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그랬지만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게 이어지는 느낌이지만, 입추와 말복이 지난 후부터는 낮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의 기세는 꺾인 모양새다. 불볕 더위 가운데에도 예측을 할 수 없이 단시간 동안 국지적으로 내리는 소나기(동남아의 스콜 느낌이다)로 간혹 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국지성 호우인 만큼 몇 km 정도만 참고 달리면 강우지역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라이딩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이번 여름에는 너무 심한 불볕 더위에 지쳐 장거리 투어를 줄이고 왕복 100~300km 정도의 중단거리 투어를 주로 다녔지만, 말복이 지나고 오랜만에 속초로 투어를 다녀왔다.
이번에 선택한 코스는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서 양만장, 홍천, 인제, 한계령을 거쳐서 양양, 속초를 지나 복귀하는 당일치기 코스로 대략 470km 정도의 중장거리 코스였다. 한 여름의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달려 대략 11시간 정도 (라이딩 7시간반 + 휴식 3시간)를 예상하고 출근시간이 지난 직후인 오전 9시에 출발.
올 여름 할리데이비슨을 타면서는 기온이 워낙 높아서인지 잠시 동안의 정차에도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열이 상당하게 오르는 것을 느꼈기에 최대한 정체구간을 피하는 시간대를 선택했음에도 팔당대교 앞에서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정체가 있었다. 그래도 양만장 앞을 대략 1시간 정도만에 통과했으니 이 정도면 선방이다. 양만장을 지나고부터는 크게 막히는 구간이 없기에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화양강 휴게소에 잠시 휴식을 취하러 들어가니 동해로 가는 BMW와 할리데이비슨 혼성투어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역시 라이더는 이심전심이다.

여름에 바이크를 타면서 느끼는 장점은 여름은 타이어의 그립력이 사계절 중에 가장 좋은 시즌임을 느낀다. 다만,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때문에 지하주차장에서 36psi 정도로 맞춰 놓은 타이어도 달리다 보면 45psi까지도 오르기 때문에 최대 공기압을 감안해서 공기압 관리를 잘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겨울에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한여름이 더 심하다).
나는 속초나 양양으로 갈 때 미시령을 더 많이 넘지만 이번에는 한계령을 선택했다. 올해에는 한여름이 되었음에도 미시령과 한계령의 모래와 염화칼슘의 잔재(?)가 말끔히 사라지지 않아서 코너들에서 평소보다 주의가 많이 필요했다. 직선구간도 스로틀을 조심해서 당기기 않으면 휠스핀이 일어날 정도라 아예 속도를 넉넉히 낮추고 주변경관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한계령을 넘었다. 유난히 길에 차량이 적어서 좋았지만 지자체에서 노면관리에는 신경을 써주기를 바란다.
한계령을 넘어서 동해안으로 간 이유는 오늘의 목적지가 양양이기 때문이다. ‘16년부터 인구/죽도/서피비치 쪽의 개발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지만 인구해변은 이제는 예전과는 너무나 다른 클럽타운으로 변모되어 적응이 쉽지 않더라. 클럽화의 진행은 인구, 죽도, 하조대(서피비치)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인데 주변 바다가 서핑 레슨을 하기에는 파도가 잔잔해서 좋지만 본격적으로 서핑을 즐기기에는 송정을 비롯한 남쪽의 바다보다 순해서 어쩌면 클럽타운으로의 변모가 지역발전에는 더 도움이 되는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엔 바로 하조대의 서피비치로 핸들을 돌렸다.
인구해변도 그렇고 서피비치도 그렇고 요즘은 SNS 마케팅을 하려는 업체들이 해변에서 자주 행사를 진행해서 갈 때마다 색다른 경험을 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엔 더워도 너무나 더워서 느낌상으로는 서울보다도 더 더운 느낌으로, 한 여름의 기세가 꺾이지 않은 날이었다 (그렇다. 날을 잘못 잡았다). 아침에 출발할 때에는 27도 정도로 선선하게 출발했는데 동해가 가까워지면서 더 더워지는 이상한 날씨였다 (한계령을 넘어오는데 평소와 달리 한계령 정상에서도 기온이 그닥 떨어지지 않아서 뭔가 불길하기는 했었다).

