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과 떠나는 남도 투어

관리자 입력 2021.07.02 09:32 조회수 1,440 0 프린트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막론하고 여행자들이 여행의 묘미로 꼽는 것이 있다면 이동하는 여정에서 눈에 보여지는 풍광과 지역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식도락을 꼽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라는 편리한 교통수단에 대해서 불편함 투성이인 모터사이클이 과연 자동차 보다 무슨 이점을 가지겠는가 싶을 수 있지만 바이크를 타 본 사람이라면 오히려 여정을 온전히 느끼기에 바이크가 자동차에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특히, 할리데이비슨을 비롯한 클래식하고 느긋한 모터사이클들이라면 더욱이 시각과 미각의 예민함에서 더 유리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인생 첫 모터사이클로 할리데이비슨을 접한 후에, 불과 5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14만km를 할리데이비슨으로 달리며 여행을 즐겨 왔다. 개인적으로는 동해안 여행을 가장 많이 다녀왔지만, 특별한 여정을 꼽는다면 남도 투어, 그 중에서도 맛집의 선정에서 크게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전라도 여행을 추천해보고 싶다.

남도 투어는 수도권을 기점으로 순수하게 왕복 하는 것만 해도 1천km를 넘어서는 장거리여행이기는 하지만 남도 여행의 맛을 알게 된 후에는 어느새 짐을 꾸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오늘의 여행기는 최근 1년 동안 수십 번을 다녀 온 목포까지의 바이크 여행에서 나름 실패하지 않을 여행 경로와 맛집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식당과 카페는 독자의 선택에 맡기며, 왕복에 대한 부분까지 이번 여행기에서 다루기에는 지면의 제한이 있어 이번에는 목포까지의 편도 여행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장거리 주행의 경험이 많지 않은 라이더의 경우,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편도로만 500km에 가까운 거리가 처음 나설 때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사전에 경로와 시간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장거리 여행이 즐거움이 아니라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에 자신의 체력과 모터사이클의 특징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출발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이 간절기에는 일교차가 심하기에 방한 대책도 함께 준비해 두어야 하겠다.  
 
 



나의 경우는 코로나 원년인 2020년 초에 우연치 않은 기회로 목포에 거점이 마련되어 많은 짐을 모두 싸 들고 내려갈 필요도 없었다. 더불어 할리데이비슨 투어링바이크인 로드글라이드의 넉넉한 수납공간 덕분에 상대적으로 여정이 수월하기는 했다. 하지만 첫 바이크였던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으로도 크로스백을 메고 무난히 다녀왔던 당시를 회상해 볼 때 충분한 열정만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장거리 여행 계획 시 본인 바이크의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면 넉넉한 수납공간을 가진 동료와 함께하는 것이 낫겠다.

출발은 출근 시간의 정체를 피하고 초봄 아침의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시간인 9시경에 출발하여 굴 구이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충남 보령의 천북굴단지에서 굴 구이와 굴 찜으로 든든히 점심을 해결하였다. 나는 굴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월도의 해안을 따라서 느긋하게 이동하며 큰마을영양굴밥집에 들르기도 한다. 둘 다 좋은 선택이다. 
 
 

