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봄이 온 것인가 싶은 날씨들도 중간에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여름에 가까울 정도로 아침은 봄, 낮은 여름에 가까운 날씨가 되었다. 지금만큼 바이크를 타기에 좋은 날씨도 없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문제는 이런 날씨가 길어야 보름 정도라는 점이다. 라이더라면 요즘엔 부쩍 엉덩이가 들썩이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나갈 틈을 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편에는 대략 350~400km 정도의 중장거리 투어로 홍천에서 춘천 소양강꼬부랑길과 부귀리를 거쳐서 돌아오는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상의 거리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일교차가 켜서 잘못하면 감기에 걸릴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번 소양강코스는 대략 아침 9시 넘어서 기온이 살살 오르기 시작할 때 출발해도 무리가 없는 코스다.
오늘의 코스는 서울출발 - 횡성치유의숲(여긴 꼭 코스에 넣지않아도 좋다) – 소양강꼬부랑옛길 소공원 – 38선쉼터 – 하우고개 – 청평사국민여가캠핑장 – 배후령고개 – 소양강댐 – 이디야 춘천의암호점(웨이포인트) – 엘리스카페(북한강로 웨이포인트) - 서울복귀로 네비게이션을 설정하면 되는데 중간에 더 들르고 싶은 코스가 있으면 추가하셔도 좋지만 400km가 넘어가면 퇴근시간과 복귀시간이 겹쳐 약간의 정체를 감수해야 한다.
나는 서울 강남에서 대략 9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고, 미사에서 주유하고 일단 홍천으로 넘어가 신남을 거쳐서 소양강꼬부랑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보통 춘천으로 들어가서 청평사를 거쳐 부귀리를 지나 소양강꼬부랑길로 들어가곤 했는데 이미 그렇게는 너무 많이 다녔기에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 보았다. 반대방향에서 돌아보는 소양강코스는 색다르다. 여러분도 기존에 너무 익숙한 코스가 있다면 한번 거꾸로 주행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이 코스를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 코스는 고속바이크들보다 클래식바이크나 할리데이비슨 같은 아메리칸바이크들에게 최적의 코스라고 생각한다. 우선 경치가 매우 좋고, 굳이 빨리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며, 굽이굽이 이어지는 코너가 즐겁고, 차량도 많지 않은 길이라 바이크의 배기음을 들으며 바이크와 교감하며 달리기에 좋고, 상쾌하기 때문이다. 이제 18만km가 넘어선 내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도도 이 코스를 다녀오면 엔진에 스트레스가 없어서인지 컨디션이 더 좋아지는데 사람과 바이크가 함께 힐링을 할 수 있는 코스인 셈이다.
이번 라이딩에서는 시즌이 시즌인 만큼 참 많은 라이더들을 만났다. 탠덤으로 냅다 달리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바이크팀, 박투를 떠나는 듯 짐을 알차게 싼 솔투라이더, 인디언 스카우트바버를 타고 선두로 달리는 여성라이더와 그녀를 뒤따르는 두 대의 레플리카들을 만났는데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타시기를 소망한다.

소양강꼬부랑길 코스는 일단 진입하면 중간에 딱히 식사를 하기가 애매하기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식사를 하거나 나처럼 다 돌고나서 춘천으로 들어와서 식사를 하시기를 추천한다. 지난 주에 속초를 다녀올 때에는 미시령옛길은 전면통제 중이고, 미시령도 낮기온도 10도에 불과해서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주는 날이 풀려서인지 영상 20도 전후로 딱 좋은 날씨였다. 난이도 면에서는 소양강꼬부랑길을 지나서 들어서는 추곡약수터까지의 부귀리길이 노폭도 좁은 편이고, 코너도 급격하고, 경사도 있어서 꼬부랑길보다 난이도는 좀 있지만, 무리하지 않고 느긋하게 라이딩한다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코스다. 물론,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숙련된 라이더라도 블라인드 코너에서는 절대 과속해서는 안되는 곳이다.
소양강꼬부랑길과 추곡약수터를 빠져나오니 대략 점심시간이 되어 나는 배후령고개(배가 고프시다면 배후령터널로 후딱 넘어가셔도 된다)를 넘어 춘천 소양강댐 근처의 단골식당인 원조뼈해장국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솔투를 왔을 때 딱히 적당한 메뉴가 많지 않아 들려본 식당인데 양이나 질에서 부족함이 없어 자주 들르는 단골식당이다. 점심을 먹고, 소양강댐 근처와 구봉산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느긋하게 서울로 출발하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나는 춘천의암호 방면으로 복귀를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코너라이딩을 좋아한다면 느랏재와 가락재를 넘어 복귀하는 것도 좋다.
나도 이제 첫 바이크인 할리데이비슨을 타기 시작한지 어느덧 8년이 되었고, 두대의 바이크로 누적거리도 20만km가 넘었지만 할리데이비슨은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바이크라고 생각된다. 라이더 누구나 자신의 바이크에 애착과 애정이 있겠지만 내 경우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기변의 욕구가 들지 않는 바이크다. 어쩌면 CVO를 제외하면 할리데이비슨에서 최상급의 바이크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고 할리는 뭔가 조금씩 부족하지만 그게 딱히 아쉽지도 않은 그런 묘한 느낌이라 나는 이 바이크가 버텨주는 한 30만km 정도까지는 로드글라이드와 함께 하려고 한다 (물론, 중간에 기추는 할 수 있다. 오해는 마시라). 할리데이비슨처럼 이번에 소개하는 춘천코스도 바린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백번을 훌쩍 넘게 다녀온 코스지만 여전히 새로운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코스다. 여러분도 지금까지 익숙한 코스들의 숨은 매력을 찾으시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는 이제 본격적인 장거리투어시즌을 맞아서 남쪽으로 박투어를 다녀온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봄 투어 하시길 바란다.
추천식당 & 들를만한 곳

국립횡성숲체원
청태산속에 위치한 산림교육센터로 탐방로를 따라 늘어선 잣나무 숲길을 따라 치유의숲까지의 길이 멋지다. 단체는 예약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경우에는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할 수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시간이 된다면 치유의숲 안에 있는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주소 : 강원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777

원조뼈다귀감자탕본점
개인적으로는 춘천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다섯손까락 안에 꼽는 뼈해장국집이다. 뼈의 크기와 살집이 남다르기도 하지만 시설의 청결도와 친절도, 그리고 맛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에 춘천에 가면 닭갈비 2인분씩(아시다피시 식당들이 1인분은 팔지를 않는다) 먹고 했지만 이젠 이를 대체할 옵션으로 딱 좋다.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음식가격 인플레 중에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가격이기도 하다.
주소 : 강원 춘천시 충열로 282

엘리스카페
북한강변에 위치한 카페로 카페 앞에 노란색 로터스 엘리스 스포츠카가 있어 찾기 쉽다. 같은 이름으로 검색되는 엘리스카페가 있는데 그곳과 멀지는 않지만 다른 곳이다. 이곳은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로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착즙한 과일음료, 그리고 직접 구운 간단한 베이커리들을 제공하는 곳으로 안쪽으로 들어오면 북한강을 바라보며 차 한잔 하기에 좋다. 그리고, 벚꽃시즌이 되면 엘리스카페 앞길에서 신청평대교까지의 길이 벚꽃으로 뒤덮이는데 이젠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로수터널을 지나 상쾌하게 달리기에 좋기에 추천한다.
주소 : 경기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로 1859
by. 장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