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미식이 있는 다낭 베트남 여행기 - 1 -

관리자 입력 2023.08.14 16:15 조회수 609 0 프린트
핑크 성당

밤에 출발한 슬리핑 버스에서 일출을 보고 다시 깜빡 잠에 들었다가 술렁이는 버스 분위기에 잠이 깼다. 다낭에 거의 도착해 가는지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며 짐을 챙기고 정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마 ‘응, 엄마, 나 터미널 거의 다 왔어.’ 이런 내용이 아니었을까 실없는 상상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천장이 낮아서 몸을 좌석 바깥쪽으로 빼서 비뚤어진 기지개를 킬 수밖에 없다. 곧 이 작은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버스는 새벽 6시에 터미널에 정차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배낭여행자에게는 ‘금강산도 배낭 맡긴 후’가 먼저다. 숙소에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호객이 엄청나다. 이런 대도시에서는 직접 택시를 잡는 것보다 택시 앱인 그랩을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열심히 호객을 물리치고 시내 방향으로 걷는다. 터미널에서 바로 그랩 가격을 확인했을 때는 한화 2,500원이었지만 10분 걸었을 뿐인데 가격이 1,700원으로 떨어졌다. 숙소에 짐을 맡긴 뒤, 가벼워진 어깨로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식당 있는 쪽으로 걷다 보니 다낭의 명소인 핑크 성당이 보였다. 다낭 교구 성당이라는 정식 명칭보다 직관적이고 사랑스러운 별명인 핑크 성당이 더 좋다. 이 핑크 성당은 몇 번을 봐도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면모가 있다. 백 년 동안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아름다운 복숭앗빛을 비추면 나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많았겠지.
 
닭고기가 들어간 베트남 쌀국수 퍼 가

버스 휴게소에서는 묘하게 속을 메슥거리게 하는 냄새가 나서 저녁도 먹지 못하고 반나절을 굶었다. 굶주린 배를 잡고 음식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 김이 펄펄 올라오는 육수 냄비는 멀리서도 시선 강탈. 쌀국숫집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흔히 아침으로 국수를 먹지는 않지만, 쌀국수는 베트남의 흔한 아침 메뉴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국물이 있는 베트남식 쌀국수는 Pho (퍼) 라고 하는데 그 뒤에 들어가는 재료의 음식을 붙여서 부른다. 주문한 것은 닭고기가 들어간 Pho gà(퍼 가).  덥고 습한 곳에서 왜 이렇게 뜨거운 국물 요리를 많이 먹나 의아하지만,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점점 달궈지는 바깥 날씨에도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힘이 난다.

식후에는 만국 공통인 후식, 커피를 마시러 갔다. 식당 근처에 마침 로컬 카페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초록을 잘 가꿔둔 카페 밀라노 커피에 들어갔다. 밀라노 커피는 베트남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유명한 콩카페에 비해서는 저렴하고 그래서인지 현지인 비율이 더 높다. 일반적인 로컬 카페들보다는 비교적 깔끔하고 위생적인 분위기라 콩카페가 아닌 로컬 카페를 도전해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쭈그려 앉은 것 같이 낮은 의자가 묘하게도 편안하다. 
 
베트남 아이스 블랙커피 카페 덴 다를

베트남에 와서는 주로 차가운 연유 커피인 카페 쓰어 다를 주문했지만, 오늘은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리워서 아이스 블랙커피인 카페 덴 다를 주문했다. 온더록스 잔에 담긴 사약 같은 진한 커피와 함께 스뎅 사발 한가득 얼음이 따로 나온다. 베트남에서 많이 생산되고 소비하는 커피 원두는 로부스타종으로 강렬한 쓴맛을 특징으로 한다. 얼음을 전부 부어도 쓴맛만 나서, 물을 더 타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흉내 낸 맛 정도는 됐다. 밥 먹을 때도 그립지 않던 한국이 커피를 마실 때 생각난다.
 
다낭 현지 맥주집

숙소 체크인 후 시원한 침대에 누우니 잠이 솔솔 와서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오후 5시. 더위가 한풀 꺾이고 돌아다니기에 한결 나은 시간대다. 오가며 봐두었던 수제 맥줏집에 갔다. 이곳 맥주는 베트남의 로컬 재료를 사용한 수제 맥주로 라인업은 바이젠, 에일 등 종류는 총 6가지. 사이즈는 한 잔 330ml 혹은 3L짜리 맥주 타워 두 개 뿐으로 아주 극단적이다. 커다란 맥주 타워를 주문해서 여러 명이 술자리를 즐기는 테이블도 보였다. 음악 소리도 크고  떠들썩한 분위기라 혼자 온 나는 좀 위축됐지만 적당히 분위기를 즐기며 에일을 한잔 마시고 나왔다.
 
다낭에서 유명한 맛집 Hu Tieu Muc Thun Thành의 주 메뉴인 후 띠우.

맥주를 마셨더니 저녁은 좀 가볍게 먹고 싶어서 또 국숫집을 찾았다. 다낭에서 유명한 맛집 Hu Tieu Muc Thun Thành의 주메뉴는 후 띠우. 국수 한 그릇에 한화 2-3000 원으로 저렴하다. 후 띠우에 들어가는 면은 아침으로 먹은 퍼와 다르게 얇고 탄력이 있어 당면과 비슷하다. 

바닷가라 그런지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이 올라간 후 띠우를 팔고 있었다. 나는 오징어, 새우, 메추리알, 소고기 완자가 올라간 특별 후 띠우를 주문 했다. 국물이 없는 dry와 국물이 있는 soup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다들 국물이 없는 비빔면 스타일을 먹고 있길래 현지인들을 따라 국물이 없는 것으로 주문했다. 보기에는 간이 된 건가, 싶지만 가볍게 비벼서 먹어보니 간간하고 특별하지 않아도 자꾸만 당기는 맛이다. 함께 나오는 라임을 살짝 뿌려 먹으니, 맛이 한결 산뜻해진다.

         
 by.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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