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모타는 1973년 이탈리아의 리미니 지역에 설립된 회사다. 역사는 짧지만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세계적인 명품의 모터사이클을 제작하는 회사임을 부인하는 라이더는 없을 것이다.
세 명의 창립자
BIMOTA라는 이름은 창립자 Valerio Bianchi(Bi), Guiseppe Morri(Mo), Massimo Tamburini (Ta) 세 사람의 이름에서 두 글자씩 따서 지었다. 비모타의 처음부터 모터사이클을 생산하지는 않았다. 시작은 에어컨과 난방기 설치 전문회사였다. 그러나 마시모 탐브리니에 의해 바이크를 제조하는 업종으로 변경되면서 그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HB1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바이크 마니아였던 탐브리니는 1972년 서킷에서 혼다의 CB750을 타고 운행하다가 바이크 프레임이 끊어져 갈비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사고를 계기로 그는 ‘피아지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습득한 파이프 가공 기술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프레임을 제작하였다. 엔지니어이자 훌륭한 디자이너였던 탐브리니의 혁신적인 프레임에 혼다의 엔진을 탑재해 ‘HB1’ 이라는 비모타의 첫 바이크를 만들게 된다. 공도주행용 모델로 제작된 HB1은 10대만 생산이 됐다. 혼다 CB750을 베이스로 튜브형 프레임을 도입해 바이크의 무게 중심을 낮추고 중량을 크게 줄였다.
비모타의 모델명은 HB1, YB1, SB1, KB1와 같은 방식으로 명명되는데 유래는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 등의 엔진 제작사의 이니셜과 비모타의 이니셜인 B를 합성해 모델 이름을 정하는 방식이다. 뒤의 숫자는 시리즈의 순서를 의미한다.
처음에는 일본제 모터사이클의 프레임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고자 기존 일본제 모터사이클에서 엔진을 그대로 쓰고 프레임을 제작하는 형태로 혼다, 스즈키, 가와사키 등의 엔진에 품질 높은 비모타의 프레임이 더해지면서 고성능의 슈퍼스포츠 바이크 시장을 개척하였다. 1977년 비모타는 분해가 가능한 프레임이 특징인 SB2와 비모타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모델 KB1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공도주행하는 스포츠 모델을 혁신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장의 최상위 부문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70년대 말에는 람보르기니 브랜드의 모터사이클 제작에도 참여하였고, 80년대에는 두카티와 야마하 모터사이클을 튜닝하면서 비모타의 입지를 더욱더 공고해졌다.
80년대 ‘붐’
1980년대는 비모타의 붐이 일었고 회사는 성공의 단계에 안착하면서 레이싱 대회에 집중하였다.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 경주에서 1980년대 말 존 에케롤드 선수가 월드 챔피언쉽에서 350cc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였고, 1987년 버지니아 페라리 선수가 월드챔피언쉽 TT F1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1983년 탐브리니는 비모타를 떠났고, 그 빈 자리는 젊은 엔지니어인 페데리코 마티니(Federico Martini)가 채웠다. 그는 진정한 바이크 애호가였으며 탐브리니와 함께 비모타의 전설적인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1990년대 초 페테리코 마티니 역시 비모타를 떠났고, 그의 동료였던 피에루이지 마르코니(Pierluigi Marconi)가 비모타를 맡게 되었다. 기술적인 통찰력이 매우 뛰어났던 새로운 천재의 출현으로 인해 비모타는 기존의 항공기용으로 사용되던 합금 프레임 스카토라토(Scatorato)를 사용하여 제작한 DB1 모델에 이어 스카토라토 프레임을 접목했던 자사의 수 많은 기종들이 마르코니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재창조 되었다.
1990년대까지 회사에 남았던 최초의 설립자는 주세페 모리뿐이었지만, 월터 마티니(Walter Martini)가 이끄는 새로운 경영진에 의해 1993년 회사를 떠나게 된다. 1997년 비모타는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비모티스티(Bimotisti : 25주년 기념모델) 애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행사를 조직해 25주년을 맞았다.
V-DUE
90년대 후반 8년의 개발 끝에 출시한 500 V-DUE는 세계최초로 2행정 엔진에 전자식 연료 직분사 방식을 채용한 모델이다. 또한 비모타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체개발 엔진이다. 초기 150여 대에만 채용했던 이 전자식 연료분사로 환경규제에 대응하면서 2행정 엔진 특유의 중량대 출력비 장점을 살리려고 했지만, 각종 결함에 시달리다가 결국 2001년 Dellorto(델로르토)제 캬뷰레터로 설계를 변경한 에볼루치오네 모델을 120대 생산하고 단종했다.
비모타는 카본섬유 카울링과 GP머신에나 쓰이던 최고급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파츠들을 채용하면서 당시 무려 3만달러에 판매되었다. 엄청난 고가인데다 초기 인젝터 및 엔진 불량으로 판매했던 150여 대 거의 전량을 리콜하거나 분노한 오너들에게 환불하면서 비모타의 재정이 매우 나빠졌고 회사는 파산했다. 이때의 충격 때문인지 이후 비모타는 자체 엔진을 개발하지 않고 처음의 제작 방식처럼 두카티나 스즈키 등의 엔진을 사용하여 제작하였다. 비록 결함은 있었지만 중량대비 출력비가 엄청났고(105마력/176kg), 워낙에 유니크한 구조와 최후의 현대적인 샤시와 서스펜션을 지닌 2행정 바이크라는 점 때문에 현재 남은 300여 대 남짓의 중고차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TESI
비모타의 대표 모델일뿐 아니라 모터사이클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모델이 바로 테지(Tesi) 1D이다. 혁신적 디자인과 형이상학적인 차체 구성으로 프론트 스윙암이 인상적이고 프론트 허브 스티어링 방식의 조향 장치로 인해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하기도 하였다. Tesi는 이태리어로 Thesis(학위, 논문)이라는 뜻으로, 개발자인 Pierluigi Marconi가 대학시절 허브 센터 스티어링에 관한 논문을 썼던 것이 이 명칭의 모티브가 되었다.
RE-NEW
2003년부터는 새로운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그들의 첫 성과가 바로 DB5 모델이었다. 당시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얻었다. 이후 비모타는 두카티 엔진을 접목한 DB 시리즈를 출시했고, BMW 엔진을 이용한 BB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2013년까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2017년 리미니 공장을 폐업하는 등 어려움에 처한다. 이후 2019년 가와사키가 비모타의 지분 49.9%를 인수하며 부활했다. 2020년 여름 출시를 목표로 가와사키 닌자 H2를 베이스로 하는 Tesi H2를 개발하고 있다.
언제나 최고 수준의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획기적인 소재의 부품을 사용하면서 그들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모타. 자기들만의 엔진을 제작하지 않고 자기들의 결점이 무엇인지 인정하면서, 다른 최고의 브랜드들의 엔진을 사용하여 비모타의 프레임과 디자인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며 다양한 변주로 세상에 내어놓는 결과물에 라이더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들이 지향하는 ‘소수의 라이더를 위한 바이크’를 제공하는 것이 ‘누구나 갖고 싶지만, 모두가 가질 수 없는’ 명품이라는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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