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생성일 2019. 10. 16. ]
갈색 빛 들녘이 물드는 고독이 만연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에는 해변 가에 일렁이는 파도를 즐겼다면, 가을에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억새밭을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드리워진 노을 아래 열렬히 빛나는 은빛 억새와 함께 하는 드라이브를 추천한다.
제주 가을은 만발한 억새로 유명하다. 흐드러진 억새 사이 금백조로는 가을 분위기에 아주 적합한 드라이브 코스다. 금백조로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동부인 구좌읍에서 성산읍 수산리까지를 연결하는 중산간도로로 약 10㎞ 정도 거리다. 비자림로(1112번)에서 백약이오름 방향으로 빠져나오면 곧바로 금백조로가 나타난다. 금백조로의 파도치는 억새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1119번 도로와 만나며 억새 물결이 점점 사라진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금백조로의 억새로 드리워진 만연한 광경을 보며 이어지는 라이딩은 자유를 만끽하게 해준다. 금백조로를 달리다보면 다양한 볼거리들이 속속 나타난다. 특히 억새 물결 속에 잠긴 것 같은 풍력발전기는 마치 바람개비를 연상시킨다. 또 수산리에는 배 모양 전망대가 있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제격이다. 도로변에 주차시설도 비치되어있어 잠시 쉬었다가기에 무리가 없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가득한 억새 군단 너머로 성산일출봉도 볼 수 있다. 일렁일렁 물결치는 억새 사이를 달리다보면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가을철 제주 여행의 묘미인 억새와 함께하는 금백조로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동부 산간 지역과 성산을 두루 둘러볼 예정이라면 조금 여유를 두고 금백조로를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억새 물결은 산록남로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서귀포 산록남로(1115번)는 억새뿐 아니라 주변 경치가 장관이다. 한라산 중턱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위로는 한라산, 아래로는 서귀포 앞바다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코스다. 돈내코유원지 위에 자리한 산록도로 휴게소를 지나면 곧이어 산록남로가 보인다. 도로 양 옆으로 멋들어지게 늘어선 억새 사이를 달리다보면 서귀포 동홍동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 위에서는 서귀포 시내와 바다 위로 솟아오른 문섬, 범섬, 섶섬의 장관이 펼쳐진다. 뒤로 돌면 미악산과 한라산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백록담 남벽까지 선명하게 나타난다. 한라산 자락이 길게 이어진 평원을 이룬 구간에 닿으면 산록남로 억새 드라이브를 마무리 할 수 있다. 산록남로 드라이브를 하는 도중 만나볼 수 있는 볼거리는 녹차미로공원, 방주교회, 다빈치뮤지엄 등이 있다.
제주 금백조로와 산록남로의 억새를 따라 달리자. 가을에만 만끽할 수 있는 억새로 펼쳐진 장관 사이로 떠나는 라이딩 여행. 녹색과 갈색의 짙은 향연으로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