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과 함께하는 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 라이더의 스크램블러 적응기

장준영칼럼니스트 입력 2025.03.04 14:58 조회수 45 0 프린트

길고 길 것만 같던 겨울도 곧 끝날 것이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이번 겨울엔 예년과 같은 강한 한파는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는데 대신 독감이 기승이었고 나 역시 그 유행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열흘 정도를 제법 고생했었다.

감기로 콜록거리던 1월초의 어느 날 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가 준비되었다는 기쁜 소식에 감기도 잊고 후다닥 서류를 받아서 등록을 마쳤다. 바이크를 가져오니 감기도 끝났다.

굳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세대의 바이크를 출고하면서 한번도 시승을 해 본 적이 없고, 이번의 스크램블러도 마찬가지였는데 출고를 받아서 번호판을 달고 안장에 올라서 시동을 걸어보니 기존의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들과 너무나 달라서 출발하다가 하마터면 제자리 꿍을 할 뻔 했다. 

할리데이비슨 라이더의 시점에서 바라본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의 차이점은 대충 요랬다.
 

첫째, 무게와 시트고의 차이. 스크램블러 400X의 무게는 185kg 정도로 370kg를 가뿐히 넘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대신 시트고가 695mm에 불과한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 보다 무려 140mm가 높은 835mm의 시트고를 자랑한다. 이 점이 처음에 스크램블러를 선택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는데, 바이크의 무게가 가벼우니 금방 적응이 되고 굳이 까치발(?)로 양발지지를 하기보다는 그냥 한발로 편안하게 뒤꿈치까지 닿도록 지지하는게 안전하다는 걸 곧 알게 되었다. 그리곤 익숙한 코스들로 3일간 400km 정도의 적응 라이딩을 하면서 시트고의 문제는 해결되었다.(그런데 이것도 오프로드 코스에 들어가면 또 어떨지는 모르겠다. 일단 포장도로에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둘째, 핸들 조작감의 차이. 나는 첫 바이크와 두번째 바이크 모두 할리데이비슨이었기에 다른 바이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좌우에 별도의 방향지시등 스위치가 달린 할리데이비슨과 달리 대부분의 바이크는 왼쪽에 달린 스위치로 좌우 방향신호와 해제를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할리데이비슨의 왼편 방향지시등 스위치 자리에 스크램블러는 경음기 스위치가 달려있어서 첫 라이딩에서는 실수로 경음기를 울리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 밖에는 신호에 따라서 회전을 마치면 방향지시등이 자동으로 꺼지는 할리와는 달리 스크램블러는 해제버튼을 눌러줘야 하는 점도 차이점이라 이것도 방향지시등을 킨 채로 한동안 주행하는 실수를 첫 라이딩에서는 제법 했었지만 이제는 나름 적응되었다.

세번째, 동력성능의 차이.  400cc에 불과한 바이크라 주행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잘 달린다는 점에 놀랐다.  다만, 준중형차에 가까운 토크를 내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과는 달리 토크 보다는 기어비로 속도를 올리는 느낌이다. 1단 기어비는 정말 강해서 아파트 주차장 언덕을 스로틀을 거의 감지 않고도 올라가는데 대신 60km만 되어도 6단기어까지 다 들어가서 그 다음부터는 엔진rpm을 높여가며 달리는 주행을 한다는 점이 할리와 달랐다. 아마 이건 900cc나 1200cc의 대배기량 스크램블러로 넘어가면 다시 할리와 비슷한 토크 중심의 달리기로 세팅 되겠지만 의외로 방방거리면서 달리는 재미도 기대된다. 

네번째, 수납공간의 색다른 차이. 할리 로드글라이드는 좌우 각 20리터에 달하는 넉넉한 사이드백이 기본으로 달려있어서 장거리 투어를 가더라도 웬만한 짐은 부담 없이 다 들어간다. 하지만, 클래식 바이크의 형상을 가진 스크램블러 400X는 장갑 하나 넣을 공간도 없는데 이건 굳이 단점은 아니고 짐을 싣기에 따라서 할리보다 오히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아무튼, 장거리 투어를 가기 위해서는 롤백을 뒤에 묶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 이건 날이 풀리면 장거리 투어를 가면서 해보기로 하고 우선은 중단거리 투어를 위해서 리어백을 하나 주문했다.(하지만 배송은 구정연휴와 맞물려 언제 올지 모른다)

그 밖에 만듦새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의 거의 7분의 1 수준의 가격임에도 트라이엄프의 이름값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잘 마무리 되어 있었다.(역시 바이크는 다양하게 경험해봐야 세상물정을 아는가 보다. 물론 원가절감의 노력(?)은 곳곳에서 보인다)  시동 때 스타트 모터의 앙증맞은 소리에 비해서 나름 순정 배기음도 좋은 편이다. 
 

