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까지는 마음 먹고 떠나야 하는 4박5일간의 전국투어를 소개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5일간의 휴가는 1년에 한 번 정도 밖에는 사용할 수 없는 치트키이며, 어린 자녀들이 있는 경우에는 그마저도 가족과의 시간에 양보해야 하는 시간이 되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트레스로 엉망이 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안하게 자연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근교 나들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바이크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라이더들이라면 여름이 가까워오면서 느껴지는 엔진의 열기에 고생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 벌써 낮 시간에는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되어 조금이나마 선선한 곳으로 코스를 찾는게 인지상정이기에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서울에 비해서 확연히 기온이 낮았던 호명산과 그 주변으로 오늘의 코스를 선정하였다.
이 코스는 빨리 달리기 보다는 느긋하게 주변 경관을 보며 도로의 굴곡과 배기음을 느껴가면서 달리기에 좋은 코스로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공랭 대기량 바이크에도 어울리는 길이다.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이 코스는 왕복 약 150~160km 정도로 라이딩 숙련도에 따라서 속도를 조절하며 느긋하게 달리기에 좋은 도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 코스의 주요 경로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한다면 서울 출발 후 팔당대교, 나인블럭뷰 팔당점, 유명산 삼거리, 로코갤러리, 카페 마리오에 들른 후에 카페 마리오에서 바이크를 돌려 쁘띠프랑스를 지나 청평호반을 거쳐서 서울로 복귀하는 경로로 설정하면 된다.
이 주요 경로들 중 초보자들이 살짝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경로는 코너가 많은 산길인 유명산과 호명산 등반코스인데 나의 경우 이 코스를 10여 년 전 자전거에 빠져있던 때에 자전거로 넘었던 코스들이라 속도를 무리해서 내지 않는다면 초급자들도 충분히 즐겁게 갈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할리데이비슨을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묵직함과 배기음의 매력도 있지만, 빨리 달리지 않아도 즐거운 모터사이클로서 ‘속도’가 아니라 ‘달리는 자체’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이 코스를 자전거로 올라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내 심장으로 달리며 업힐에서 무념무상에 빠져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은 내 심장이 아닌 엔진이라는 또 다른 심장으로 달리기에 나는 오롯이 코스를 즐기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할리데이비슨으로 이 길을 넘는 것은 로드나 MTB 자전거로 넘는 것보다 매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길은 오가는 길에 멋진 호반을 끼고 달리는 구간이 많아 즐거움이 많은 코스이지만, 주말에 가는 경우에는 팔당대교의 극심한 정체를 고려해서 9시 이전에는 팔당대교를 넘는 것을 추천한다. 팔당대교를 넘어 나인블럭뷰 팔당점을 경로에 넣은 이유는 냅다 빠르게 목적지에 가기에는 팔당터널들을 넘어서 가는 것이 빠르지만, 능내리를 돌아서 가는 호반라이딩이 호젓하고 좋기 때문이다.
호반을 라이딩한 후에는 양평 만남의 광장을 지나 유명산을 넘어 청평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호명산을 오르며 가장 급격한 코너는 양수발전소 앞 코너로 경사가 살짝 있고 약 120도 정도의 각도로 꺾이기 때문에 초보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 뒤에는 무리없이 호명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오늘의 점심 포인트는 로코갤러리이다. 이 카페는 개인적으로 20년이 넘게 다닌 단골이기도 하지만 예전 북한강 도로에 방지턱이 거의 없고,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지 않던 시절에는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클럽에서 자주 찾던 핫한 드라이빙 코스였다. 아직도 예전의 단골들이 자주 찾곤 하는 곳으로 나에게는 푸근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 자주 찾곤 한다. 무엇보다 이 호명산의 매력은 서울보다 거의 항상 4~5도 정도 낮은 기온을 자랑하는 곳이라 한 여름에도 서울보다 시원함을 느끼며 야외에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나는 주로 점심을 로코갤러리에서 새우볶음밥을 먹곤 하지만, 만약 점심이 아닌 커피만 한잔 하려는 경우에는 좀 더 위에 있는 카페 마리오를 추천한다. 카페에서 1시간 내외의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느긋하게 휴식한 후에는 시간에 따라서 그대로 호명산을 넘어 빠른 길로 복귀하거나, 마리오에서 바이크를 돌려 북한강 북측 호반도로를 타고 쁘띠프랑스를 거쳐서 복귀하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쁘띠프랑스 앞을 거쳐 복귀하는 호반도로를 선호한다. 이 길은 코로나 이전에 과속방지턱이 많아지기 전이 더 좋았지만 여전히 그냥 일직선으로 냅다 달리는 도로보다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오늘은 서울 근교에서 피서라이딩을 할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였다. 다음 편에는 오늘 보다는 조금 길지만 매력이 있고 초급자도 다녀올 수 있는 충주호 투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로코갤러리 (가평군 가평읍 상지로 834): 호명산 드라이브 코스에 있는 카페로 호명산에 있는 카페들 중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다. 예전에는 포람페 등 스포츠카들의 새벽드라이빙 코스로 인기있는 곳이었으나 코로나를 비롯한 환경의 변화로 이제는 새벽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이 카페에서 잘 알려진 메뉴는 라면정식 세트(라면 + 원하는 음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볶음밥 세트(볶음밥 + 커피)를 더 선호한다. 어차피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기도 하고 은근 볶음밥이 맛있다. 이 카페에는 예전 KBS 1박2일 프로에 나왔던 그레이트 피레니즈 견종인 ‘상근이’의 후손들이 여전히 상근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추천 장소]
2. 카페 마리오 (가평군 가평읍 상지로 693): 호명산의 뷰포인트에 자리잡은 카페다. 음료의 가격이 좀 높긴 하지만 아메리카노는 경쟁력이 있다. 이 카페의 야외테이블은 여름에는 선선함을 선사하고, 겨울에는 난로가 마련되어 있어 운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3. 쁘띠프랑스 (가평군 청평면 호반로 1063): 쁘띠프랑스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풍으로 지어진 테마파크다. 라이딩으로 가기보다는 가족과 한번쯤 가 볼 만한 곳이지만 소개하는 이유는 이 앞에서 이어지는 호반 라이딩 코스가 괜찮기 때문이다. 코스 복귀 길에 쁘띠프랑스 입구 옆에 위치한 카페나 편의점에서 잠시 쉬어가기에 알맞다.
4. 카페 펠리시아 (양평군 옥천면 신복길 131): 유명산을 오르는 초입에 위치한 카페다. 조경을 비롯해서 신경을 많이 쓴 내외장이 눈에 띄지만 홍보를 많이 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북적거리지 않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음료의 가격은 저렴하지는 않지만 조경을 보고나면 어정쩡한 대형카페들에 비해서 특별히 비싼 가격은 아니며, 유명산을 오르기 전에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한 초급라이더라면 쉬어가기에 적당한 곳에 위치해 있다.
5. 기와집순두부 조안본점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133): 예전부터 자주 찾던 곳이지만 언젠가 수요미식회 등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식당이다. 순두부를 비롯한 음식들이 모두 정갈하고 간이 강하지 않아 건강함이 느껴지면서도 맛있다. 늦게 출발해서 복귀 길이 러시아워의 정체에 걸리게 되면 아예 이곳에서 저녁을 편안하게 먹고 정체를 피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