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세, 33년간의 성실했던 샐러리맨 생활. 누군가에게는 마침표일지 모르지만, ‘아시리안’ 고대옥 작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긴 준비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30여 년 간 가족을 위해 직장인이라는 궤도를 완주한 뒤, 이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마음껏 스로틀을 열고 있다. 그가 선택한 새로운 무대는 바로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다.
자연과 라이더의 교감, 그 순간을 담다
그의 작품 세계는 명확하다. 자연과 바이크, 혹은 자연과 라이더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전국 곳곳의 숨겨진 명소와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다닌다. 그는 “바이크라는 이미지는 감성적이고, 자유롭고, 어딘가로 떠난다는 여행의 설렘을 주죠. 때로는 고독하기도 하고요. 특히 솔로 투어는 바이크와 내가 소통하는 시간이잖아요. 그 느낌을 사진에 살려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라이더들이 마음속에 품은 인생샷에 대한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안다. 멋진 풍경 속에 자신의 바이크가 함께 있는 사진. 그는 그 열망을 실현시켜주는 조력자다. 돈에 얽매이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하고 싶으면 하고,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으면 찍어드립니다.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가장 큽니다”
작품을 위한 두 발, 버시스 1000과 VRS125
그의 사진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모터사이클은 필수적인 도구다. 그에게는 두 대의 발이 있다. 청주를 기준으로 강원도나 남해처럼 장거리를 빠르게 다녀와야 할 때는 가와사키 버시스 1000을 탄다.
문제는 주 무대인 충청권의 가까운 촬영이었다. “충청권 촬영 거래가 정말 많아요. 거기에 버시스를 끌고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았죠” 처음 선택한 것은 슈퍼 커브였지만, 촬영 장비를 싣고 나면 출력이 아쉬웠다. ADV 계열 스쿠터도 고려했지만, 무게가 발목을 잡았다. “사진 스팟을 찾다 보면 좁은 길이나 경사진 곳을 만나는데, 무거운 바이크는 컨트롤하기 버겁습니다”
그때 그가 ‘바이크 화타’(그가 주치의처럼 신뢰하는 가와사키 천안점 사장)로 부르는 김청래 대표가 한솜모터스 VRS125를 추천했다. “슈퍼 커브만큼 가벼운데, 4밸브 엔진이라 장비를 싣고도 출력이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스로틀을 감을 때 엔진 필링도 좋고요”
완벽한 밸런스, 사진가의 의도를 읽다

고 작가는 VRS125와 함께 주행샷을 촬영할 때 상상 이상으로 놀라움을 느꼈다. 시속 80~90km로 피사체와 나란히 달리며 촬영할 때, 스쿠터는 클러치 조작이 없어 스로틀만 당기면 돼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장 놀란 것은 밸런스입니다. 주행 중 촬영을 위해 한 손으로 카메라를 조작해야 할 때가 있는데, 차체가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 의도를 완벽하게 받쳐주는 발을 찾은 거죠”
물론 잊을 수 없는 아찔한 에피소드도 있다. 출고 일주일, 비 내리던 밤이었다. “그날따라 기름을 ‘만땅’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주유소를 나오는데 갑자기 시동이 팍 꺼지는 겁니다”
비 오는 밤, 갓 뽑은 새 바이크의 시동이 꺼지자 뽑기 운이 없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급하게 김청래 대표에게 연락하자, 증상을 들은 그는 침착하게 물었다. “형님, 혹시 기름 ‘만땅’ 넣으셨어요? 흘러넘칠 때까지요?”
“그렇다고 하니 웃더군요. 125 cc 스쿠터들은 연료 펌프 압이 약해서, 기름을 꽉 채우면 탱크 내 공기층이 없어 연료를 빨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고장이 아니었던 거죠. 정말 식겁했습니다”
VRS125 자체에는 만족하지만 오너로서 한솜모터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가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네트워크’였다. “바이크는 파는 게 끝이 아닙니다. A/S가 필수죠. 청주에 센터가 많지만 한솜을 취급하는 곳은 적어, 처음 보는 바이크라 못 고친다는 반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망이 확충되어야 유저들이 늘어날 겁니다”
그는 나아가 한솜모터스가 연비 좋고 출력 좋은 쿼터급(250cc) 스쿠터를 내놓는다면, PCX가 장악한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상생과 화합, 행복한 바이크 라이프를 꿈꾸며
고 작가는 개인 라이더가 주최하는 ‘2025 홍천라이더스데이’에 미디어로 참석하는 등, 라이더 문화 개선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라이더와 지역과 상생하는 행사가 많아져, 라이더가 오면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라이더 스스로 매너를 지킬 때 ‘바혐국’(바이크 혐오 국가)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라이더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가장 행복한 바이크 라이프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입니다. 그리고 바이크를 타지 않는 분들과 너무 적대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먼저 매너를 지키고 배려하며 상생과 화합의 모습을 보인다면, 더 좋은 바이크 문화가 형성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 모두의 바이크 라이프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