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국의 명산을 물으면 반드시 먼저 오산을 일컬을 것이니 북쪽은 묘향산, 서쪽은 구월산, 동쪽은 금강산, 중앙은 삼각산인데 가장 크면서 남쪽에 있는 것은 두류산이라고 하지만, 그 작은 산의 선경을 물으면 반드시 청량산이라고 할 것이다’
서원을 창시한 조선의 유학자 주세붕이 청량산을 유람하고 남긴 유청량산록의 글이다. 안동시와 봉화군의 접경지인 농암종택을 지나 35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고만고만한 산이 겹겹이 에워싸던 풍경이 갑자기 확 트인다. 낙동강 건너편으로 청량산의 산세와 낙동강이 어우러져 빚어낸 절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두대간의 줄기에서 살짝 비켜서 숨은 청량산은 해발 800m가 넘는 12개의 바위 봉우리가 그림처럼 연결돼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불리어 왔다.
청량산을 끼고 달리는 35번 국도 주변에는 아름다운 산세를 즐길 수 있는 숨겨진 명소가 있다. 청량산 오토캠핑장을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보이는 오마교를 건너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다보면 그 길의 끝에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카페 겸 펜션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사진찍기 좋은 녹색 명소’다. 차량 1대가 지나기도 힘든 좁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해 부담스럽지만 2층 카페의 넓은 유리창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대형 액자나 스크린에 담은 것처럼 비현실적이다.
이곳을 내려와 다시 35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우측의 청량산 줄기는 문명산으로 이어지고 좌측에는 만리산이 불쑥 다가운다. 길이 언제 이렇게 높아졌나 싶을 때 하늘에 걸쳐진 선유교가 나타난다. 선녀가 노니는 다리라는 이름이다. 선유교에서 조금만 가면 명호교가 나타난다. 강 이쪽은 임장군이 태어났다는 비나리마을, 강 건너편은 고계마을이다.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배나들이 나루터’에 두 척의 배를 띄웠고 겨울이면 섶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이곳에 ‘낙동강시발점공원’이 있다.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1천634곳의 발원지 가운데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된 지류가 운곡천과 만나 낙동강 본류가 시작되는 곳이다.
낙동강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던 길은 명호면소제지를 지나서는 빙글빙글 지그재그로 오르는 산길이 된다. 이 길에는 오르막이 내리막으로 보인다고도 하고 내리막이 오르막으로 보인다고 하는 ‘신비의 도로’와 조선 고종 때 통덕랑을 지낸 송암 강영달이라는 사람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고 하는 범바위가 있다. 범바위에는 호랑이 조형물과 전망대가 있는데 이 곳에서는 까마득한 아래 낙동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골짜기에 안개가 덮일 때는 다시 볼 수 없는 절경이라고 한다.
소천면에 접어들면 35번 국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봉화산타마을이 있다. 봉화산타마을은 영동선이 퇴락하면서 폐역이 될 뻔한 분천역을 스위스풍으로 개조해 산타마을을 운영하는 곳이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2013년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체결했으며, 2014년 12월 봉화산타마을이 문을 열었다.
겨울에는 두 열차를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꾸며놓아 산타열차라고 불리기도 한다. 열차가 산타마을에 정차하면 좌측에 눈썰매장이 펼쳐져있다. 여름에는 산타글라이드와 레일썰매장이 대신한다. 산지의 경사를 반영한 글라이드를 타고 바람을 가로질러 내려오면 잠깐이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다. 8월 한 달간 여름축제를 개최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별로 사전신청을 받아 관광객 수요에 맞는 맞춤형 해설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