그래도 서피비치에서 블루보틀 커피를 따듯하게, 또 시원하게 한잔 하면서 더위가 조금 가시기를 기다려 4시경에 느즈막히 서울로 출발. 복귀코스는 구룡령을 넘어서 내린천을 타다가 홍천을 지나서 복귀하는 코스로 잡았다. 구룡령은 그래도 시원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역시 구룡령은 속초 해안보다 시원한 28도 내외의 기온으로 시원하게 지날 수 있었다(하지만 홍천부터 다시 35도였다).
길이 막혔다면 그대로 찜 쪄졌을 날씨지만 길이 안 막힌 덕분에 중간 휴식지점인 홍천 RC79카페까지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경험상 이 카페에서 오후 6시 넘어서 출발하면 서울 강남까지 거의 길이 막히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기에 이번에도 6시까지 카페에서 휴식.
요즘 같은 폭염의 날씨에는 일사병과 열사병을 모두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적당한 휴식을 미리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번 몸이 익고 나면 쉽게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원한 스무디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하며 해가 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훌쩍 출발했고, 예상대로 해가 떨어지기 전에 안전하게 집까지 대략 1시간반 만에 도착하여 오늘의 투어를 마무리했다. 한 여름의 투어는 바이크도 바이크지만 사람도 열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퍼지는(?) 시기인데 그래도 이번은 덥기는 했어도 성공적인 투어였다. 아마도 다음 달에는 슬슬 겨울을 걱정하는 글을 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9월부터는 반팔티가 아닌 긴팔셔츠를 입을 날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징그럽게 길고 길었던 올해의 한여름을 잘 견디신 라이더들께서도 이제 9월부터 시작되는 년중 최고의 바이크 시즌을 맞아 즐거운 라이딩을 하시기를 바란다.
들려볼 만한 곳들
양양버거(강원 양양군 현남면 인구중앙길 103-2)
죽도해변에 위치한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인구해변의 북적임과 달리 죽도해변은 좀 차분한 편이라 그만큼 식당이 붐비지 않고 주인장도 친절하다. 인구와 죽도해변의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일대의 식당과 샵들이 올 때마다 변하고 있지만 이곳은 여전하다. 가격이 특별히 저렴하진 않지만 주변 물가에 비하면 감내할 수준이다.
서피비치(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해안길 119)
젊은이들이 원하는 많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서핑과 바, 카페, 해수욕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핫 시즌에는 팝업스토어들도 입점하여 갈 때마다 색다른 경험이 있다. 다만, 서피비치는 여전히 주변에 숙박시설이 부족하고 대중교통이 없어서 야간에는 인구해변의 불야성과 비교되는 차분함(?)이 있다.
구룡령(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 산1-21)
강릉을 가는 길에 진고개가 있다면, 속초로 가는 길에는 구룡령이 있다. 꼬불꼬불한 와인딩이 재미있는 코스로 아주 초보가 아니라면 크게 부담없이 넘을 수 있는 고개다. 다만, 진고개도 그렇지만 구룡령도 정상근처는 바람이 세게 부는 경우가 많아서 약간의 주의는 필요하다. 구룡령을 넘어서 생태터널 앞에서 칡즙을 한잔 하는 것도 은근 괜찮다.
RC79(강원 홍천군 남면 설악로 119-1)
서울로 진입하기 직전에 휴식하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는 카페다. 내 경우는 이 곳에서 집까지 대략 80km 정도로 교통 상황에 따라서 집까지 1시간20분~2시간 정도가 걸린다. 경험상 오후 6시쯤 출발하면 러시아워가 지난 후 소통이 비교적 원활해진 강남에 들어설 수 있다. 친절한 사장님 부부와 음료/베이커리가 있으며, 가을에는 2층 루프탑도 좋다.
한계령휴게소(강원 양양군 설악로 1 중청봉대피소)
오색령 휴게소라고도 불리는 휴게소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스키장을 다니면서 수 없이 지나다닌 휴게소였지만 그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 도착해서 스키를 탈 생각에 마음이 온통 가 있었던 때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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