라이더에게 새로운 장르의 바이크는 분명 상당한 순기능을 가진다는 것을 요즘 매일 느끼고 있다.

바이크의 가격과 성능을 떠나서 새로운 장르의 바이크는 그동안과 다른 경험과 추억을 안겨줄 것이고 믿고 달려야 하는 새로운 동반자(?)로서 애정의 대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제 추위가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임도를 갈 수 있을 정도로 새 바이크에 익숙해지는 대로 지난 편에서 소개한 초보자용 임도들부터 차근차근 다녀보려고 한다.  덕분에 요즘 내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생전 처음으로 충전기에 물려 연명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지만, 할리데이비슨의 기함급 투어링인 로드글라이드와 트라이엄프의 엔트리급 스크램블러인 400X는 분명 완전히 서로 다른 장르라 서로를 대체하지 못하기에 할리 로드글라이드가 홀대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많은 수입 바이크 브랜드들이 할인경쟁을 하고 있고, 새로 소개되는 신차들도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출시되곤 한다. 로얄엔필드의 히말라얀450과 게릴라450도 눈 여겨 보던 바이크였지만 출시 시기가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나는 참지 못하고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를 선택했지만 이들 중 어떤 바이크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리데이비슨만 타 보신 라이더라면 이번 기회에 임도와 산길을 달리기 위한 충동구매를 한번쯤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어차피 허락은 없고 용서가 답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스크램블러와 친해지기 위해 다녀 온 만만한 코스
가평 초입까지의 워밍업 코스: 출고 하자마자 생각보다 높은 시트고에 식겁 하면서도 다녀오기에 무리가 없던 코스다. 트라이엄프 강동점에서 출발해서 팔당대교를 넘어 팔당댐으로 이어지는 다산로를 따라 차들이 많지 않은 강변 라이딩을 하며 기와집순두부를 지나 금남리에서 회차해서 서울 삼성동까지 돌아오는 대략 80km 정도의 코스다. 빠르게 달리는 구간이 거의 없어서 바이크의 클러치 감각과 높은 시트고에 적응하기에 좋고, 차량이 거의 없는 구간에서 스탠딩 등의 연습을 하기에도 좋았다. 

여주까지의 적응 코스: 첫 라이딩에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에 다녀오기 좋은 코스다. 역시 서울 강남 기준이며 왕복은 대략 180km 정도로 아직 충분한 수납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녀올 수 있는 거의 최대한의 거리다.   시속 80km 내외에서의 운동성능을 익히기에 좋은 경강로를 따라 양평만남의광장을 지나 이포보를 거쳐서 여주 블루헤런 골프장까지 달리며 고속주행능력 등에 익숙해지기 좋다. 복귀는 이천을 지나서 용인의 라이더카페인 루트1에서 잠깐 휴식하고 서울로 복귀하였다. 역시 크게 위험구간이 없고 대형차량도 많지 않으며 차량소통도 원활한 코스로 크게 긴장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특히, 블루헤런까지의 길은 벚꽃과 단풍시즌에 상당히 아름다운 코스로 개인적으로 자주 찾는 곳이라 나는 더 익숙하기도 했다.
 
눈덮인 호명산

와인딩 맛보기 코스: 서울 강남 기준으로 대략 150km 정도의 코스로 와인딩 구간이 포함되어 있지만 차량이 붐비는 코스가 아니라 느긋하게 와인딩 주행능력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는 코스로 팔당 다산로를 지나 금남리와 대성리를 거쳐 가평 호명산을 일주하는 코스다. 호명산은 고도가 632m밖에 되지 않는 산이지만 산아래와 정상의 기온차이가 제법 큰 산이라 노면상태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호명산 코스는 차량이 거의 없고 아직 노견에는 눈도 있어 달리기에 운치도 있고, 무리해서 빠르게 달리지 않으면 위험하지도 않다. 급격하게 꺾이는 코너들이 있어서 급코너를 연습하기 좋고 호명산 코스 중간 중간에 로코갤러리를 비롯한 괜찮은 카페들도 있어서 쉬어 가기에도 좋다.

중거리투어 테스트 코스: 서울 강남 기준으로 대략 320~350km 정도의 중거리 투어코스다.  화양강휴게소를 지나 남북면옥에서 점심을 먹고, 내린천을 타고 인제스피디움을 지나 카페자작 앞을 거쳐서 인제자작나무숲 앞을 통과해서 복귀하는 코스다. 역시 고속구간과 와인딩 구간이 적절히 섞여 있는 코스다. 내린천의 와인딩 구간은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짧지도 않아서 즐겁게 탈 수 있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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