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의 바이크 라이프] 할리데이비슨 라이더의 장마철 눈치작전

장준영 입력 2024.07.31 15:38 조회수 144 0 프린트
장마철의 울산바위

어느덧 장마철이다. 기상청에서 장마철 시작이라고 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정작 비는 그닥 내리지 않아서 과연 장마철이 맞는가 싶은 시간이 2주일 정도 지났고, 7월 중순이 된 이제서야 비가 제법 내리는 장마철의 분위기다. 아무리 장마철이라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비가 내리지 않는 날들이 있는 게 최근의 장마철이고, 기상청의 예보 보다 아침에 하늘을 한번 보는 게 그날의 날씨를 더 정확히 예상할 수 있더라(물론 반나절 정도의 당일 날씨 예상 정도이고, 6시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은 나에겐 없다).  더욱이 올해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그닥 바쁘지도 않아서 아침마다 오늘 땡땡이를 칠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하늘을 한번씩 쳐다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날씨가 변덕이 심한 시즌에는 바이크와 자동차를 잘 섞어서 운행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이번 장마철에는 바이크와 차량을 3:7 정도로 운행하고 있다(비 안 오는 날은 거의 바이크를 탄다는 말이다). 내가 타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아무래도 덩치도 있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데다, 최저지상고까지 상당히 낮은 바이크라 포장도로가 아닌 곳에서 타기에는 그닥 적합한 바이크가 아니다. 비포장도로들이 질척이는 진창이 되는 장마철에는 말할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와 같은 클래식(?) 바이크 오너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는 SUV, 그 중에서도 험로도 개의치 않고 달릴 수 있는 4륜구동 오프로더들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바이크와 오프로더의 조합이면 장마철에도 색다른 즐거움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날이 맑은 때에는 할리데이비슨을, 날이 궂을 때엔 오프로더를 타고 나가면 바이크로 가지 못하는 다른 길을 다녀 올 수 있어서 같은 코스를 주구장창 달리는 식상함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은 덤이다. 
 
내린천 비포장 도로

나는 이번 장마철에도 비가 안 올 땐 거리를 가리지 않고 바이크를 타고 있고,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 조금이라도 드는 날이면 냅다 오프로더인 포드 브롱코를 자주 타고 나오고 있다.  재미있는 건 승용차를 타고 나온 날은 바이크와 같은 길을 달려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오프로더인 브롱코를 타고 나온 날에는 오프로드도 탈 수 있는 듀얼퍼포즈 바이크(이미 노리고 있는 기종이 몇 가지 있다)를 한대 기추하고 싶은 생각이 소록소록 든다는 점이다.  이러다 머지않아 스크램블러가 되었던 듀얼퍼포즈가 되었든 가벼운 임도를 탈 수 있는 바이크를 하나 기추하지 싶다.  우리 라이더들은 같은 길을 달려도 아무래도 자동차보다는 바이크가 더 즐거우니까. 

기상청이 장마의 시작이라고 예보를 했던 6월말부터 7월 중순까지 나는 내린천, 속초/강릉, 여주 등 중장거리 바이크 투어를 여러 번 다녀왔는데, 확실히 장마철의 내린천과 동해바다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수량이 풍부해서인지 인제 내린천의 물살도 힘이 있어 멋지고, 장마철을 맞아 살짝 사나워진 바다도 얌전한 보통 때의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나는 이런 힘찬 파도와 물살을 보면 에너지가 충전되곤 한다. 바다 뿐 아니라 계곡들도 장마철은 녹음이 우거지고 진초록의 나무와 풀잎들로 생기가 넘치니 굳이 바다가 아니라 계곡으로 가도 장마철의 매력은 만끽할 수 있겠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장마철에 하늘의 심기(?)에 따라 상황에 맞춰 내가 선호하는 코스들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라이더 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 하늘을 바라봤을 때 도무지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날.

이런 날은 어디를 가도 좋지만, 나는 이런 날씨엔 웬만하면 동해안 투어를 선호한다. 보통 왕복 450~500km 내외의 거리로 라이딩 시간만 대략 8~9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장마철에 어쩌다 있는 ‘하루종일 맑은 날’엔 이 코스가 제격이다.  서울-홍천-인제-한계령-양양-속초-미시령/구룡령-서울복귀를 기본으로 시간여유에 따라서 옆길을 추가해도 좋다. 
 
