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 HAN의 라이딩 스쿨]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순간, 라이딩은 달라진다

한규복칼럼니스트 입력 2025.11.18 09:47 조회수 15 0 프린트

라이딩을 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실력’이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브레이킹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느냐, 코너에서 얼마만큼 기울일 수 있느냐, 시선을 얼마나 멀리 두느냐. 물론 이런 요소들은 기술적으로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사고로 이어지는 순간을 들여다보면,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대부분의 사고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라이딩에서 안전을 결정짓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 이 차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훨씬 안정적인 리듬으로 달리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속도와 시선과 정보 읽기, 라인 선택, 바이크의 상태 등이다. 

속도는 가장 근본적인 변수이자, 유일하게 내 손끝과 발끝으로 완전히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부분의 사고는 ‘속도를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난다. 속도는 단순히 빠르기와 느림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더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안전의 여백’이다.

시선은 곧 라이딩의 방향이다. 노면의 변화, 주변 차량의 움직임, 차선의 패턴은 모두 눈이 먼저 인지한다. 어디를 보고, 무엇을 보느냐는 라이더의 선택이다. 시선이 바뀌면 위험도 달라진다.

코너를 통과할 때, 속도보다 중요한 건 어떤 라인에서 어떤 타이밍으로 움직이느냐다. 정확한 라인 선택은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만들고, 그것이 바로 여유의 시작이 된다.

타이어 공기압, 브레이크 패드, 엔진오일, 체인 텐션 등 정비는 선택이 아니라 안전의 일부다. 바이크의 기본 상태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예기치 않은 변수의 절반은 사라진다.

다른 차량의 행동과 노면 상태의 변화, 기온과 기상 조건, 돌발 변수 등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 급정거, 사각지대에서의 돌발 등은 라이더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행동의 여유’를 남겨둬야 한다. 여유는 회피의 시간이며, 사고를 막는 마지막 완충지대다.

11월의 도로는 특히 변덕스럽다. 낙엽, 모래, 차선 도색, 터널 속 수분 등은 아무리 주의해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이러한 노면의 상태 변화 요소를 억지로 컨트롤하려 하면 오히려 판단이 흐려지고, 위험은 커진다.

기온이 떨어지고 해가 짧아지면 바이크의 반응성도 달라진다. 날씨는 컨트롤할 수 없지만, 대비는 가능하다. “적응이 곧 기술이다”라는 말은 이럴 때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예기치 못한 보행자, 좁아지는 도로, 갑작스러운 장애물과 같은 돌발 변수는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오히려 안전하다. 불가능한 것을 붙잡으려는 순간, 사고는 시작된다.

안전은 실력이 아니라 여유에서 온다. 사고의 본질은 실력 부족이 아니라 ‘변수를 오해한 결과’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억지로 붙잡으려는 행동이 가장 위험한 상황을 만든다.

경험 많은 라이더, 선수, 투어러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한다. “안전은 실력이 아니라 여유에서 나온다.” 그 여유는 기술에서 오는 게 아니다. 자신의 통제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

계절이 바뀌면 도로의 성격도 달라진다. 11월은 하루 중 기온 차가 크고, 노면의 반응도 급격히 변하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 단순한 기준만 지켜도 라이딩은 훨씬 편안해지고, 위험은 놀랄 만큼 줄어든다. 결국 진짜 실력은 ‘여유를 다루는 능력’에 있다.

 
지비한라이딩스쿨 한규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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