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크 대여점에서 대여 계약서 작성을 마치고, 비용을 지불했다면 마지막 절차만 남았다. 운행하기 전에 바이크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남아있는 연료의 양과 기존에 있었던 하자가 주 기록 사항이다. 바이크를 여러 각도로 사진 촬영해도 되고, 영상을 찍어두는 것도 좋다. 특히 카울이 깨지거나 스크래치가 있는 부분을 모두 찍어두어야 기존에 있던 하자임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좋다. 촬영을 마치고 시동을 거는 법, 시트를 여는 법, 주유구를 여는 법 등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 배낭이 아닌 기내용 캐리어를 챙겨왔는데, 대여점에서 빌려 줄 수 있는 짐 끈이 없다고 해서 기내용 캐리어를 발 받침대에 끼워 넣었다. 무릎을 한껏 벌려야 하지만, 발이 절반 넘게 바깥으로 삐져나오지만, 그럭저럭 운전할 만해서 그대로 출발했다.
사실 대만에서의 바이크 운전은 별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10분 뒤에 울상으로 도로를 달리게 된다) 그래서 별 준비 없이 호기롭게 출발했다. 차량 통행도 우측으로 한국과 동일하고, 바이크들이 하위차선으로 달리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라 15분 거리의 숙소까지는 금방 가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핸드폰 거치대가 없어서 중간중간 신호에 걸리면 길을 확인하는 식으로 어렵게 길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다좌회전해야 하는 순간에 나는 멘붕이 와버렸다. 바이크 주행 가능한 차선은 한국과 동일한데 (3차선일 경우 2,3차선으로 운행 가능), 신호에 있어서는 한국과는 체계가 다른 모양이었다. 이륜차와 사륜차의 구분 없이 같은 신호로 운행하는 한국과는 달리, 사륜차들이 좌회전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해도 바이크들은 직진만 할 뿐이었다. 언젠가 바이크 전용 도로 앞에 있는 신호등에도 따로 좌회전 신호가 오지 않을까 싶어 기다려보려 했지만 직진 신호가 오면 모두가 출발하느라 나도 덩달아 직진을 했다. 좌회전해야 하는 교차로를 하나, 둘, 세 개를 지나니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니 누구라도 붙잡고 ‘언제 좌회전 하는 건데요??’하고 묻고 싶어졌고, 어느순간부터는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파랗게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도로의 양옆으로는 이국적인 간판이 보였고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대만의 청춘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지도도 보지 않고, 조급했던 마음은 내려놓고, 우선 목적지와 상관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바이크를 둘러보니 질서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하위차선에서는 사륜차처럼 한 차선 당 한 차량이 다니지 않고 하위차선에서 다 같이 달린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바이크 간의 거리가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사륜차와 동일하게 운전하는 한국에서 온 우리는 그런 운전이 낯설 수 있지만 시내 한복판에서 이륜차들의 속도는 빠르지 않기 때문에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달리면 먼저 갈 사람은 지나쳐 가고, 우회전을 할 사람은 서서히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우회전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호가 초록 불일 때만 우회전하고, 신호와 상관없이 보행자가 있으면 멈춰야 한다. 그렇게 5km 정도를 직진하면서 대만의 바이크 운전 질서를 파악했다. 대만에는 사거리가 많다. 그리고 여행기(1)에서 설명했다시피 아주 짧은 거리의 횡단보도도 신호등이 있으며 보행자도 바이크도 사륜차도 신호를 잘 지킨다. 그래서 대만의 첫 번째 운전 원칙은 황당할 정도로 당연하게도 ‘신호를 지켜라’이다.
<대만에서 바이크로 좌회전하는 법 feat·스쿠터 박스를 이용하는 법>

대만에서 바이크가 좌회전하는 법은 ‘훅 턴’방식인데, 한국에서는 자전거가 좌회전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쉽게 말하면 두 번 직진하는 방식으로 좌회전하는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만의 도로에는 스쿠터 박스라고 불리는 훅 턴대기 장소가 지정되어 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한다면, 우선 내가 달리던 도로의 우측에 있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초록 불일 때 보행자의 왼편에서 함께 직진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좌회전하고 싶은 도로로 가기 위한 횡단보도의 왼 뒤편에 있는 네모난 박스 안에 들어가 기다리다가 다시 내 오른편에 있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초록 불이 되었을 때 직진하면 된다. 그러니까 도로의 가장자리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들과 동시에 두 번 직진하면 된다. 유턴하고 싶다면, 훅턴을 응용하여 한 번 더 스쿠터 박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된다.

<대만에서 주유하는 법>

휘발유는 총 3가지 종류가 있는데 92번, 95번, 98번으로 스쿠터용, 일반 승용차용, 고급 휘발유 라고 하지만 스쿠터를 렌탈한 샵에서는 내게 95번으로 주유하라 일러주었다. 가격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므로 몇 번 휘발유로 주유해야하는지 미리 알고 있는것이 좋겠다. 대만의 휘발유 가격은 1L당 약 1,200원 정도로 저렴했다. 대만어나 중국어를 하지 못하더라도 바디랭귀지와 영어로 원하는 번호의 휘발유와 금액을 말해도 주유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대만에서 주차하는 법>

대만의 이륜차 주차장은 유료와 무료로 나뉜다. 유료 주차장이어도 현금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은 없다. 주차를 마치고 바이크로 돌아가 짐대를 살펴보면 이곳이 무료인지 유료인지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이륜차 주차 금액은 한화로 약 600원이다. 티켓을 모아두었다가 편의점에 가서 직접 지불할 수도 있지만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를 위해 많은 대여점에서 대신 주차 티켓을 지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의 경우에도 스쿠터를 반납할 때 티켓과 주차비를 대여점에 제출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였던 대만의 바이크 문화. 체험해 보니 속속들이 다른 점이 많았다. 좌회전하는 법을 몰라 끊임없이 직진했던 그 기억은 오래오래 즐거운 해프닝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형주
M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