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주의 내일의 풍속] 치앙마이 여행기 - 2 - 내 동네 찾기

박형주칼럼니스트 입력 2025.02.18 08:49 조회수 54 0 프린트
핑강의 노을지는 풍경.

4번째 치앙마이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치앙마이에서 한곳에 쭉 머물러 생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올드타운이나 맛집이 많은 님만해민에 머물렀지만, 이동이 편리한 중심가는 그만큼 집세도 물가도 비싸다.

치앙마이의 거점지역 네 군데를 복습해 보자. 네모난 성곽 안쪽의 올드타운, 그 북서쪽에 있는 가로수길 격의 님만해민, 님만해민 북쪽의 창푸악, 올드시티의 북쪽으로 핑강을 안고 있는 창클란. 거기에 더해 올드시티 북쪽의 산티탐 지역도 물가가 저렴하고 올드타운이 가까워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지역이다.

본인의 취향과 예산에 맞추어 대략적인 동네를 선택했다면, 나에게 맞는 숙소를 찾기 위한 발품 팔기가 시작된다. 치앙마이에 도착해 단기 숙소에 머물면서 진짜 ‘발품’을 팔아도 되지만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손품을 파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 기간이 한 달 이하라면 숙박예약 플랫폼에서 게스트 하우스, 호스텔, 호텔 등의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한 달 이상 머물 예정이라면 방 안에 옵션이 갖춰진 콘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콘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각 콘도의 홈페이지나 이메일, 라인 등의 연락처를 통해 원하는 기간에 예약이 가능한지 빠르게 문의하는 게 관건이다. 콘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최소 체류 기간이 한 달 이상이고, 그 외의 숙박시설에서도 한 달 이상 머문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체류 동안 이륜차를 빌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접근성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숙소에 딸린 편의시설이었다. 예산 문제로 콘도나 호텔을 제외하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찾아봤다. 저렴하고, 무료 세탁기와 정수기가 딸린 공용부엌이 있고, 구글맵에서 찜해둔 체육관까지 이륜차로 10분 거리인 곳을 찾았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말할 만하다. 이처럼 치앙마이 한 달 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달 동안 내 집이 될 숙소와 내 동네가 될 곳을 정하는 것이다.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발이 되어준 클릭 125

치앙마이에 도착한 뒤 다음 날 나는 한국에서 챙겨온 국제 면허증과 여권을 들고 이륜차 대여점으로 향했다. 헛걸음하고 싶지 않다면 구글 지도에서 주변의 대여점 몇 군데를 찾아본 뒤, 이륜차의 종류와 가격을 전화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내가 여행했던 12월~1월은 치앙마이의 극성수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륜차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운 좋게 원하는 125cc의 스쿠터를 한 달 동안 약 13만 원(3,000밧)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했다. 가장 흔하고 저렴한 임대용 스쿠터는 스쿠피나 줌머같은 100cc, 110cc이다. 뒤에 누군가를 태우거나 외곽으로 나들이를 다녀올 계획이 있다면 적어도 125cc의 이륜차를 대여하는 게 좋다. 시내를 벗어나 조금이라도 외곽으로 나가게 되면 고속도로를 탈 일도 많고, 경사가 가파른 산길을 만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같은 숙소에서 머물던 미국인 친구가 기존에 빌렸던 스쿠터를 반납하고 방콕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뒤 새로운 스쿠터를 빌려야 한다고 해서 그를 내 이륜차에 태우고 무작정 올드타운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가 치앙마이가 가장 북적거리는 연초라서 가는 대여점마다 빌릴 수 있는 이륜차가 없거나 가장 비싼 300cc 대형 스쿠터만 남아 있어 여러 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으며 여러 군데 전화를 돌린 뒤에야 님만해민까지 가서 이륜차를 빌릴 수 있었다. 오후 1시에 출발한 이륜차 대여 원정대는 5시가 되어서야 목적을 달성했다. 별 고생하지 않고 적당히 골랐던 내 이륜차가 가장 상태가 좋고 압도적으로 저렴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나는 며칠 남지 않은 대여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이륜차를 빌리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 곧바로 기존 계약을 연장했다.
 

임대용 이륜차에는 핸드폰 거치대가 기본 옵션으로 달린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이륜차도 있다. 모든 조건이 맘에 들지만 핸드폰 거치대가 없어 망설여진다면 이륜차 용품이나 생활용품을 파는 곳에서 핸드폰 거치대를 저렴하게 살 수 있으므로 직접 거치대를 산 뒤 대여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면 어렵지 않게 거치대 장착을 허락받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구글맵을 이용하면 된다. T맵이나 카카오맵 같은 국내 내비게이션 앱과 사용법이 같고, 한국어 음성 안내도 제공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도로 공사 여부나 경찰 단속 여부 등 사용자가 직접 신고한 도로 상황에 대한 실시간 교통정보 등 도로 상황을 즉시 알 수 있어 유용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열린 마음과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짧지만 완전히 새로운 일상을 시작해 볼 수 있다.  
 

박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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