도강이 가능한 오프로더

둘째, 새벽까진 비가 오고 9시 전후부터 저녁까지는 맑을 것 같은 날.

이럴 땐 최대한 익숙한 코스가 좋다. 나에겐 이 코스가 내린천 코스다. 내린천의 진입포인트 근방에 있는 인제 남북면옥에서 막국수에 수육을 먹고 내린천에 들어서면 노면도 어느정도 말라서 바이크를 타기에도 좋다.  서울-홍천-인제-내린천-인제자작나무숲-서울복귀 정도면 300km 정도로 거리도 부담이 없다. 저녁에 비가 없다면 살짝 야간라이딩이 포함되어도 시원하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셋째, 오전은 맑지만 초저녁부터는 비가 예상되는 날.

가장 부담스러운 날씨다. 기상청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을 유난히 잘 틀리기 때문에 언제 비가 올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땐, 왕복 250~300km 정도의 거리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춘천코스를 자주 가곤 한다.  춘천에 도착해서 하늘의 상태(?)를 보고 느랏재/가락재를 넘을지 그냥 냅다 복귀할지 선택할 수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수백번을 바이크로 다닌 코스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다. 서울-팔당댐-가락재/느랏재터널-춘천 구봉산-의암호-서울복귀 정도의 코스가 좋다. 날씨가 어정쩡해 보이는 날은 아예 왕복 100km 내외 정도인 용인이나 양평/가평 정도만 살짝 타고 오는 것도 괜찮다.  무엇보다 빗길은 라이더에겐 예상하지 못하는 위험이 많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비가 예상되는 시간보다 1~2시간 정도 일찍 복귀하기를 추천한다.

우중충한 날씨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마음에도 비가 내리는 라이더 여러분. 여러분도 장마철에 하늘이 허락하는 가끔씩 찾아오는 맑은 날을 꼬박꼬박 찾아 누리며 즐거운 라이더 라이프를 계속하시길 바란다.
 
오색령의 맑은 하늘


장마철 동쪽으로 떠날 때 들르기 좋은 맛집들
남북면옥(강원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265-1) 
여행기에서 몇 번 소개한 식당이지만 내린천까지 가는 길에서 이 식당을 빼놓을 수는 없다.  두말하면 입 아프니 꼭 들려 보시기를 권한다. 막국수, 수육, 감자전 모두 훌륭할 뿐 아니라 가격까지 착하다.  요새 이런 식당 없다.

 
고향집(강원 인제군 기린면 현리 196)
두부요리 전문 식당이다. 두부가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건 두부구이를 먹어보면 알게 된다. 모든 메뉴가 괜찮지만 두부구이는 필수다.

 
썬활어 (강원 속초시 교동 627-135)
현지인 추천 맛집으로 요즘 웬만큼 유명하다는 동해안 식당들의 물회가 2만원은 기본으로 넘지만 이 식당은 1.7만원에 해전물회를 먹을 수 있다.  원래 유명물회집이지만 사장님의 건강상의 이유로 규모를 축소이전하여 운영하는 전통 있는 식당이다.
 
카페 자작(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240-3) 
내린천에서 자작나무숲으로 들어서면 초입에 있는 카페로 한여름의 더위가 잊혀지는 눈꽃빙수가 최고다. 눈꽃빙수는 일반인(?)의 1인분을 넉넉히 넘는 양이라 이거 하나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 참고하시라.

 
카페 우즈(경기 여주시 점봉동 198-4)
뜬금없는 오솔길의 끝에 있는 카페로 모르고 찾아가기는 쉽지 않은 곳이지만, 커피가 일품이고 디저트의 퀄리티도 훌륭하다. 찾아간 수고가 아깝지 않다.

 
카페 마할로(강원 양양군 현남면 시변리 33-13)
죽도해변에 붙어있는 카페로 인구해변과 죽도해변 모두 워낙 핫플레이스라 좋은 카페들이 많지만 이 카페도 바다를 보며 쉬어 가기에 좋은 카페다.  죽도해변은 차량주차가 쉽지 않지만 바이크들을 주차하기엔 무리가 없어서 계속 주변을 도는 차량들을 바라보며 바이크를 타고 양양으로 온 것을 뿌듯해 할 수 있는 건 덤이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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