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태백까지 35번 국도 투어

입력 2020.07.30 16:20 조회수 2,620 0 프린트

“산봉우리 봉긋봉긋, 물소리 졸졸(烟巒簇簇水溶溶)/ 새벽 여명 걷히고 해가 솟아오르네(曙色初分日欲紅)/ 강가에서 기다리나 임은 오지 않아(溪上待君君不至)/ 내 먼저 고삐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擧鞭先入畵圖中).”

퇴계 이황이 친구인 이문량에게 보낸 편지에 쓰인 시다. 이황은 어린 시절 학문을 배우기 위해 집에서부터 숙부 이우가 청량산에 지은 오산당까지 낙동강을 따라 50여리 길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퇴계가 어린 시절 걸었던 그 길은 부산에서 강릉을 연결하는 총연장 458km 길이의 35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만날 수 있다.
경북 안동에서 봉화를 거쳐 강원 태백 초입까지 약 70여km 남짓한 이 구간은 35번 국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 미슐랭의 그린가이드 한국 편에서 별점 하나를 받은 길이기도 하다. 미슐랭 그린가이드는 미식 가이드북으로 유명한 미슐랭이 발행하는 여행가이드다. 우리나라 도로 중 유일하게 미슐랭의 별점을 받은 곳이다. 
내륙의 깊은 산중을 지나는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35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보석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35번 국도 안동~봉화~태백 구간의 진수는 안동 시내를 벗어나 안동호를 만날 수 있는 오천리부근부터 시작된다.

군자마을

안동에서 봉화방향으로 35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오른편 산기슭 사이로 숨은 듯 자리한 한옥마을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광산김씨 예안파가 20여 대에 걸쳐 지내온 마을이 안동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하자 고옥을 뜯어 원형 그대로 이전해 다시 조성한 군자마을이다. 주차장 인근에 자리한 거대한 느티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에 앉으면 마을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친 마음이 절로 풀어진다.
퇴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산서원도 빼놓을 수 없다. 도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빽빽한 숲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조성돼 있어 깊은 숲속을 달리는 느낌을 준다. 도산서원은 낙동강의 푸른 물줄기가 휘돌아 안동호에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하고 있어 시원스런 풍광을 즐길 수 있다. 35번 국도로 돌아가지 않고 도산서원 진입로 길을 그대로 따라 달리다보면 작은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에서 우측으로 향하면 퇴계종택이 나오고 좌측으로 향하면 35번 국도로 다시 합류할 수 있다.

35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려도 좋지만 잠깐 기수를 돌려 농암종택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농암종택으로 가려면 청량산 삼거리 가기 전에 길이 크게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에서 오른쪽에 있는 샛길로 진입하면 된다. 가송리 마을길을 따라 낙동강 물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강폭이 넓어지면서 백사장이 펼져진 막다른 길에 도착하는데 그 길의 끝에 농암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종택 앞을 흐르는 낙동강과 깎아 세운 것 같은 청량산의 절벽이 만들어내는 한 폭의 산수화를 보고 있노라면 도시의 팍팍한 일상에서 지친 심신이 절로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맛집 

헛제사밥

안동의 대표음식이라고 하면 간고등어와 찜닭이 대표적이지만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헛제사밥을 꼽을 수 있다. 헛제사밥은 제사를 지내지 않고 먹 는 제사밥이란 뜻으로 주로 고추장 대신 간장과 함께 비벼먹는 비빔밥의 한 종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안동시내 월영교 인근에 있는 까치구멍집(054-855-1056)이다. 안동식혜도 같이 주문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맛의 음료가 아닌 밥과 무 썬 것에 생강즙과 고춧가루를 넣고 삭힌 음료로 익숙하지 않다면 주의가 필요하 다. 35번 국도변에 위치한 태리커피(도 유명하다. 400년된 왕 버드나무 아래에서 여유 있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태리커피

숙소 

농암종택

평범한 숙소 대신 농암종택(054-843-1202)에서 쉬는 것은 어떨까? 농암종택은 35번 국도와 가까운데다 마을과 따로 떨어져 있어 청량산과 낙동강을 호젓하게 즐 길 수 있다. 다만 주변에 식당이나 상점이 없고 식사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식재료나 음식을 챙겨야 한다.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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