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고독하고 부지런한 늑대형
같이 다닐 라이더 친구가 없거나, 있더라도 혼자 다니는 걸 선호하는 그들은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며 포토스팟만 나오면 각도와 빛의 방향을 고려해 멋진 셀프 사진을 남긴다. 종종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하므로 약간의 철면피가 필요하다. 자연스러움은 좀 떨어지지만, 안정된 퀄리티가 장점이다.
2. 대문자 E형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다니는 그들은 딱히 부탁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그들 자신도 종종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것은 기본이다. 정지신호에 서 있을 때를 포함해서 바이크에 앉아 있는 모습, 바이크에서 내리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찍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서 복불복인 퀄리티가 단점이다.

나는 1번 유형이 되려고 노력했으나 귀찮음을 견디지 못해 기록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사진을 취미로 하는 친구가 바이크 라이더의 portrait photo를 찍고 싶은데 관심이 있냐고 물어왔다. 그 친구가 영어 사용자인 까닭에 영어로 대화했는데, 처음 듣는 단어가 나와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portrait photo는 초상사진 혹은 인물사진을 뜻했다. 보내준 예시 사진을 몇 장 보니 인물과 바이크가 자연스럽게 함께 담기는 사진을 찍고 싶은 듯했다.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과 사진을 찍히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충돌했지만 흔치 않은 기회인 것 같아 하겠노라고 답했다.
어색했던 촬영을 마치고 며칠 뒤, 친구에게 받은 사진을 확인하면서 ‘바이크가 참 예쁘게 나왔네.’란 말이 튀어나왔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진 기계일 뿐인데 마치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너 예쁘게 나왔다.’고 말한 것이다. 바이크에 느끼는 이 정서적인 애착은 어디서 오는 걸까? 자주 사용해서 그렇다기엔 매일 쓰는 핸드폰이 고장 났을 때 안에 든 데이터의 복구만 걱정했지 핸드폰 그 자체에 대해서는 큰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바이크가 넘어지거나 긁혔을 때는 마치 생물인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에 데려다주고 가보지 않은 길로 돌아가는 건 어떤 이동 수단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바이크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경험들이 있다. 2018년의 어느 날, 바이크를 탄 지 1개월이 되었을 무렵 갑자기 한쪽 사이드미러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고정이 되지 않았다. 그게 내가 바이크에게 받은 첫 번째 과제였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보가 필요했다. 철물점에 가서 물어본 뒤 몽키스페너를 구입했고, 볼트를 조이기 위해서는 시계방향으로 돌려야 하는지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지 몰라 직접 볼트를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며 터득했다. 이런 작은 과제부터 국도 한복판에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 바이크와 같이 큰 과제들도 수행하면서 나는 성장했다. 그래서 바이크가 종종 그 성장을 도운 스승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동료 같기도 하다. 지금 내가 함께하는 바이크를 평생 탈 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바이크와의 추억이 영원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 바이크와 나를 사진으로 담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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