타는 것보다 먼저 배워야 할 라이딩의 기본

한규복칼럼니스트 입력 2025.12.16 18:09 조회수 3 0 프린트


추운 겨울이 되면 바이크 라이딩을 잠시 멈추고 휴식에 들어가는 라이더들이 늘어난다. 이 시기는 단순한 비시즌이 아니라, 한 해의 라이딩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태도를 점검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이다. 우리는 올 한 해 도로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을까.

라이딩 시즌 중에는 업무상 일본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이다. 일본에서 라이딩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체감되는 차이가 있다. 일본 도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고급 운전 기술이 아니라, 양보와 배려가 모든 운전자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도로가 안전해 보이는 이유는 속도가 느려서도, 규제가 과해서도 아니다. 차로 변경을 시도하면 자연스럽게 공간이 열리고, 교차로에서는 ‘누가 먼저냐’를 두고 불필요한 신경전이 벌어지지 않는다. 양보는 특별한 미덕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한 친절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일본 사회에서 양보는 ‘해야 할 선택’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에 가깝다. 배려가 개인의 성향이 아닌, 사회적 합의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화는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부터 형성된다. 일본의 면허 시험은 느리고 까다롭다.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기본 동작과 상황 판단을 반복 숙달시킨다. 빠르게 면허를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

반면 국내의 면허 제도는 상대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이다. 짧은 시간 안에 면허 취득이 가능하고 접근성도 높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도로 문화와 태도에 대한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의 도로에서는 익숙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깜빡이는 양해의 신호가 아니라 선언이 되고, 양보는 배려가 아닌 손해처럼 받아들여진다. 초보자는 늘 긴장 속에 놓이고, 숙련자는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이 구조 속에서 가장 불안한 위치에 서 있는 존재는 언제나 초보 라이더다. 그들의 위험은 기술 부족에서 비롯되기보다, 라이더에게 충분히 친절하지 않은 도로 환경에서 발생한다.

베테랑 라이더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진리는 단순하다. 안전한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확실한 신호, 충분한 차간 거리, 그리고 한 번 더 기다리는 선택. 이는 소극적인 판단이 아니라, 경험이 쌓인 라이더들이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생존 방식이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라이더들은 다시 시동을 걸고 도로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속도보다 먼저 떠올랐으면 하는 질문이 있다. ‘오늘 얼마나 잘 달릴 것인가’보다 ‘오늘 얼마나 안전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양보는 실력이 부족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라이딩에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특히 이제 막 라이딩을 시작한 이들, 그리고 오래도록 바이크를 타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 바이크에 올랐던 설렘과 두려움이 아직 생생한 라이더부터, 묵묵히 도로를 지켜온 베테랑 라이더까지. 올 한 해 함께 달려온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내년에도 더 안전하고, 더 편안한 라이딩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비한라이딩스쿨 한규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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