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편에서는 수도권에서 목포까지, 2편에서는 목포에서 여수까지의 여정을 소개하였다. 이번 3편에서는 이제 여수에서 부산으로의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수에서 부산으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동차라면 3시간 남짓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당연히 탈 수 없고, 해안도로를 이용해서 가는 경우에도 거제도에서 부산으로 연결되는 거가대교와 가덕해저터널이 자동차전용도로라 이 길을 지나지 못하고 내륙으로 70~80km를 돌아서 가야하는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에게는 만만한 길이 아니다.
무미건조한 배경 밖에 없는 고속도로 보다는 호젓하고 경치 좋은 해안도로가 할리데이비슨에게는 훨씬 더 즐겁다. 또한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기에 지나가는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름길을 선택할 수 없는 라이더로서는 여수에서 거제도를 경유하여 부산으로 들어가는 코스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여정에서 거제도를 경유할 것인지는 본인의 휴가 일정 및 체력과 바이크의 특성을 감안해서 선택해야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부산으로 한번에 이동하는 것보다 거제도에서 하루 정도를 보내고 쉬엄쉬엄 부산으로 넘어가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고 이 경우 남해를 한바퀴 돌아서 거제에서 쉬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투어에서 나는 일정상의 이유로 거제도를 제외하고 남해독일마을을 거쳐서 마산합포구를 지나 해운대로 들어가는 300km 초반의 비교적 짧은 코스를 선택하였다.
아침식사는 일찌감치 조선제일국밥 본점에서 해결하고,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을 지나 남해독일마을로 향했다. 이곳도 바로 앞에 자동차전용도로인 이순신대교라는 지름길을 두고 라이더는 광양역쪽으로 우회하여 남해로 빠져나가야 하는 곳이다. 모터사이클로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불합리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전거와 보행자를 자동차와 구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륜차와 자동차를 구분하여 이륜차의 통행을 금지하는 불합리한 행정을 이제는 정부차원에서 다시 정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남해에 들어섰다. 남해독일마을은 독일을 직접 다녀온 라이더들이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그래도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잔은 나름의 맛이 있다. 물론, 수제생맥주면 더 좋겠지만 탠덤이 아닌 라이더에게 음주는 무모한 짓이기에 나는 무알콜에 공산품맥주인 클라우스탈러로 대신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말이다.
남해독일마을에서 어느 정도 휴식을 마치고 남해의 명물이라는 멸치쌈밥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남해에서 부산은 모터사이클로 바로 가면 4시간 남짓 걸리지만 그래도 냅다 가기에는 아쉬우니 마산 콰이강의다리를 거쳐서 가기로 하였다. 콰이강의다리는 이제는 자동차로는 통행하지 못하는 오래된 다리를 관광명소로 만든 곳으로 다리의 바닥을 투명유리로 덮어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야경이 멋진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올 때마다 낮 시간에만 다녀와서 발 아래로 보이는 바다로 만족하는 곳이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근처에 숙소를 잡고 야경을 보는 것도 좋다.
이제는 부산으로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오늘은 저녁에 마침 부산으로 출장을 온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하였기에 부산의 악명 높은 러시아워가 시작되기 전에 마산항 앞 해안도로를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배기음을 들으며 느긋하게 달려 부산 송정해수욕장 앞에 숙소를 잡았다.
나는 부산에 오면 보통 해운대나 송정에 숙소를 잡는다. 해운대나 송정에 숙소를 잡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상대적으로 괜찮은 시설의 숙소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있고, 바로 앞에 해수욕장과 다양한 먹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달맞이길 해월정 앞 광장에 할리데이비슨을 세워두고 카페에 앉아 코로나로 인해 자주 오지 못했던 부산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았다. 오늘 저녁은 혼자가 아니기에 메뉴의 제한이 없는 날이니 지난 번에 다녀왔을 때 좋았던 기장곰장어 본점에서 저녁을 먹고 송정해수욕장 앞의 핫플인 와일드웨이브 펍에서 맥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여행의 셋째 날을 마무리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솔투로 출발한 여행이라 비록 계속 함께 달리는 라이딩 버디는 없지만 저녁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현지의 반가운 친구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솔로라이딩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제 다음 편에는 동해바다를 곁에 두고 집으로 복귀하는 동해안 일주의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추천 장소
- 조선제일국밥 본점 (전남 여수시 관문동 764): 은근 맛있는 집이다. 국밥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냐 싶겠지만 같은 국밥이라도 전라도의 손맛이 들어가면 달라진다. 살짝 쌀쌀한 아침의 기운이 싹 물러갈 정도의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
- 크란츠러 카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산66-2): 남해독일마을의 목 좋은 곳에 자리잡은 카페다. 상당히 많은 메뉴가 있어서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맛 보다는 경치의 경쟁력이 더 좋은 곳이다. 무알콜맥주도 팔기 때문에 아쉽지만 기분은 낼 수 있다. 점심을 앞둔 경우라면 가볍게 음료와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고 독일의 기분을 내고 싶다면 다양한 메뉴에서 선택하면 된다.
- 우리식당 (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288-7): 멸치쌈밥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처음 먹어보면 독특한 맛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음식으로 한번쯤 먹어볼 만 하다. 건어물 멸치만 보던 분들은 그 크기에 살짝 놀랄 수도 있다. 멸치회는 내공이 조금 있는 이들이라면 도전해도 좋으나 먼저 멸치쌈밥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 콰이강의 다리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 산186-1): ‘87년에 만들어진 다리로 이제는 자동차는 통행하지 못하는 다리를 관광지로 조성하여 놓은 곳이다. 외관은 영화 ‘콰이 강의 다리’에 나온 것과 형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의 특징은 다리 바닥의 일부를 유리로 만들어 발 아래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낮보다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 해월정 (부산 해운대구 중동 산42-25): 일출명소이지만 부산 라이더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광장으로 모터사이클을 주차하기 편리한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고 부산의 시닉로드 중 하나인 달맞이길에 있기 때문에 오가는 길이 즐겁다. 광장 주변에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어 지인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 기장곰장어 본점 (부산 해운대구 좌동 987): 현지 지인이 추천하여 찾은 식당이다. 기장이 곰장어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식당 별로 가격과 양에서 차이가 제법 있어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집은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된다. 맛과 양 모두 섭섭하지 않다. 자동차로 오는 경우 주차가 불편할 수 있지만 모터사이클의 경우에는 그런 걱정 안해도 된다.
- 와일드웨이브 송정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118-9): 맥주를 좋아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집이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함께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들을 구성해 놓았다. 독일의 수제 브루어리에 들른 듯한 분위기는 덤이다.
- 구덕포끝집고기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858): 구덕포항 끝에 위치해서 끝집이라고 지었다는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회가 아닌 삼겹살을 먹는 것도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집이다. 400g이 기본 주문이라 혼자는 살짝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먹다 보면 치즈까지 구워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