보령을 지나 군산에 이르면 그동안 나름 밋밋했던 여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그야말로 길고 뻥 뚫린 새만금방조제를 만나게 된다. 많은 바이커들이 이 도로에서 신나게 스로틀을 당기는 경우를 보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 같은 아메리칸 바이크는 주변을 돌아보며 포탄처럼 묵직하게 달리기 때문에 다른 바이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새만금방조제는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좋지만, 농어촌공사 새만금홍보관에 들어가 새만금방조제를 한번쯤 조망해보는 것도 좋다. 모터사이클의 장점은 그냥 냅다 목적지로 내달리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새만금방조제를 지나면 모래미해수욕장을 거쳐 영광백수해안도로에 진입하게 되는데, 목적지인 목포까지 제법 돌아가는 길이기는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날이 맑을 때에는 해외여행지에서나 보던 쫙 펼쳐진 수평선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길이고, 벚꽃이 한창일 때에는 이 길 전체가 벗꽃길이기에 절경이다. 다만, 주말에는 차량정체가 심하니 주중에 통과하는 것이 좋다.
백수해안도로를 지나 신안을 뒤로 하고 달리면 목포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렇게 달릴 경우 순수 라이딩 시간 대략 8시간, 점심 및 쉬는 시간 포함 대략 11시간 정도면 목적지인 목포에 도착하곤 한다. 
바이크로 11시간이 소요된다면 사실 자동차로는 훨씬 더 먼 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속도를 중시하지 않고 포탄처럼 묵직하게 내달리는 할리데이비슨과 함께라면 긴 라이딩 시간이 단지 이동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내게 주어진 힐링의 시간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남도의 매력은 내려가는 과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묘미는 목포를 거점으로 시작하는 주변지역 투어의 매력에 있다. 마음 먹고 4일 정도의 여행을 추천하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그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추천 맛집 및 식당
 
 

1. 천북굴단지 해당화굴수산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와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식당이다. 시기에 맞추어 가면 양식이 아닌 자연산 굴의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으며 유난히 다른 집에 비해서 덜 짜서 다 먹고 나서도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집이었다. 대식가의 경우 혼자 한 광주리를 해결할 수 있지만 보통 2인 이상을 추천한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산205 10동 4호)

2. 큰마을영양굴밥
천북굴단지의 엄청난 양이 부담스러운 솔투 라이더들에게 추천하는 집으로 1인분도 정성껏 차이없이 내어주는 집이다. 영양굴밥을 주문하면 굴전이 서비스로 나오기 때문에 다른 메뉴를 추가주문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양으로 힘들 수 있으니 주변 테이블에 나오는 양을 보고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89-2)

3. 오거리식당
개인적으로 목포에서 남도식 백반을 맛보고 싶다면 가장 추천하는 식당이다.  생선정식이면 충분하고, 생선정식은 1만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는 푸짐함과 모든 밑반찬이 다 맛깔스러운 식당이다.  물론, 목포의 거의 모든 식당이 다 맛있지만 언제가도 실망하지 않고 가성비까지 좋은 집이다.  단, 1인분은 주문이 되지 않는다. (전남 목포시 상락동2가 6-5)
 
 

4. 에스따시옹1913
위치는 목포 구도심이지만 서울 강남한복판에 있다 해도 무색할 이베리코 돼지고기 맛집이다. 조용하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지인들과 한잔 기울이기에 안성맞춤인 식당이다. (전남 목포시 유동 3)
 
 

5. 조선쫄복탕
쫄복이라는 작지만 독한(?) 복어를 갈아서 끓인 탕으로 수도권에서는 맛보기 힘든 음식이다.  하지만 미나리를 넣고 맛을 보면 전날의 숙취가 사라지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전남 목포시 금화동 9-7)
 
 

6. 나주곰탕 하얀집
나주 금성관 앞에 위치한 110년 전통의 나주곰탕 집이다.  곰탕은 모두가 익숙한 음식이지만 처음 이집의 수육곰탕을 맛보면 그동안의 곰탕에 대해서 살짝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전남 나주시 중앙동 48-17)
 
 

장준영
여러 대기업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장준영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을 위한 신사업 개발에 나섰다. 몇 년째 전국을 방랑하며 맛집과 사업 아이템을 탐색하는 자칭 디벨로퍼 장준영씨. 모터사이클과의 인연은 흔한 스쿠터나 125cc바이크에 대한 경험도 없이 살아오다 2016년 생일을 맞아 무작정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장거리 투어러 성향의 장준영씨는 현재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계열인 로드글라이드 스페셜을 타고 지금까지 약 12만km에 달하는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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